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와 회사의 괴롭힘 때문에 유서를 남기고 숨진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가 노동·빈민운동에 기여한 활동가에게 수여되는 제11회 호죽노동인권상을 받았다.

‘민중의 벗 호죽 정진동 목사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지난 9일 충북 민주노총 본부 대회의실에서 고 정진동 목사 13주기 추모식 및 11회 호죽노동인권상 시상식을 열었다. 

고 정진동 목사는 1972년 4월 청주도시산업선교회를 설립해 2007년 사망 전까지 35년간 노동·빈민운동 및 통일운동에 투신했다. 서슬퍼런 독재 및 군부 정권 하에서도 철거민 투쟁, 청주시청 청소노동자들 투쟁, 신흥제분 노동자 투쟁, 택시노동자 투쟁 등에 함께 했다. 

김기연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은 “호죽노동인권상은 고 정진동 목사가 걸었던 길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노동자·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활동가들을 선정해 상을 주고 있다”며 “고 이재학 PD는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애쓰다 희생됐다. 심사위원 대부분이 이 PD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충북 청주에 있는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제11회 호죽노동인권상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은 유족 이대로씨가 대리수상한 모습. 사진=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지난 9일 충북 청주에 있는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제11회 호죽노동인권상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은 유족 이대로씨가 대리수상한 모습. 사진=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이 PD의 동생 이대로씨가 대리 수상했다. 이씨는 10일 “형은 본인 상황은 둘째치고 후배나 동료의 처우를 걱정하고 월급도 나눠주기도 했다. 방송국에서 당했던 갑질이나 수모를 대물림하지 않으려 혼자 감당도 했다”며 “처음으로 처우 개선을 주장해봤다가 부당해고 된 뒤엔 다른 방송계 프리랜서를 생각해 판례도 남기려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목사님과 형은 다른 삶을 살았지만 형의 지난 궤적을 돌아보면 노동과 인권을 고민한 삶은 같았던 것 같다”며 “형의 사망이 현실임을 자각할 때마다 정말 슬프다. 아직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형을 추모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감사하고 송구스럽다. 형을 대신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주방송을 상대로 시작했던 이재학 PD의 노동자성 인정 투쟁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사망 후 5개월이 지난 7월 청주방송과 유족, 언론노조, 시민사회대책위 등 4자는 이재학 PD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그의 사망에 청주방송 책임이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9월 말 경부터 청주방송는 태도를 바꿔 이 PD 명예회복을 위한 이행안 중 하나를 지킬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처음에는 대주주인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의 입장이 강경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졌으나 대책위에선 내부 경영진의 의지도 의심하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씨는 “사람의 본질인 노동, 인권 이런 걸 부정하고 무시하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건데 아직도 청주방송 관련자들은 이 간단하고도 중요한 이치를 모르는 이들”이라며 “지역 토착·토호 세력들, 방송계 부조리한 이들에게는 타협없이, 용서없이 더 큰 목소리로 싸워서 모두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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