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한미동맹의 합법적인 연례 훈련에 대한 북한의 협박은 부당하며 이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고, 더불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날 강연은 세계일보가 후원하고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실과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했으며 새누리당 김무성, 정의화 의원 등 정치인들과 세계일보와 통일교 관계자들5백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전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하며 ‘지한파’이자 ‘친한파’로 알려진 힐 전 차관보의 이날 강연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반도 평화로드맵’이란 제목에 맞춰, 북핵문제 해결과 경직된 현재 동북아관계에 대한 해법에 초점이 맞춰졌다.

힐 전 차관보는 현재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핵’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핵보유국가가 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핵이 자신들의 정권을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며, 이웃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증진과 한반도의 안정을 통해서만 정권의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특히 그 점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이지만 내부와 주변국의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미래를 두려워하며 발을 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이 됐을 때 중국의 미래 또한 더 불안정해질 것이므로 중국은 북한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현재 조금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본격적인 개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미 동맹에 기반한 한반도의 안보유지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일에서 25일로 예정된 이산가족상봉의 걸림돌로 부상한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문제 제기를 겨냥한 듯 단호한 메시지를 던져 주목을 끌었다. 힐 전 차관보는 한미 동맹 간에 공동 방어협약을 맺고 미국의 군사력이 개입하면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전술 훈련은 매우 중요하며 북한과의 협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협박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훈련은 1950년 봄에도 했다면 김일성이 그런 방향(한국전쟁 발발)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6자 회담에 조건없이 돌아오게 하자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이미 협상했던 사항들(9월 협약 등)을 이행하고 회담에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비관론자들의 의견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몰아가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며,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이란의 핵문제처럼 협상을 통해 북한을 핵포기와 경제협력 등의 미래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친 힐 전 차관보가 새누리당 김을동, 김무성 의원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근 불거진 일본과 주변국들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 힐 전 차관보는 반목의 역사를 넘어 건설적인 방법을 찾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폴란드의 예를 들며 과거사에 대해 독일이 사과를 구했고 폴란드와 관계가 개선됐던 것처럼 한일 관계도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전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후 질의 응답 시간에 ‘햇볕정책’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의 파트너 국가이긴 하지만 각 정권의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오는 4월에 아시아를 방문할 예정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은 확정되어 있는데 한국도 방문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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