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최저임금 인상’ 발언 이후 정부여당,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여당에서 나오는 방안은 ‘7% 인상’으로 지난해, 지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말잔치’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이 실제 저소득계층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려면 얼마나 올라야할까. 16일 오전 이인영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방안은?’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방안은 정리하자면 약 8000원이냐, 1만원이냐 크게 두 가지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평균임금의 50%가 현 시점에서 적절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임금이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정액급여 평균값을 뜻한다.

   
▲ 16일 오전 국회에서 ‘최저임금, 현실화 방안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김 연구원은 시중노임단가를 또 다른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을 대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의 기본급 단가로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보통인부 노임)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공공부문의 최저임금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4년 평균 노임단가는 8109원이다. 김 연구원은 “8109원은 평균임금의 49.5%”라며 “이는 평균임금의 50%라는 최저임금 목표가 현실적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펑균임금 50%’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 당시 새정치연합 문재인 후보는 ‘최저임금을 평균 임금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고, 2012년 5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노총은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을 제시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무엇을 가장 결정적 근거로 사용할 것인가, 결국 생계비다. 노동자 본인과 그 가족이 살아갈 만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제시한 2013년 단신 근로자 한 달 생계비는 150만 6천원(시급 7207원)이다. 그러나 2015년 법정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으로,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환산하면 116만 6220원이다. 가족의 생계비는커녕 1인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민주노총은 도시근로자 1인가구 가계지출(통계청, 2014) 가운데 경상조세, 법정사회보험료 등 공적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소비지출을 기준으로, 기본 지출을 산출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자 평균 가구원수인 2.5인(한국노동패널 자료)을 곱해 평균 가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출규모를 산출했다. 이에 2015년 경제성장률(3.4%), 물가상승률(1.9%), 소득분배 개선치(2.9%)를 반영해 계산하면 한 달 생활을 위해 필요한 돈은 약 208만 9035원이고, 시급으로 계산하면 9995원, 약 1만원이다.

   
▲ 평균임금대비 최저임금비율. 자료=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 발제문.
 

토론회를 주최한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건복지부 발표 2015년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66만 8천원이며, 정부는 ‘긴급복지지원법’에 의거해 최저생계비 185%(308만 6천원) 이하의 4인 가구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주거, 의료, 교육, 전기, 가스 요금 등을 지원한다”며 “맞벌이의 경우 1인 소득 154만원, 최저시급 7380원에 미달하는 가정이 저소득층으로 분류되어 위기상황시 정부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최소한 보건복지부 긴급복지원대상 최저생계비 기준과 실제 단신근로자의 생계비 수준으로는 최저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생활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생계비에 불과하다.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성장과 소비의 경제선순환구조로 진입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을 전개해 온 알바노조의 구교현 위원장은 “처음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을 때 ‘저런 이상한 놈들이 다 있나’라는 시선을 받았는데 지금 논의되는 것을 보니 반가운 현상”이라며 “단순히 밥 먹고 사는 생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아니라 노동시간이 줄어들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고, 노동시간이 줄어야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최저임금 논의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노동부의 권창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권 과장은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절대적인 답은 없다”며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이라는 논의도 있다. 이런 것을 종합할 때 정답이 없고, 현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공익위원들이 모여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에는 사용자 측의 논의를 들어보면 균형된 시각에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선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김 연구원은 “노동부는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이 낮은 편이 아니라고 했는데, 납득이 잘 안 간다”며 “자료를 보면 비슷한 국민소득 대비 한국 최저임금 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 국민소득과 최저임금의 관계. 한국(KOR)은 일직선 상의 아래 쪽에 위치하고 있다. 자료=김유선 한국사회노동연구소 선임연구원 발제문.
 

김 연구원은 또한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은 편이라는 통계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고, 임금수준이 낮다. 그런데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없으니 임금노동자로 평균 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한 뒤 통계에 집어넣다보니 평균 수치가 높게 올라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또한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시중노임단가를 봐도 제일 밑바닥이 시급 8000원이다. 이는 정부 지침”이라며 “이 수치가 앞서봤던 평균임금 50%와도 일치한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하지만 상당 부분 합의를 모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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