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발행된 신문 ‘전태일 50’의 수익금이 비정규직 파업 현장 등 전국 25여개 투쟁 현장에 전액 기부된다.

전태일50 발행위원회는 제작 원가, 부대 비용 등을 뺀 수익금 4300여만원을 전국의 정리해고 투쟁 현장, 비정규직 해고 반대 및 파업 농성장 등 25여개 노동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수익금 잔액은 전체 수입 5400여만원 중 택배·제작비 및 식사비용 1000여만원을 빼고 남은 값이다.

▲11월13일 발행한 '전태일 50' 신문 1면.
▲11월13일 발행한 '전태일 50' 신문 1면.

투쟁 현장 규모 등을 고려해 각 50만원~200만원씩 배분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단체엔 1250만원을 기부한다. 40여개 비정규직 노조들이 모인 이 단체는 ‘전태일 3법’ 제정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태일 3법은 근로기준법 11조 및 노조법 2조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뜻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노조 만들 권리와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기금을 받은 정리해고 투쟁 노조로는 현재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이스타항공지부, 대우버스지부 등과 함께 마산·창원의 한국공장기계분회,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 지회 등 8곳이 포함됐다. 아산·정읍·경산시청 앞에서 해고자 복직과 전액관리제 실시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택시지부도 기부금을 받게 됐다.

파업 중이거나 해고 반대 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조 16곳도 포함됐다. 5년 넘게 노조 탄압과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 중인 아사히비정규직지회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일방 퇴직 강요에 반대하다 해고된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노조(아시아나케이오지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노조(울산과학대지부), 불법파견 해결과 해고자 복직을 위해 싸우는 한국GM 창원·부평비정규직지회 등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발행위원들이 신문 발송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발행위원들이 신문 발송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제작에 참여한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전태일 열사 정신의 의미는 불의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싸웠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라는 이유로 해고되거나 탄압받는 노동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신문 수익금은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이분들에게 돌아가는 게 신문 취지에 부합한다”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지난달 13일 발행한 ‘전태일 50’ 10만부는 모두 배포됐다. 비정규직 노동운동 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과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의 제안을 받은 단체 120곳과 개인 187명이 발행위원으로 참여했다. 12개 언론사 취재기자 13명 및 사진가, 한겨레 편집기자 등이 재능기부로 제작에 참여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송경동 시인,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등도 글을 썼다. 편집위원장은 사회운동가 홍세화씨가 맡았다.

신문엔 봉제공장의 ‘프리랜서’ 봉제공을 비롯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처한 다양한 노동현장이 ‘오늘의 전태일’이란 주제로 기사화됐다. 평화시장부터 전태일 열사 집이 있던 도봉산 입구까지 풍경을 담은 르포, ‘그 쇳물 쓰지마라’ 노래를 만든 음악가 하림 인터뷰, 50년 전 재일 조선인들에 영향을 끼친 전태일 열사 이야기 등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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