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이면 국민들이 선택한 결과가 드러날 것이고 총체적 난국에 빠진 나라의 다음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번 선거는 과거 대통령선거와 여러가지 점에서 크게 달라졌다. 선거판세가 과거 여당우위의 선거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갖가지 이변이 속출했지만 무엇보다 미디어선거로의 탈바꿈이 가장 달라진 면모라고 하겠다. 여론조사가 선거판을 새로 짜게 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쳤으며, 여러가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TV토론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선거일을 하루 앞둔 이 시점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언론의 ‘편들기 보도’라는 사실은 미디어선거에 대한 평가를 운위하기에 앞서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참으로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노골적인 ‘친이회창’ 보도로 물의를 빚어왔던 중앙일보는 선거를 며칠 앞두고 선거판을 예의 ‘양자구도’로 몰아가는 보도로 야당의 거센 반발은 물론 언론계 안팎에서 노골적인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에 기초한 판세분석 기사”라며 ‘사실보도를 왜 트집잡나’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선판도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임이자 사명”이라며 “국민으로서는 선거판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당연히 ‘알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가. 진정 국민들의 선택을 돕기위해 ‘선거판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했던 것인가, 아니면 이회창-김대중 ‘양자구도’로 몰아가 사표(死表)심리를 자극해 이회창 후보를 유리하게 하려 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한 것이라는 중앙일보의 주장은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TV토론이 선거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초등학생에게 물어보아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 마지막 TV토론이 있고난 다음날자 신문에 1면머릿기사로 판세분석 기사를 실은 것은 독자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이 기사는 아무리 늦게 잡아도 TV토론이 끝난 직후 작성된 기사다. 마지막 TV토론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판세분석 기사인 것이다.

도대체 중앙일보는 무슨 이유로 마지막 TV토론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출처불명의 ‘판세분석’을 그처럼 조급하게 보도했는가. 여론조사 결과를 충실히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양자구도’로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중앙일보가 그동안 일관되게 보여왔던 ‘이회창 편들기-상대후보 상처내기’ 보도태도는 이같은 의구심을 더욱 짙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발뺌이다. 국민을 조롱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과 언론인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중앙일보와 중앙일보에 몸을 담고 있는 언론인들에게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언론인의 각성”을 촉구한 각 언론사 정당출입기자 1백여명의 결의를 진심으로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자성해야 한다.

이는 물론 중앙일보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갖은 교묘한 방법으로 편들기를 해온 언론이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론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오만과 독선을 갖거나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한다면 더 이상 이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이들 정당 출입기자들의 ‘현장선언’이 일선 현장에서 공정보도에 힘쓰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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