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문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인권선언문이 무색할 만큼 인간 존엄성과 권리가 짓밝히고 있다.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끌려간 여성도 있고,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부족을 집단 학살한 적도 있고, 선진국에서도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국가에 방해된다고 인터넷을 검열하고 차단하면서 개인 SNS를 실시간 감시한다. 이런 현상에 언제까지 분노만 할 것인가. 저자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과 표현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면 세
영화 ‘블랙머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 있습니다.지난 11월 13일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 영화 ‘블랙머니’는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서있는 작품이다.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작업 환경에서 20년 이상 이름을 올린 영화 감독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이후 30년 이상 영화 연출자로 활약하는 정지영 감독이 2012년 ‘남영동 1985’ 이후 8년 만의 신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블랙머니’에는 정지영 감독이 꾸준히 ‘사회고발 영화’를 만들려 하는 의지가 담긴 작
독일에도 기자들을 향한 혐오가 있다. 기자를 향한 (비판이 아닌) 혐오의 근거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내 편’이냐 아니냐에서 갈린다. ‘기레기’같은 단어는 없지만 혐오의 방식은 중세시대 마녀사냥 같이 극악하다. 지난 11월23일 하노버에서 열린 신나치 집회와 반나치 집회에서는 이러한 혐오에 대응하는 독일 시스템의 면면을 보여준다. 소위 신나치당이라고 불리는 독일 국가민주당(NPD)은 하노버 북독일방송국 앞에서 특정 기자들을 타깃으로 한 집회를 예고했다. 해당 방송국에서 극우 테마를 보도했던 율리안 펠트만(Julian Feldmann)
최고의 고등 교육기관인 대학교가 무너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교는 취업양성소로 변했고 사학비리의 온상지가 됐다. 학생과 기업은 대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쓸모없다고 투덜대고 학문의 담론 대신 등록금이 화두가 돼 사학재단과 학생 사이에 불화가 쌓이고 있다. 벼랑 끝에 선 대학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이 책의 지은이인 김창인씨가 기억하는 첫 대학 수업은 최악이었다. ‘진로탐색과 자기계발’ 수업은 신입생 모두가 의무 수강했던 과목인데 기업 CEO와 인사담당자들이 번갈아 가며 자신들 인생관을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강의 들으
지난 11월 9일,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이라는 큰 기념일을 맞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는 화려한 무대가 설치됐고, 많은 이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그날을 축하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모인 희열의 분위기와 달리 무대 뒤에서 독일은 지금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는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는가?”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은 독일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화두다. 독일통일 이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구동독 지역민의 ‘불만’이 극우 정당을 낳았다는 사실은 우리
미술관에서 명작을 볼 때 우리는 그 명작에 거의 질문하지 않는다. 교육을 통해 그 명작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지 학습한 상태로 만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동하는 건 두 눈으로 명작을 실제 접한다는 설렘과 경험 아닐까.그런데 명작이라고 배운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남성인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피에타’에 성모 마리아는 지나치게 젊다. 자식이 죽었는데 성모 마리아는 최대한 절제된 슬픔을 보여준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은 대개 오열하며 이름을 부르고 사무치는 그리움과 슬픔에 못 이겨 쓰러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피에타
