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이사 15명 중 3명이 여성이사로 선임됐다. 1951년 개교 이래 첫 여성 이사의 등장이다. 해당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의 반발이 거세다. 총신대가 예장합동 쪽 신학대지만 정작 여성이사들은 해당 교단 사람들이 아니고, 목사나 장로가 아니라서다. 총신대 정관에는 ‘성경과 개혁신학에 투철한 목사·장로 중 선임한다’고 정했고, 예장합동은 아직 여성이 목사·장로를 할 수 없다.

지난 2018년 교육부는 횡령·부당인사 등 사유화 논란 당사자인 김영우 전 총신대 총장과 관계자 40여명에 대해 파면 등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른바 ‘김영우 총장 사태’로 이사회가 전부 해임되고 임시이사 체제가 구성됐다. 2년 활동 끝에 지난달 정이사를 뽑았다. 예장합동 총회 8명, 총신대 교수·학생·직원 등이 구성한 대학평의원회 8명, 총회 목사들과 임시이사로 구성한 개방이사추천위원회 8명, 교육부 4명, 전·현직이사협의체 2명 등을 추천해 이중 15명을 뽑았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이사를 추천한 곳에 성비균형을 고려하도록 했지만 전부 남성으로 추천했고 이에 교육부가 4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추천했고, 사분위가 이 3명을 모두 이사로 선임했다. 소강석 예장합동 총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사분위가 다른 교단 여성을 총신대 정이사로 선임한 것은 총회의 정체성을 비롯해 교단 헌법과 총신대 정관에도 위배된다”며 “개혁신학적 입장에 따라 본 교단은 여성목사와 장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총신대 신학대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 총신대 신학대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 보도를 보면 소 총회장은 교육부가 자신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소 총회장이 이 사안 관련 유은혜 교육부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유 장관 측에서 면담을 거부했다. 지난 3일 소 총회장은 “최근 총신대 정이사 문제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나 모른다”며 “총회 목사님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교단 분위기를 전했다.

여성을 목사·장로에서 배제하는 예장합동은 교인수가 300만에 육박하고 전국 1만2000여개 교회가 있어 국내 최대교단으로 꼽힌다.

이에 강호숙 기독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기독교반성폭력센터 공동대표)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총신대는 사립학교로 교육부 지원을 30억원씩 받는데 그럼 대한민국 헌법과 고등교육법을 따라야 한다”며 “지원은 받되 교단 뜻만 따르겠다는 건데 그럼 정부지원 안 받고 종교학교하겠다는 장신대(장로회신학대)처럼 하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 ‘김영우 총장 사태’로 자신들(교단 목사들)이 원인을 제공했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관선이사나 사분위가 투입된 건데 사분위 말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단지 기독신문은 총신대 이사선임 과정에서 나타난 성차별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기독신문은 지난 2일자 사설에서 “(예장합동 총회 구성원들은) 교육부가 추천한 여성 후보 3인을 정이사로 결정하므로 더욱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며 “이번에 선정된 15인 이사회가 자리잡은 후 속히 30명으로 이사 증원을 위한 정관개정을 처리한 후 미흡한 면을 바로잡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또 기독신문은 여성이사 선임소식을 전하며 “총신 정상화 길목에 ‘돌발 변수’”라고 제목을 뽑았다. 지난 9일자 관련 사설에서도 여성 배제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제기는 없었다.

▲ 강호숙 기독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
▲ 강호숙 기독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

이에 강 연구위원은 “기독신문을 보면 현재 15명(남12:여3)인 이사 수를 앞으로 30명까지 늘리기로 하고 일단 넘어가자는 식인데 나머지 15명을 모두 남성으로 해 27(남)대 3(여)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에서 성명을 냈을 때 기독신문 기자와 연락을 했다. (기사를) 내줄 것 같았지만 교단입장 위주였다. 교단이 원하는 걸 쓰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지난달 26일 “여성 이사를 수용하라”는 성명에서 “정관에 걸려 여성 이사를 한 명도 추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형태”라며 “여성을 시대의 동반자적인 지도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은 “교단이나 총신대에서 개혁신학을 말하지만 똑같이 등록금 내고 총신대에서 공부한 여성들 다 내쳤고, 이들이 타 교단에 가서 목사안수 받고 있다”며 “앞문만 열어놓고 뒷문은 닫아놓은 성차별 학교”라고 말했다.

