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4월에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보수언론에선 윤 전 총장이 4월 재보선에 나서주길 요청하고 있다. 동시에 윤 전 총장이 대권주자로 본격 행보를 나서기 위해 준비할 요인들을 조언하는 형식으로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이동훈 논설위원이 “반기문과 다른 윤석열, 몸 사릴 필요없다”는 글에서 4월 보선 개입을 요청했다. 지난 16일 ‘김대중 칼럼’에서도 “야권의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윤 전 총장의 응원”이라며 “이번 보선이 야당의 사활이 걸리다시피 한 중대하고 절박한 선거인만큼 자신이 앞으로 딛고 일어설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야당 승리에 일조하는 것 역시 일의 당연한 순서”라고 주장했다. 

▲ 지난 16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 지난 16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의 등판을 원하는 가운데 한쪽에선 그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다룬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주간동아는 지난 17일 이종훈 정치학 박사의 “윤석열과 ‘택진이형’이 야권 후보 경쟁 벌인다면…”이란 칼럼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등판을 요청했다. 지난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대표를 만나 경제전문가로서 만나 정가엔 김택진 영입설이 돌았다. 김 대표는 당시 정치에 뜻이 없다고 선언했고 김 위원장 역시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했다. 이후 여의도에서 잠룡으로도 거론되지 않았기에 김 대표 소환은 다소 뜬금없는 제안이다. 김 대표를 소환한 이유는 뭘까. 

해당 칼럼에선 김 대표가 야권후보로 경쟁을 할 경우 윤 전 총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하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경제전문가·안보전문가·호남출신 인물 등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경제전문가를 찾으려 한 만큼 김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면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보 역시 윤 전 총장이 취약한 분야”라며 외교·국방 역시 대통령의 중요한 업무영역이라며 안보전문가로서 김 대표를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라 윤 전 총장이 충청권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만큼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과 함께 호남을 어필할 요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자 신동아 “윤석열 대권가도에 놓인 세가지 허들”이란 글에서도 윤 전 총장을 분석했다. 첫째는 개인역량이다. 윤 전 총장에게 “거악을 척결한 특수통 이미지가 강하지만 안보와 민생이슈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이다. 둘째는 함께할 세력이다. 국민의힘과 곧바로 손을 잡기 어렵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례에서 보듯 제3지대에서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평이다. 셋째는 도덕성 검증이다. 장모와 배우자 고발 건을 뜻한다. 특히 고발사건은 아직 언론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은 사안이다. 

두 매체에서 다룬 내용은 대권주자 윤석열의 과제이자 한계다. 이와 반대로 윤 전 총장의 이러한 특징이 실제와 다르다는 칼럼도 있다. 아직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러한 칼럼은 ‘윤석열 띄우기’의 모습이 없지 않다. 

▲ 영남일보 18일자 오피니언면
▲ 영남일보 18일자 오피니언면

영남권 지역신문인 영남일보에서도 보수 정치인 행보를 보이는 윤 전 총장을 분석했다. 박규완 논설위원은 18일자 칼럼에서 정치적 내공·지역(충청권)·과거경험(과거 제3지대 주자들의 성공여부)·향후 이슈(윤 전 총장에게 유리한 ‘부패’vs그에게 불리한 ‘경제’) 등 4가지를 다뤘다. 

보통 윤 전 총장은 유무죄의 이분법 세계에 익숙한 검찰 출신으로 정치활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박 위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 경력은 전무하지만 나름 내공이 있다는 게 측근들의 평가”라며 “정대철 전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을 만났고,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며 정치적 내공이 부족하지 않다고 봤다. 박 위원은 “‘검수완박’을 ‘부패완판’으로 응수한 데선 남다른 언어 감각”이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실제 대선판에 섰을 때 정치경력이 전무한 것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박 위원 표현대로 윤 전 총장이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거나 정 전 의원 등을 만난 것이 과연 현재 다수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새 시대의 비전을 불어넣을 정치행보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행보는 오히려 낡은 정치문법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 지난 4일 검찰총장직 사퇴의사를 밝히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TV
▲ 지난 4일 검찰총장직 사퇴의사를 밝히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TV

해당 칼럼처럼 윤 전 총장의 약점으로 알려진 것들을 반박하는 형식의 칼럼은 매일경제에도 있었다. 매경 김세형 고문의 지난 16일자 칼럼 “윤석열, 고건·반기문과는 다르다”를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그는 아버지(윤기중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영향으로 경제, 금융 분야도 교양을 쌓았다고는 한다. (정운찬 전 총리는 법대생 윤석열이 자신의 화폐금융론을 수강했다고 최근 필자에게 말해줬다. 청문회 땐 밀턴 프리드먼의 고전 '선택할 자유'를 애독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 관련 분야에는 전문가이겠지만 경제·금융·환경·외교 등은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하다.”

거의 40여년전 대학에서 배운 과목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역설적으로 경제전문성이 없다는 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측면이 있다.  

매경은 “국정운영에 관한 식견을 인정사정없이 물을 것이며 좌파언론들은 흠집을 잡으려고 예리한 레이저광선을 쏘아댈 것”이라거나 “일부 좌파언론은 벌써 전문관료 출신은 정치에 진출해선 안 된다며 근거로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인용한다”는 등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좌파언론’의 정치공세처럼 규정하기도 했다. 

이어 “고건·반기문·황교안 등 전형적인 관료만 했던 인물들은 맷집이 약하단 말을 들었는데 이는 곧 권력의지”라며 “사시 9수(修)라는 경력”을 이유로 윤석열의 “쓸모 있는 뚝심”을 말했다. 

또한 윤 전 총장의 여러 약점을 고려한 듯 “대통령은 국방·외교 등에 치중하고 내치는 총리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이원정부제 국가 운용 포부를 선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 보수언론의 윤석열 정치인 만들기 ‘반사체에서 발광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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