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진행중인 280여일의 철탑 고공농성을 끝내기 위해, 지난 20일 전국에서 천5백여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 모였다. 오후 7시경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현대자동차 직원, 용역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취재하던 사진, 영상 기자들에 대해 현대자동차 직원과 용역들이 물대포와 소화기를 조준 분사한 정황이 포착돼 의도적인 취재방해 행위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7시경 울산 현대자동차 3공장 앞에서 공장진입을 시도하던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현대자동차 직원, 용역들이 소화기와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이를 취재하던 사진, 영상 취재기자들의 카메라가 물대포로 인한 침수와 소화기 분말에 피해를 입었다. 취재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조준 분사를 했던 정황을 증언하는 기자들이 많다.

   
▲ 지난 20일 울산 현대자동차앞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공장진입시도를 취재하던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오른쪽)와 시사신문 원명국 차장이 현대차 직원과 용역들이 집중해서 쏘는 물포를 피해서 달리고 있다.
사진=김민 사진가
 
한겨레 허재현 기자는 이날 총 2차례 소화기와 물대포를 맞았다. 허 기자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공장진입을 시도하면서 철책을 떼어낸 곳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다가 현대차 관리직들이 ‘저리 가라’면서 물병으로 뿌린 물을 얼굴에 맞았다. 그러자 그는 기자증을 제시하며 소속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항의하던 중이었는데 옆에 있던 용역이 2-3m 앞에서 소화기를 쐈다. 근처에 있던 있던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그를 잡아 끌어 뒤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허 기자가 기자증을 제시하며 얘기 중이었기에 충분히 기자로 인식했을 거다. 고의적으로 쐈다. 허 기자를 그 상황에서 빼내기 위해 내가 다가가니 또 쐈고, 허 기자를 감싸 안았지만 계속 쐈다"고 증언했다. 약 40분쯤 후에 허 기자는 현대차 직원과 용역들이 낫과 칼 등을 들고 있는 것이 보여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자증 꺼내 보이며 접근했는데 관리자들이 막아섰고 약 1분 정도 실랑이를 하던 중, 갑자기 옆에 있던 현대차 직원이 소화기와 물대포를 다시 쐈다고 전했다.

   
▲ 한겨레 허재현 기자가 지난 20일 저녁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직원들과 용역들이 쏜 물포와 소화기가루를 뒤집어 쓰고 있다.
사진=미디어몽구 트위터 갈무리
 