惠者心辯而不繁說, 多力而不伐功, 此以名譽揚天下.혜자심변이불번설, 다력이불벌공, 차이명예양천하.슬기로운 사람은 마음속으로 말하고 번거롭게 말하지 않으며, 능력이 많더라도 공을 자랑하지 않아 그 명예가 천하에 날리게 된다. 시진핑은 등의 글에서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인 묵자墨子의 편에서 이 글귀를 따왔다. BC 5세기 중반 노魯나라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묵자의 이름은 적翟이며, 평등과 사랑을 내세운 겸애설兼愛說을 주장했다. 는 책 이름으로 전국시대 유가에 맞선 묵자의 언행을 기록했다
독일 언론 최악의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명’, ‘유력’ 따위의 수식어가 붙던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서 지난해 벌어진 기사 조작사건은 독일 언론계의 큰 충격이었다. 다만 이 사건의 전모를 다른 어느 매체도 아닌 슈피겔이 스스로 공개했다는 점이 그마나 위안이 됐다.2018년 12월, 슈피겔은 주로 분쟁지역에 가서 르포기사를 쓰던 클라스 렐로티우스(Claas Relotius)의 기사 상당수가 날조되었다고 밝혔다. 쿠르드족, 멕시코와 미국 접경지역, 이슬람국가(IS) 등에서 어려운 취재원에 접근, 훌륭한 르포기사로 기자상을 휩쓸던
값도 싸고 가공도 쉽고 무게도 가벼운 화합물,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나오는 원료를 결합시켜 만든 고분자 화합물로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물질들이 태어났다. 플라스틱은 가공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았는데 지금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노트북, 스마트폰, 테이크아웃 컵, 음료수병, 빨대, 펜. 비닐봉지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에 쓰인다.늘 우리과 함께 있는 이 ‘판타스틱’ 플라스틱은 이젠 전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다.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낀 바다거북이 발견되고
“독일에 왜 왔어요? 독일은 뭐가 좋아요?” 독일 생활 6년 차, 누구를 만나든지 늘 맞닥뜨리는 질문이다. 언론을 공부하러, 과거청산과 통일, 안정적(?)인 정치 시스템, 훌륭한 사회 인프라, 이 모든 거대담론이 얼마나 사사로운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단어를 입밖에 올리기도 민망하다. 너무나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것들은 내 삶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니면 독일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앞의 질문에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다. 나도 모른다. 당장 내일도 모르는 삶인데
권력과 부조리에 맞서 용기를 낸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까.딴지일보 편집국이 7명의 공익제보자를 만났다. 재벌 갑질을 폭로한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부터 군납비리를 폭로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까지. 공익제보자들의 용기는 사회에 득이 됐고 조직과 사회에 변화를 가져다주면서 많은 이들이 혜택을 입었지만 정작 이들은 이런 변화에서 제외됐다. 조직 구성원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을 먼저 말하고, 가장 먼저 움직였다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대한항공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며 승무원이란 직업을 자
“그레타, co2를 줄일 수 있는 조언을 해 줄게. 숨 쉬는 걸 멈추면 돼. 그러면 우리는 1년에 300kg에 이르는 co2를 줄일 수 있어. 그러니까 이건 그냥 조언일 뿐이야.”“너의 미래는 정신의학에 달렸어 그레타. 광기가 벌써 니 얼굴 표정에 서려있네.”“그레타를 이제 집으로 좀 보내. 그만하면 됐어. 방학 참 길다. 이제 학교에 가고, 부모의 교육을 받자. 정말 짜증난다.”16세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에서 연설한 이후 조롱의 말을 내뱉은 건 도널드 트럼프뿐만 아니다. 독일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툰베리 기
