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는 아니지만 기자가 정확하게 기사를 작성하지 않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사고를 훈련이라고 인천시와 국토교통부에 허위보고를 한 인천교통공사 사건은 기자들에게 기사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가장 정확한 기사를 작성한 연합뉴스와 경향신문의 내용을 종합하면 내용은 대략적으로 간단하게 정리된다.

사건은 인천지하철 2호선의 지난 8월 탈선사고로 거슬러올라간다.. 인천교통공사는 탈선사고를 숨기기 위해 ‘모의 훈련’이라고 주장하며 폐쇄회로(CC)TV 동영상까지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

여기에 주동이 된 사람은 당시 이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과 조신구 기술본부장이다. 전임사장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옷을 벗었고 이광호 사장이 사실상 사장일을 하면서 조 기술본부장과 함께 인천시와 국토부에 허위보고한 것이다.

이것이 뒤늦게 내부제부자로 인해 사실로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이다. 따라서 이 보도에서 거짓보고를 한 윤리적 책임은 당시 사장직무대행과 기술본부장인 셈이다.

그러나 네이버에서 올린 뉴스1의 같은 기사는 내용이 좀 달랐다. “사고를 훈련이라고 국토교통부 인천시에 허위보고”라는 제목의 뉴스는 “인천교통공사가 지하철 탈선사고를 훈련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첫머리 기사를 전하고 있다.

▲ 인천시 남동구 인천교통공사 운연차량기지에서 인천지하철 2호선 전동차가 점검받고 있다. ⓒ 연합뉴스
뉴스1은 “이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과 조신구 기술본부장은 탈선 의혹이 제기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러 열차를 탈선시킨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런 보도의 말미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자 이중호 인천교통공사 사장과 이광호 경영본부장, 조신구 기술본부장등이 사과했다.”며“이 사장은 탈선사고가 맞다며 관련자를 문책하겠다”는 발언도 보도한 부분이다.

기사의 내용에서 오보는 없다. 문제는 느닷없이 이중호 사장이 등장하여 문책하겠다는 말을 한부분에서 독자들의 오해가 나왔다. 네이버 포털의 위력때문인지 뉴스1의 이 기사에는 댓글이 새까맣게 붙었다.

댓글중 가장 많은 ‘좋아요’(2015건)를 기록한 글은 “은폐하고 조작보고 지시 최종 결정권자가 사장인데, 사장이 누굴 문책하겠다는 거지?”였다. 여기서 사장은 이중호씨를 의미한다. 2천명 남짓 ‘좋아요’를 누른 이 댓글은 잘못된 것이다.

뉴스1은 연합뉴스나 경향과 달리 무엇을 오해하도록 기사를 작성했을까?

신임사장이라는 설명없이 기사내용 가운데 이중호 사장이 갑자기 등장하니 그가 죄인이 된 것이다. 전혀 엉뚱한 사람을 함께 조작에 가담한 가해자로 비난받게 만든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광호 사장직무대행이 기술본부장과 허위보고를 했으며 그 당시 이중호 사장은 인천교통공사에 근무하지않았다는 점을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 신임사장으로 허위보고 당시에는 없었지만 윤리적 책임감으로 함께 사과하는 자리에 갔다가 욕을 함께 먹게 된 것이다.

▲ ⓒ iStock
매우 사소한 것이고 오보도 아니지만 보다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으면 죄없는 사람을 중죄인으로 만들 수 있으며 댓글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다. 신임사장이 언론의 보도로 엉뚱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비난을 받는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닌가. 독자를 배려한 기사작성이 아쉽다. 정작 허위보고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은 여전히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 언론의 보도는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작성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