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불출석 사유서’에서 지난 1월 폭로된 일명 ‘백종문 녹취록’에 대해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디어오늘이 백 본부장이 홍영표 환노위원장에게 제출한 ‘답변서(불출석 사유서)’ 전문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백 본부장은 특히 지난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 도중 해고된 최승호 PD에 대해 “당시 MBC 편성제작본부장으로서 인사위원회 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면서 “관할 부서 본부장이라는 사유로 제척돼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 본부장은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법리의 문제인지 증거의 문제인지에 관해 전문지식이 없는 법률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개인적 견해를 언급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거짓말 ① 최승호‧박성제 해고 소송 져도 ‘뭐든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월25일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백 본부장은 2014년 극우 매체 폴리뷰 편집국장 등과 1차 회동 당시엔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자문변호사였던 정재욱 법무실장도 합석했다. 그리고 백 본부장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해고한 의도와 소송에서 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회사의 방침’까지 정확히 고백했다.
백 본부장은 녹취록에서 “4명의 집행부는 해고 유지를 해야 하고, 박성제하고 최승호 2명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한다든가, 4대 2 정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 나는 뭐든 할 수가 있다”면서 “해고해 놓고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 그래서 둘은 우리가 그런 생각으로 (해고)했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또 “최승호하고 박성제를 해고할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한 것”이라며 “왜냐면 그 둘은 노동조합 파업의 후견인인데 증거가 없다. 후견인은 증거가 남지 않아 뭘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실토했다.
지난해 4월 서울고법 재판부가 인정한 최승호 PD의 징계 사유는 ‘인터뷰(오마이뉴스 출연)를 통한 명예훼손’뿐이다. 법원은 파업 중 ‘사장 귀사와 보도본부장 퇴근을 방해했다’는 것만으로 박성제 기자를 해고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백 본부장은 법원이 인정한 ‘징계’ 사유를 차용하면서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그러나 법원 판결 후에도 MBC 사측이 해고 사유로 열거한) ‘해고’의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백 본부장 스스로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해고했다’고 밝힌 것 외에는 왜 두 사람을 해고했는지 ‘증거’를 내놓은 적이 없다. 그의 주장처럼 두 사람에 대한 해고가 ‘증거’가 아닌 ‘법리’의 문제라면, 파업이 정당한 이상 직원을 해고할 증거가 아무것도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거짓말 ② 프로그램 아이템과 패널까지 적극 간섭했다
‘프로그램에 간섭하지 않았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백 본부장은 사유서에서 “방송에 대한 간섭은 방송사업자 이외의 사람이 방송사업자 측에 대해 하는 행위”라며 “방송사업자의 임원으로서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적 견해를 내놓는 것을 간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 본부장은 극우 매체 관계자와 만날 당시에도 방송 편성과 제작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고, 미래전략본부장이 되기 전 편성제작본부장이었어도 프로그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MBC 방송편성규약에는 ‘방송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리와 의무는 내·외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권한과 책임은 관련 국장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MBC 방송편성규약은 사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백 본부장은 또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고정 패널에 대해서도 “‘시선집중’하고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같은 거 할 때 경향신문,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왜 맨날 거기만 쓰느냐고 하면 거기밖에 사람이 없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야 빨리 바꿔라’ ‘한국일보도 나오지 말라 그래라’ 그래서 요즘 프레시안은 바꾼 것 같다”고 간섭한 사실을 고백했다. 역시나 백 본부장이 편성제작본부장 시절 프레시안과 한국일보 등 출연 기자들이 패널에서 빠졌다.
거짓말 ③ 경력사원 채용은 노조 탄압 목적이었다
아울러 백 본부장은 경력 직원 채용 시 지역 차별 등 의혹에 대해서도 “채용 시 능력, 자질 등 요소뿐만 아니라 가급적 학력, 지역, 성별 등에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한다는 취지”라고 부인했다.
이 역시 녹취록을 보면 백 본부장이 밝힌 경력사원 채용 기준이 ‘균등한 인적 구성’이 아닌 노조 조합원 대신 ‘회사 말을 잘 듣는’ 직원을 뽑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였음을 알 수 있다.
백 본부장은 “요새 우리 회사가 많이 좀 안정화 되고 있는데 대신 임진왜란 직전에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설 주장했을 때처럼 지금 MBC도 준비하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며 “밑에서 파업했던 사람들이 올라오고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된다’는 큰 명제를 가지고 인사가 끝나고 올해 안에는 조직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이어 “인사 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음에도 노동조합이 힘이 센 거 같으니까 다 그쪽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며 “이 친구들도 자기 출세라든가, 직장생활에 눈치 보는 것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이쪽으로 확 간다면 절대로 그렇게 안 한다”는 등 경력사원 채용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28일 백 본부장의 국감 불출석 사유 관련 논평을 통해 “‘백종문 녹취록 사건’의 진상규명을 철저히 방해했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방문진 위의 박근혜 정권, 박근혜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MBC, 이들의 상부상조는 추악한 권언유착의 모습일 뿐 ‘언론자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권언유착’의 당사자인 백 본부장이 감히 ‘언론자유’를 운운하며 국회를 무시한 처사는 국민을 모욕한 것이며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며 “무고한 직원을 증거 없이 불법으로 해고하고도 일언반구 반성 없이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백종문은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