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 이틀째인 25일 전국 3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 전국 연석회의와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시국회의는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전국 연석회의를 연 후 11시 30분에 결의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철저한 국정조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있는 입장표명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 해체수준의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다. 또 국정원 사태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는 언론의 불공정한 태도에 유감을 표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국정원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활동을 공정하게 보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상파 3사중 KBS만이 취재를 하고 있었다.

전 국정원 과거 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 민간위원이었던 안병욱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때 두 번 다시 국정원이 과거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배려한 과거사 조사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미봉책이었다”고 말했다.

   
▲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 전국 연석회의' 참석자들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을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그때 '이렇게 해서 국정원이 반성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는 1961년 박정희, 김종필이 쿠데타를 일으킨 첫날 첫 번째 안건으로 만들었고 이는 정치 공작을 하기 위해서였다. 중앙정보부는 정치적인 반대자를 탄압하고 감옥에 가두고, 모든 선거에 개입해서 선거부정, 투개표조작을 해냈다. 63년부터 전두환 시절까지 단 한 차례도 예외가 없다. 정보부의 후신인 안기부의 장세동은 직원들에게 “안기부는 전두환 각하의 분신이다. 그분을 위해서라면 생명을 바쳐서까지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라고 신년사에서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정치공작의 DNA를 가지고 있는 국정원이 근본적으로 해체돼서 새로 조직되지 않는 한 오늘과 같은 정치공작은 계속 될 것이다. 제대로 된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민 전체의 정치적 요구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희연 민교협 상임의장은 “현재까지 36개 대학에서 서명에 동참했고 서명교수 전국대회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민주화운동 당시 핵심 요구 의제중 하나가 정보기관과 군부의 정치개입 금지였지만 이들이 다시 복원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물론이고 외교, 안보, 정보, 대북 라인 전면에 군부출신이 이전보다 훨씬 폭넓게 배치되어서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현재는 정권 초기로 국민들이 일정한 균형감각을 갖고 국정원 대선개입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국민들의 절제를 박근혜 정부가 악용하면서 정상회담록을 공개한다던가 하는 추가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문제이며, 이런 사태가 지속된다면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 존재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철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변 장주영 회장은 “국정원 개혁을 위한 전제로 국정원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누가 어느 부서에서, 어떤 탈법적인 행위를 했는지 규명되어야 하므로 국정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그 마무리 작업으로 국정원법 개혁이 이뤄질 것이다. 국정조사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당 대표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은 국정원이 대선 개입을 경찰이 은폐하고 법무부장관이 시간을 끌었고 국정원은 NLL 정상회담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는 등, 국기문란을 국기문란으로 덮은 것이다. 이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을 지탱하기 위해서 중앙정보부를 정치에 활용했던 정보정치가 그대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국정원에 의한, 국정원을 위한, 국정원의 정부-독재정부로 가게 돼 있다. 막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왜 민주당 국정조사 특위위원을 트집 잡고 증인도 못 내놓겠다고 하고, 검찰의 선거법 위반 수사도 부정하고 있는지 말해야 한다. 회의도 비공개로 하자고 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단기적으로 증인채택에 집중하겠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원세훈을 서울시에서 국정원장으로 끌고 온 사람, 유일한 지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반드시 증인으로 끌어내야 이번 사건의 본질을 밝힐 수 있다. 민주당의 협상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호소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국정원이 지속적으로 정치에 개입해서 진보진영과 야당에 색깔론 공격을 해왔던 것과 대선에 개입해서 박근혜를 당선시킨 것은 민주주의 역사를 유신으로 후퇴시킨 범죄 행위다. 진보당은 국정원으로부터 지난 1년 동안 가장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온 당사자이지만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려 온 우리 국민 모두 그리고 6.15선언과 10.4 선언을 지지했던 우리 민족 전체다. 진보당은 오는 8월 15일 10만 촛불을 제안했다. 국정조사가 15일 종료예정이고 새누리당의 각종 방해공작에 시달리고 있지만 우리는 그 날을 시작점으로 삼자고 호소했다. 길게 갈 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부정선거를 철저하고 완벽하게 규명하고 책임지도록 하지 않는 한, 이후의 어떤 선거도 수구집권 세력의 정치공작에서 벗어났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국회의가 제대로 가기 위해 정당의 공식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8월 촛불에서 만나자”라고 말했다.

시국회의의 박석운 상임대표는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이 도청이 아니라 ‘도청을 몰랐다’고 한 거짓말 때문에 사퇴했다.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적 책임과는 별개로,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원의 헌법유린을 방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탄핵받아 마땅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연석회의 중에 논의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결의문) 전문이다. 

   
▲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 전국 연석회의' 참석자들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을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