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북한)의 신문과 방송에는 정말 사건·사고 기사가 안 실리나.

경수로 공사차 조선(북한)에 들어간 한국인 노동자 한사람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얼굴이 실린 신문을 구겼다는 사실 하나로 남북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신문이 휴지처럼 취급되는게 당연한 우리에게 그같은 사실은 놀라운 ‘뉴스’였다.

조선(북한)에서 신문과 방송, 통신에 대한 개념은 무엇이고 우리와 다른 특징은 어떤게 있나. 또 조선(북한)은 우리의 언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서울대 신문학과 강현두 교수의 ‘북한 매스미디어론’(나남)에 따르면 조선(북한) 신문들은 실제 사건·사고 기사를 싣지 않는다. 조선(북한)의 언론관으로는 “살인사건, 교통사고 등의 기사를 싣는게 사회의 본질과 발전법칙을 은폐하고 독자대중을 사상적으로 타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보도를 뜻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쯤에 해당할 조선(북한)의 ‘보도기사’는 그래서 “새로운 내용이면서도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옹호하는 투쟁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선전·선동을 위해서 오히려 수령과 당의 현명성과 덕성을 다룬 ‘덕성기사’와 주체형의 공산주의적 인간의 정신적·도덕적 이상형을 다뤄 독자들을 감화교양시키려는 ‘긍정교양기사’ 등 미담기사들이 신문지면에 주를 이루게 된다.

연중무휴로 매일 6면을 발행하고 있는 당기관지 ‘로동신문’과 특히 무소속 대변지라고 쓰여있는 ‘통일신보’는 매일 한면 정도씩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기사를 빠뜨리지 않고 싣는다. ‘통일신보’는 IMF 긴급자금 지원을 받게된 것과 관련 11월29일자에 ‘쪽박 차고 동냥길에 나선 문민경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들이 조선(북한) 당국의 대내외 공식 창구 역할을 하는 유일한 통신사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인용할 때 제목과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받아 쓰면서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도 특징이다.
또 조선(북한)에는 ‘출판보도사업의 정확한 기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시와 농촌의 모든 생산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일꾼들로 구성된 보도기사 통신원’을 뜻하는 ‘노농통신원’ 제도가 있다. 이와 더불어 조선(북한)의 독특한 제도인 신문 ‘독보회’라는 제도가 있으나 아직 자세하게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조선(북한)에서의 기본적인 언론관은 계급적 성격을 띤 정치의 선전·선동 수단이라는 것이다. 언론은 사회주의혁명과 건설, 대중교양과 대중동원의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 복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신문의 경우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신문과와 정무원 소속의 출판총국이, 방송의 경우는 조선중앙방송위원회와 노동당의 대남사업부가 담당하면서 통제와 검열, 운영 등 조직적 관리를 하고 있다.

주요 신문으로는 당기관지인 ‘로동신문’,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와 정무원의 기관지인 ‘민주조선’, 무소속대변지 ‘통일신보’, 김일성 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 작가동맹 중앙위원회 기관지 ‘문학신문’ 등이 있다.

로동신문과 통일신보를 제외하고 대부분 4면 발행한다. 그러나 발행부수와 정확한 배포체계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자료미비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미디어가 조직적 커뮤니케이션 체계 속에 포함돼 있어 신문 배포도 일반 주민 개인에게 직접 배달되지 않고 하급 선전선동조직을 통해 집단 배포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송으로는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 만수대텔레비전방송, 교육문화텔레비전방송 등의 TV방송과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평양FM방송 등의 라디오방송이 있다. TV의 경우 대남방송을 주로하는 만수대텔레비전방송만이 우리의 경우와 같이 전파송출 방식이 NTSC 방식이고 나머지 TV는 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PAL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남북간 방송 교류시 고려돼야 할 점이다.

조선(북한)에서는 대부분 기자들이 지방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4~5년 경력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중앙무대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북한)에도 역시 우리의 한국기자협회처럼 ‘조선기자동맹’이란 조직이 있다. ‘로동신문’의 책임주필이 위원장을 겸임하게 돼 있는 조선기자동맹은 기자들의 사상성을 고취시키고 교육시키는 사상교양 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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