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가는 데도 문래동 철공소 밀집 지역에서 갤러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토요일 오후에도 문을 연 몇몇 철공소에서, 금속 부품을 깎아대는 요란한 기계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한 골목에서 그가 걸어 나왔다.

방송사 외주제작PD에서 사진가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의 사진가 이승훈(35) 씨. 그의 첫 개인전 가 열리는 문래동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413’에서 그를 만나 전시에 대한 짧은 얘기를 나눴다. 일본말로 ‘마치코바’는 동네에 있는 작은 공장을 말한다. 보통 1층 지붕을 없앤 2층의 구조이며 ‘스페이스 413’은 그런 작은 공장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갤러리다. 들어서니 얼굴에 수술계획도가 그려진 여성의 얼굴이 가로 160cm, 세로 190cm의 크기로 가운데 걸려 있고 양 옆으로 그 절반 크기 정도의 액자가 3개씩 걸려 있다.

   
▲ 작품들과 함께 선 이승훈 사진가
@이치열 기자
 

‘성형수술’이란 소재를 어떻게 주목하게 됐으며 작업 과정은 어땠는지?

대학에서 매체공학을 전공하고 몇몇 방송국을 오가며 프리랜스 외주PD를 하다가 30세에 사진에 뜻을 두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과정에 들어갔다. 몇 년 전 채널동아의 성형수술 프로그램 ‘도전 신데렐라’의 외주 제작 PD를 맡게 됐다. 그때 처음 봤던 수술실 풍경에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차츰 방송을 이어가면서 성형수술에 관심이 생겼고 사진작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방송영상 촬영과 사진촬영을 함께 하다가 나중에는 방송은 안하고 사진작업으로만 팀에 합류해서 진행했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수술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 오디션에 응모해 선발되어 수술로외모가 변화되는 과정을 TV를 통해 공개하는 '메이크오버 쇼'의 출연자들이다. 수술 직전 얼굴에 펜으로 그리고(수술계획도) 나서 잠깐 사진을 찍은 후 수술하러 들어간다.

   
▲ ON PLASTIC SURGERY
사진=이승훈
 
   
▲ ON PLASTIC SURGERY
사진=이승훈
 

인물들이 순순히 촬영에 응했는지?

어떻게 피사체를 섭외했는지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는데 운이 좋게도 방송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셈이다.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고 이 주제로 사진작업을 진행중이라며 보여주기도 했고, 전시도 할 생각임을 밝히고 서면으로 초상권, 저작권 문제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방송제작PD로 같이 시간을 보냈던 것도 친근하게 작용했고, 방송에 얼굴이 이미 공개된 분들이라 동의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찍었던 모든 분들이 다 동의해 준 것은 아니다. 수술이 끝난 후 연락 안 되는 분들도 있었다. 전시된 사진들은 동의된 분들의 사진이다.

   
▲ ON PLASTIC SURGERY
사진=이승훈
 

   
▲ ON PLASTIC SURGERY
사진=이승훈
 

성형수술 직전의 인물 사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유명 연예인들도 ‘성형수술’을 했다고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것이 대세가 되버린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를 성형수술 소비의 주체라고 생각하지만 매스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미에 대한 기준의 메시지(이런 눈이 아름다운 눈이고, 저런 턱이 아름다운 턱이고, 또 이런 몸매가 아름다운 몸이라는 식의)가 없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스스로 규정할 능력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 수백만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용 대신 방송을 통해 얼굴이 전국에 알려지는 부담을 선택한 그녀(그)들은, 경제적인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외모를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과는 또 다른 입장에 놓여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자세히 보면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인 사진속 인물들의 눈이 충혈된 것을 볼 수 있다. 막상 수술을 결심했지만 전날 밤에 두려움에 한숨도 못 잔 사람도 있고, 밤새 운 사람도 있는 것이다. 얼굴에 그린 선과 표정, 피부의 디테일을 살리기위해 4x5 대형카메라와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매력적인 육체와 외모에 높은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이미지 우선’의 우리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과 기준에 의한 신체의 변형을 통해 외모를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목적과 기준은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의 욕망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사회 통념에 의해 강요된 것이기도 하며, 그 둘이 모호하게 뒤섞여 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 싶다.

전시는 오는 11월 6일까지 진행되며 온라인 갤러리는 다음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어떤 '선'에 관하여  
작가 페이지 On plastic surgery

   
▲ 전시장 가는 길
문래동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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