빨갱이, 급식충, 한남충, 김여사, 개독교 등. 현재 대한민국에는 사상, 종교, 사회적 신분, 성별 등을 비난하는 수많은 혐오 표현들이 난무한다. 혐오가 나무하는 세상에서 철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혐오 표현과 표현의 자유, 대항 표현에 대한 글을 써온 저자는 인터넷 댓글에 보이는 참담한 혐오표현이 주는 불쾌감과 모멸감을 보고 혐오표현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특히 저자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는 ‘표현’ 행위에 관심이 많은데, 사람은 표현으로 대화하고 서로 소통하지만 순전히 ‘좋은 행위’만 하지 않는데 표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적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미디어들이 기다렸다는 듯 이를 비판하는 기사(중앙일보 사설=분양가 상한제, 공급 부족 따른 집값 폭등 대책 있나, 동아일보 사설=분양가 상한제, 공급부족-가격상승 악순환 불러온다, 이투데이 기사=분양가 상한제 ‘강남 재건축’ 타깃… “공급 위축으로 집값 더 뛸 것”, 매일경제 사설=공급위축·로또아파트 부작용 뻔한 민간 분양가상한제)를 쏟아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확대적용에 반대하는 미디어들의 목소리는 천편일률적이다. 분양가상한제가 공급을 줄여 중장기적으로 가격을 더
17.5유로.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공영방송 수신료가 나간다. 피 같은 내 돈. 하지만 괜찮다. 이 돈으로 나는 당당히 요구한다. ‘독일 공영방송, 일 똑바로 하시오.’독일에서는 가구 당 공영방송 수신료로 한 달에 17.5유로를 의무적으로 납부한다. 집에 TV나 라디오가 있는지 상관없다. 독일인인지 한국인인지도 상관없다. 1인 가구도 17.5유로,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 가구에서는 다 함께 17.5유로를 낸다. 저소득층과 대학 보조금을 받는 학생들, 미디어 접근이 어려운 장애를 가진 이들은 수신료를 면제받거나 할인받는다.독일에
여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여성들이 있다. 강한 유대감과 동료애로 뭉친 절친한 여성들의 집단을 ‘걸 스쿼드(Girl Squad)’라 말하며 SNS에서 해시태그(#GirlSquad)를 단다. 여성 연대는 여성을 주저앉히는 장벽을 허물 힘을 준다. 책 「걸 스쿼드」를 쓴 작가 샘 매그스(Sam Maggs)는 여성 작가로 책과 만화, 비디오게임 시나리오를 쓰는데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하나씩 쟁취 해온 역사를 소개하려고 이 책을 썼다. 책 「걸 스쿼드」는 세상을 바꾼 역대 최강 여성팀 20개를 소개한다. 여기엔 제주도 해녀들도 있다.
지난해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사람들은 남북 정상이 만난 판문점부터 만찬에 나온 평양냉면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이라는 낯선 문화에 열광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한 말은 남한 표준어와 북한 문화어의 관계를 드러내는 문장이 아닐까.남한에서 북한 말을 가장 많이 접한 것은 뉴스 화면에서 본 조선중앙TV일 것이다. 북한 아나운서가 등장해 곧 전쟁이라도 터질듯한 고압적이고 딱딱한 문장과 말투, 이걸 본 사람들은 북한 말은 과격하
최근 한국 공영방송의 새로운 육아 예능이 주목받는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는 돌봄 대란 실태 보고서라는 거창한 기획 의도를 담았지만, 솔직해지자. 그건 예능이다. 우리는 또다시 아이들을 소비하는 프로그램을 마주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방송 화면을 장악했다. 육아 경험이 없었던 남성 어른들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어른들의 서투름과 아이의 순수함과 귀여움이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볼거리가 된다.즐거움을 향유하는 것이 주목적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가장 잘 팔리는 대상이다. 우리는 TV에 나오는 아이를 보며 ‘힐링’한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7월16일부터 시행됨과 동시에 우리 일터 안에서 그동안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던 일터 속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위험과 책임소재의 외주화, 성차별, 고용구조, 업종, 근로 형태 등 노동권 사각지대 속 문제와 사례들도 다양하다. 문제는 이러한 부조리가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청년이 또 죽었다 2016년 5월 구의역 9-4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은성PSD에서 근무하던 김군은 월급
6살 아이에게 대왕문어를 쥐어주고, 자신이 기르던 개를 패대기친다. 아동학대에 동물학대, 욕설과 혐오발언 정도는 이제 그렇게 큰 사건도 아니다. 자유와 방종을 넘나드는 유튜브 세계에서는 가짜뉴스조차 콘텐츠가 된다. 모든 것이 가능한 유튜브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윤리. 파급력과 영향력, 경제적 이익까지 따라오는 유튜브에서 윤리 담론을 들어본 적이 없다. 윤리가 실종된 유튜브에서 규제와 통제 담론이 따라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독일은 유튜브 규제, 유튜버의 윤리와 권리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먼저 유튜브 독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