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회장 남영진)의 기자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언론의 위기 지표와 개혁 필요성을 웅변한다.
현업에서 직접 보고 들은 기자들의 위기 체감지수는 상당히 심각하다. 언론사의 부도 가능성에 대해 압도적 다수인 96.5%가 ‘있다’고 응답한 것이나, 실직 불안감에 대해 60.0%가 ‘느낀다’고 대답한 것은 기자들이 심각한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위기감이 ‘현실 순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경영 악화에 따른 기자 감원의 필요성에 대해 절반이 넘는 53.2%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러나 경영 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처방책과 관련해서는 사주와 경영진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 경영위기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경영합리화 조치를 감면(35.3%), 무가지 근절(22.7%), 공동판매제 도입(17.2%), 주1회 휴간(11.0%) 순으로 꼽은 데 반해 임금동결·상여금 반납에 대해서는 2.6%만이 응답한 것을 보면 현 위기상황의 일차적 책임이 사주와 경영진에게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차기 정부의 언론개혁 과제 일순위로 재벌과 족벌의 언론소유 제한(59.7%)을 꼽고, 언론사 세무조사(79.7%)와 사주의 재산공개(76.8%)가 실시돼야 한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이같이 사주·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식과 감원에 대한 ‘순응적’ 태도가 교차하는 것은 ‘사주는 영원하고 종업원은 파리목숨’이라는 고정관념이 투영된 결과로, 결국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는 것이 감원바람을 잠재우고 고용안정을 이루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보도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점은 지지후보 공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사설이나 칼럼으로 밝히는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58.7%가 찬성입장을 보인 것이다.

언론계 안팎에서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사안에 대해 기자들이 이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대선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에서 그 일단을 찾을 수 있다. 이번 대선보도의 공정성에 대해 74.5%가 ‘불공정했다’고 평가했으며, 편파보도를 주도한 주체에 대해서는 사주와 경영진 (84.7%), 편집·보도국장과 데스크(9.8%)를 꼽았다.

결국 이들이 편집·편성권을 움켜쥐고 편파보도를 주도하는 현실이라면 차라리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해 음성적인 편들기 보도의 폐해를 줄이자는 판단이 투영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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