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영화감독이 휠체어를 타고 스크린 앞 문으로 들어온다. 감독 몰래, SNS를 통해 이틀 만에 전국에서 모인 5백여명의 시사회 관객들은 감독의 캐리커처가 담긴 하얀 티셔츠를 입은 채로 응원메시지를 담은 종이비행기를 일제히 그에게 날려보낸다. 감독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11일 밤 춘천CGV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한 사람만 모르는 특별 개봉<시바,인생을 던져>'의 한 장면이다. 그 주인공인 '단 한 사람'은 독립PD 이성규 (50세) 감독으로 그는 많은 방송 영상물을 만들어 왔으며 특히 인도 등지를 돌며 10년 동안 찍은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가 지난 2010년에 아시아권 최초로 암스테르담 다큐영화제 장편부문 후보로 오르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영화 <시바,인생을 던져>는 10여년 동안 인도 등지를 돌며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었던 이성규 ( https://www.facebook.com/seonggyou.lee )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삶의 큰 고민들을 가지고 인도로 오게 된 네 명의 등장인물이 인도에서 삶의 의미와 희망,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올해 초에는 '창작집단 917'멤버들과 함께 만든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첫번째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의 촬영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이 감독은 지난 5월 돌연 간암 판정을 받고 급격하게 병세가 악화되어 이달 6일 춘천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 이성규 감독은 생사를 넘나드는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단호한 목소리로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한국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호소했다.
@이치열 기자
 
   
▲ 이성규 감독은 생사를 넘나드는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단호한 목소리로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한국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호소했다.
@이치열 기자
 


<시바, 인생을 던져>는 당초 내년 봄에 개봉 예정이었지만 이 감독의 건강상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만큰 악화되자 그의 가까운 지인들을 중심으로 이감독 만을 위한 시사회를 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감독의 유년시절 절친했던 후배인 광고회사 How's Creative의 이성용 대표가 페이스북에 시사회를 제안했고 GS칼텍스의 기업 소셜미디어팀이 의기투합해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시사회 관객을 모집했다. 

평소 한국독립영화에 대한 열정과 공영방송의 외주제작관행에 대한 소신있는 비판 의견 표출을 아끼지 않던 이 감독의 성품과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SNS의 힘이 더해져 관객은 이틀만에 5백여명에 이르게 됐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이성규 감독은 11일 오후 7시에 시사회 사전 행사에 참석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감격했고 소회를 말했다. 그는 하루 앞을 내다보기도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독립영화에 대한 영화팬들의 지지와 격려를 호소해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건강과 영화의 성공을 기원하는 독립영화애호가들의 열기로 뜨거웠던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돌아본다. 

   
▲ 11일 오후 4시 LG아트센터 뒤에서 춘천으로 시사회 관객을 싣고 떠날 준비중인 관광버스 5대가 서 있다.
@이치열 기자
 
   
▲ 6시10분 CGV춘천 도착! 과연 이성규 감독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지? 영화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함을 안고...
@이치열 기자
 
   
▲ CGV춘천으로 들어가는 시사회 관객들.
@이치열 기자
 
   
▲ 이성규 감독의 캐리커처가 들어간 티셔츠와 응원메시지를 적어 종이비행기를 만들 종이를 받기 위해 줄선 시사회 관객들.
@이치열 기자
 
   
▲ 이성규 감독의 캐리커쳐 포토월 앞에서 관객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 이성규 감독의 자전적 영화 <시바,인생을 던져> 출연배우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미라, 순현, 박기덕, 이정국 씨(왼쪽부터)...
@이치열 기자
 
   
▲ 시사회 식전행사가 시작되기 전 스크린에서는 이성규 감독의 현장 스틸사진 슬라이드쇼가 펼쳐졌고, 이를 지켜보는 이성규 감독의 아내와 두 딸들.
@이치열 기자
 
   
▲ 이성규 감독의 캐리커쳐가 들어간 흰 셔츠를 입고, 응원메시지를 적어 접은 종이비행기를 든 관객들이 이 감독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 7시 7분경 드디어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이성규 감독이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치열 기자
 
   
▲ 시사회장으로 들어서는 이성규 감독을 향해 응원메시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힘껏 날리는 관객들.
@이치열 기자
 
   
▲ 이성규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소설가 이외수 씨가 이 감독의 손을 꼭 붙잡고 격려하자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이 감독. 이외수 씨는 이 감독의 전작 <오래된 인력거>의 내레이션을 맡은 인연이 있다. 
@이치열 기자
 
   
▲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단호한 목소리로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한국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호소했다.
@이치열 기자
 
   
▲ 스크린 앞에 선 이성규 감독과 함께 하고 싶은 어린 두 딸들.
@이치열 기자
 
   
▲ 이성규 감독은 사전행사가 끝났지만 함께 영화를 보겠다며 객석 왼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치열 기자
 
     
   
▲ 특별한 시사회를 SNS에 제안했던 이 감독의 후배 How's Creative의 이성용 대표가 준비한 영상메시지가 상영되자 다시 한 번 울음을 터뜨리는 이 감독. 
@이치열 기자
 
   
▲ SNS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이성규 감독의 쾌유와 <시바,인생을 던져>의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 슬라이드쇼가 사전행사로 진행됐다.
@이치열 기자
 
   
시사회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기자는 '시바' 두 글자를 차창에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며 <시바,인생을 던져>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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