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살려내라! 박근혜가 책임져라!"

세월호가 침몰한지 만 열흘, 주말 저녁을 맞아 서울 명동과 청계천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과 많은 외국 관광객들은,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을 규탄하는 2천여명의 촛불 시민들의 행진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2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과 대한문 앞에서는 각각 2천여명, 3백여명의 촛불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정부의 늑장 대응과 소극적인 구조로 인해 참사 열흘이 지나도록 생존자를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노란리본을 준비해와 현장에서 원하는 시민들에게 나눠주던 청소년단체 '희망' 회원들은 자유 발언을 통해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과, 늑장 구조와 생존자 구조의 의지가 약해 보이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 원망을 쏟아 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촛불시민들이 공중파 방송으로 유일하게 취재중이던 KBS 카메라와 기자를 쫓아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금만 더 빨리 구조작업을 했었더라면 단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가요? 왜 아이들을 다 죽게 놔둡니까?"


 
"저는 중학생입니다.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이 자리에 나와서 촛불을 든 이유는 뭘가요? 오늘 오전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1위가 이경규 골프더군요. 지금 중요한 것이 그것일까요? 깨어있는 언론인들과 기자들은 이제 감춰진 진실들을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 남탓만 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2-3일 동안이나 구조할 생각은 전혀 하지않고 대책은 내놓지 않았으면서 선장탓, 구하지 못한 해경 탓이다 하며 가장 큰 죄 있는 사람에게 처벌을 크게 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당신부터..."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지만, 언론에서는 게속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하면 뭐합니까?"

   
대한문 앞에 모였던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서울광장을 천천히 세바퀴 돌면서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했다. 서울시청이 내건 세월호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현수막.
이치열 기자 truth710@
 
   
타일랜드에서 온 학생들이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으로 촛불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실종자 무사귀환과 침몰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대선개입-간첩조작사건 국정원시국회의가 주최한 동화면세점 앞 '세월호 실종자 무사귀환과 침몰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1시간여의 자유발언을 마치고 광화문 네거리를 출발해 을지로와 명동성당을 지나 명동 번화가와 청계천을 돌아 촛불행진을 하며 정부의 안일한 구조작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어린 아이를 업고 함께 용인, 인천 등 수도권에서 왔다는 부부들, 수녀, 학생, 정당인 등 다양한 시민들이 동참했고, 특히 타일랜드, 싱가폴, 미국 등 다수의 외국 관광객들은 노란 리본을 함께 달고 행진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해 주기도 했다.

   
26일 밤 청계천 변 난간에 한 외국인 관광객이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글을 적은 노란 리본을 매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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