여성안수 반대논리로 내세우는 ‘개혁신학’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은 “개혁신학은 종교개혁을 말하는데, 16세기 로마 가톨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이제 만인이 제사장이라는 내용”이라며 “당시는 정교일치 시기였고 제사장은 모두 남성이었기 때문에 지금 통하지 않는다. 신 중심에서 인간중심을 외친 것이고 하나님 형상을 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얘긴데 여전히 ‘주님이 주신 일이니 집안일하고 애나 보라’며 가부장제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목사·장로 안수를 반대하는 이들은 여성안수가 동성애로 가는 길이라며 각종 차별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교회 여성리더십’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 연구위원은 탈 많던 김영우 총장 시절 2015년까지 총신대에서 ‘현대사회와 여성’ 등을 강의했다.

2015년 말 김영우 총장이 참석한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송년회 자리에서 한 여성박사가 ‘여성목사 안수’에 대해 기도한 것을 두고 김 총장은 이날 설교에서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린도전서 14:34)라는 성경구절을 근거로 여성목사 안수를 비판했다. 이 사건 이후 송년회에 참석했던 여성 강사들이 강의에서 배제됐다.

강 연구위원은 “총신대 신대원 다닐 당시 남학생들이 ‘너가 와서 남학생 하나가 떨어졌다’거나, ‘아줌마 애나 보지 왜 왔냐’고 하는 등 마치 구박받는 죄인처럼 공부했다”며 “(목사들이) 개혁신학을 사수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개혁신학을 공부한 여성들의 지위나 진로에 대해선 나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언론에는 전광훈 등 일부 유명목사들의 망언이 주로 나온다. ‘빤스목사’라는 별명을 가진 전 목사는 최근 “성경에 나오는 여자들 전부 창녀들이다”, “전쟁 중 창녀촌 운영은 성적해소를 위해 필연적이다” 등의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강 연구위원은 “전시에 여성은 창녀가 돼도 괜찮다, 여자는 잠잠하라, 유혹하는 꽃뱀이다, 사탄의 꼬임이다 등이 전 목사만의 생각이 아니다. (교계 내) 많은 남성들이 공유하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 예장합동 로고
▲ 예장합동 로고

강 연구위원 같은 여성박사들은 총신대 교수가 될 수 없다. 사실상 목사가 돼야 교수로 임용되는데 여성은 전도사밖에 할 수 없으니 총신대에서 강사밖에 할 수 없다. 총신대 신대원에는 여성교수가 없다. 일부 총신대 출신 여성들은 독립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거나 타 교단 신학교를 추가로 다닌 뒤 목사안수를 받는 현실이다.

여성 목사·장로 안수에 대한 태도에서 예장합동은 다른 교단에 비해서도 시대착오적이다. 미국은 북장로회에서 1930년 여장로, 1955년 여목사제도를 승인했고 한국도 감리교(기독교대한감리회)는 1933년부터 여성안수를 허용했다.

장로교에서도 1930년대부터 여성안수 주장이 있었다. 해방후 1946년 여성안수 요구가 다시 나왔지만 장로교는 통일 이후로 결정하기로 이 문제를 보류했다. 1959년 장로교가 합동과 통합으로 분리된 후에도 여성안수는 두 교단에서 모두 거절당하다 예장통합이 1996년부터 여장로와 여목사를 인정했다.

강 연구위원은 총신대 강사 시절 학내 분위기도 전했다.

“신대원 학생들은 교회에서 전도사를 하면서 다니는 사람이 많다. 목사안수를 못 받으니 나도 전도사이긴 한데 남자 교수들이 꼭 나한테 전도사라고 부른다. 그게 거슬려서 ‘남자 전도사를 가르치는 입장인데 꼭 그렇게 불러야겠냐’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 앞인데 차라리 ‘강박사’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나. 그정도로 여성에 대한 의식, 여성의 지위나 처우에 전혀 관심이 없다. 총신대는 여성들에게는 외로운 곳이다.”

강 연구위원과 신대원 동기였거나 후배 남자들은 목사가 되고 고급세단을 타고 나타나 그에게 ‘어이 전도사’라고 부르곤 한단다. 강 연구위원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무시하는지 모른다. 성추행하기도 쉽고 인권유린·노동력 착취가 있어도 제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교육부 추천 여성이사 선임이 변화의 물꼬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여성이사 3인을 지켜내고 개혁신학을 공부한 여성들이 이사가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참고자료 : 유튜브 채널 ‘오븐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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