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명예회복을 위한 약속 이행이 4개월 넘게 지켜지지 않자 유족이 결국 대주주까지 찾아갔다. 합의 이행을 방해한다고 알려진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청주방송 이사회 의장)이다. 유족은 “불이행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책임 지지 않는 경영진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4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두진건설 사옥 앞에서 ‘청주방송 합의 이행 촉구 및 이두영 의장 규탄대회’를 열었다. 대책위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좌석 간 거리를 1m 이상씩 유지하고 참가 인원을 최대 99명으로 제한했다. 참가자들은 발열 체크 후 얼굴 투명 마스크를 썼다.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4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두진건설 사옥 앞에서 ‘청주방송 이두영 의장 규탄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4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두진건설 사옥 앞에서 ‘청주방송 이두영 의장 규탄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두진건설은 청주방송의 실질 지배자인 이두영 회장 소유 회사다. 이두영 회장은 두진공영(두진건설 전신)을 통해 1997년 청주방송 지분 30% 가량을 소유하며 대주주가 됐다. 이후 지난 2월까지 쭉 등기이사를 지냈고 20년 동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고 이재학 PD가 사망한 후인 지난 3월에야 대표이사 직함만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했다. 

이 회장은 합의 방해 주동자로 지목된다. 그는 합의가 타결된 7월22일 전부터 이재학 PD 사망에 청주방송 책임은 없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합의 과정에서도 사측이 결정을 번복할 때마다 ‘이두영 회장의 입장’이라는 이유가 거론된 적이 적지 않았다. 

이 회장 입김은 합의 이후까지 확인됐다. 이재학 PD 명예회복의 핵심 약속인 항소심 종결을 둘러싸고서다. 청주방송·언론노조·유족·대책위 등 4자는 이 PD가 제기했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심을 법원 강제조정으로 마무리키로 정했다. 

문구도 확정했으나 청주방송은 지난 9월 조정이 타결되기 직전에 조정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은 이 회장이 ‘사망 책임 통감’ 문구 삭제를 경영진에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결정 시한만 연기하면서 2개월이 지났다. 이 회장은 최근에 ‘부당 해고’까지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4자 측에 전했다고 알려졌다.  

▲이두영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두진건설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이두영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두진건설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유족 대리인이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 부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지만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더 이상 참지 않는다”며 “청주방송의 경영진 뒤에서 합의 이행을 좌지우지한다는 이두영 회장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위반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고 합의안에 명시했다. 오늘 이후 이 조치에 착수하겠다”며 “이행의 핵심 주체라고 청주방송 사측에 시간을 줬지만 아무런 의지가 없다는 게 5개월 간 확인됐다. 경영진 퇴진을 요구한다”고 발언했다. 

“직원 착취해 이윤만 빼먹는 대주주”

이 PD 동생인 유족 이대로씨는 “사람을 착취하고 괴롭히고 노예처럼 부려먹고, 직원들이 만들어낸 사옥과 돈을 갖고 본인 배만 가득 채우고 있는 이두영 회장”이라며 비난 강도를 높였다. 이어 “합의 땐 유족을 만나 형 사망 원인을 인정한다며 고개 숙이는 척하고, 정작 시간이 지나자 말을 바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당해고도 인정 못하겠단다”고 덧붙였다.

▲4일 청주방송 이두영 회장 규탄집회에 참가한 유족 이대로씨. 사진=손가영 기자.
▲4일 청주방송 이두영 회장 규탄집회에 참가한 유족 이대로씨. 사진=손가영 기자.

 

이재학 PD의 어머니는 합의 불이행 장기화에 따른 영향으로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돼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다. 이대로씨는 “오늘 이후로 유가족과 형의 명예를 더럽히는 발언을 한다면 어느 누구도 용서하지 않고 법적 대응할 것”이라며 “두진건설이 행복을 짓는 기업이라는데 공정성, 윤리성이 가당키나 하나. 이두영 회장은 뒤에 숨어 회피하고 조정하지 말라”고 발언했다. 

이용관 대책위원장은 “경영진이 허수아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법상 최대 주주는 방송사 경영에 개입할 수 없으니 이를 너무 잘 아는 이두영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이사회를 통해 개입하기 시작했다”며 “계속 개입할 거면 당당히 나와라. 방송법이 무서우면 합의 사항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합의안 핵심 중의 하나인 책임자 징계에도 청주방송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학 PD 사망에 영향을 줬다고 지목된 책임자는 총 4명이고, 또 다른 1명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 가운데 2명에 대한 징계 절차만 끝났다. 각각 이 PD 사망 8개월 및 9개월째에 이뤄진 징계였다. 진상조사 결과 이 PD 소송을 도운 직원을 회유·협박해 그의 사망에 영향을 줬다고 규명된 이들이다. 

▲4일 청주방송 이두영 회장 규탄집회에 참가한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사진=손가영 기자.
▲4일 청주방송 이두영 회장 규탄집회에 참가한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사진=손가영 기자.

 

이 가운데 1명인 윤아무개 전 경영국장은 지난 30일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애초 해고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청주방송은 향후 법적 다툼을 피하기 위해 윤 전 국장의 인사위를 5차례나 거쳐 반론 기회를 부여했다. 직원 회유·협박에 관여한 나머지 직원 2명의 징계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공동대표는 집회에서 “이두영 회장은 약속이란 걸 모른다. 아는 사람이면 이런 식으로 반복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10번은 약속을 어긴 것 같다. 똑같은 이행 촉구 집회만 지난 1년 수차례 했지만 매번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뒤집는다”고 비판했다.

선 대표는 이어“우리가 그런 청주방송을 볼 이유가 있느냐”며 “이재학 PD 죽음을 억울한 죽음으로 남기지 말고, 그의 죽음을 통해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 삶을 바꿔내고 방송계 일터를 바꾸는 뜻으로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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