   
소화기를 맞아 고장난 미디어몽구의 동영상 카메라
사진=미디어몽구 트위터 @mediamongu 갈무리
 
허 기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홍보실은 ‘정말 현대차 직원이 쏜 것에 맞은 건지 확인이 안된다. 하지만 얘기가 사실이라면 개인적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허 기자의 노트북은 물대포를 맞아 침수로 인해 고장났다. 허 기자는 "온 몸에 소화기 분말가루를 뒤집어 썼으며 숨을 쉴 수가 없고 피부가 따갑더라. 쌍용차 취재 때가 떠올랐다. 경비 직원들이 무소 불위였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들이 버젓이 행해졌다. 기자임을 밝혔고 내가 공격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아니다. 취재진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종면 기자는 "그 현장에서는 현대차 관리자나 용역들이 법 집행자였고 그들의 폭력이 보장되고 방조됐다고 느꼈다. 그들이 언론의 눈을 무서워 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상황을 함께 목격하고 사진을 찍었던 영상 저널리스트 ‘미디어몽구’씨는 "다른 집회 현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이 그날 벌어졌다. 집회 참가자들보다 취재진에게 더 집중적으로 소화기와 물대포가 쏟아졌다. 소화기 분말을 너무 들이켜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다. 카메라만 갖다 대거나, 플래시만 터지면 어김없이 물대포와 소화기가 날아들었다. 경찰도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내 동영상 카메라도 고장나 수리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단체 소송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프레시안 최형락 사진기자는 "초반부터 사진기자들 카메라를 조준해서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고 항의하는 기자들에게는 더 집중됐다. 내 카메라를 조준해서 쏜 물대포를 두 번 맞았고 한 번은 머리를 직접 맞아서 안경이 날아가 찾느라 애를 먹었다. 초반에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현대차 직원이 카메라만한 돌을 던지는 것도 봤다. 어떤 여기자는 6mm 카메라를 가지고 취재하다가 뒤로 빠질 무렵, 용역들이 물대포를 조준해서 쏘더라. 나는 카메라와 렌즈 한 대씩 침수 피해를 입었다.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많이 찾는 캐논AS센터 서울시청점에 오늘(22일) 갔더니 수리를 받으려는 언론사 카메라가 몰렸다.(캐논시청AS센터는 총 16대의 카메라가 침수나 소화기 분말로 인한 고장으로 21일 접수됐다고 확인했다. 지역 기자들과 타 카메라 메이커 미포함.)’ 최 기자는 '의견이 다른 양측의 중간 지대에서 감시하고 기록하는 언론인들의 취재행위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폭력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가 현대자동차 직원과 용역들이 쏘는 물포를 맞고 있다.
사진=정택용 사진가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사진기자는 “처음에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뿌리다가, 언론사 카메라들이 다가서면 카메라를 조준해서 물포를 쏘고 소화기를 뿌렸다. 취재중이다라고 항의하는 울산 주재 연합뉴스 기자에게도 물포를 쐈다. 기자인지 확인했으면서도 쐈다. 내 카메라는 충돌 상황 20분쯤에 침수로 인해 고장나서 이후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야만 했다. 어두워져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찍는데도 물포를 쏘더라.”라고 증언했다.

한편 집회가 마무리 될 무렵 채널A 촬영 기자가 일부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희망버스에 참가했던 대학원생 길 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어두워 지고 있던 저녁 8-9시 사이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경찰에게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채널A 취재진이 참가자들에게 목격됐고 시위대가 ‘어디 소속이냐’고 묻자 20대로 보이는 모자를 쓴 남자가 ‘채널A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니가 여기서 왜 찍냐? 이거 어떻게 쓸 려고 그러냐. 보도 똑바로 할 거 아니면 꺼져라! 카메라 뺏어!’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놀란 채널A 촬영기자는 자리를 피하려다가 한 참가자가 카메라를 내 놓으라고 하니 자신의 카메라를 옆에 있던 경찰에게 넘겼다. 이에 더 격앙된 참가자 일부가 죽봉으로 머리를 3-4회 때리는 것을 봤고,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에 또 놀래서 때리지 말라고 소리지르며 말려서 보냈다. 취재진에 대한 폭행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2일자 지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언론노조는 23일 발표한 성명 '현대차는 언론탄압까지 자행하는 폭주자동차인가?'를 통해 '이 같은 폭력이 언론인들에게도 자행됐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다. 기자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보도하는 책임과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기자들이 자유롭게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에 속하는 사회적 합의다. 이번 현대차 사측의 태도는 이러한 기본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홍보팀 관계자는 23일 오전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위와 같은 기자들의 증언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고 있고 기자들의 항의가 들어온 것이 없어 잘 모르겠다. 기자인지 알고 일부러 조준해서 쏠 수는 없는 일이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일 당일 현장에는 현대자동차 관리직 직원들과 보안요원들이 같은 옷을 입고 섞여 있었으며 보안요원들 절반은 현대차 정직원이고 절반은 용역업체 직원이라고 밝혔다.  

   
▲ 이날 현대자동차 직원과 용역들이 경찰 지휘관에게 소화기를 던지는 장면이 목격돼 충격을 더했다.
사진=정택용 사진가
 

   
▲ 이날 현대자동차 직원과 용역들이 경찰 지휘관에게 소화기를 던지는 장면이 목격돼 충격을 더했다.
사진=정택용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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