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언론사 간부가 동학농민군의 ‘명예 회복 운동’에 나서 화제다.

지난 6일 ‘국가서훈 특별입법’ 제정을 청원하는 1백만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간 동학농민군서훈추진위원회(서훈추진위·위원장 김중배)의 집행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연합통신 정남기 부국장.
정부국장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의를 올바로 평가하고 그에 참여한 농민군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
라고 이번 서훈 추진위의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국장이 이처럼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명예 회복 운동’에 발벗고 나선 데는 그의 ‘뿌리’가 바로 동학농민군에 잇닿아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그의 조부인 정백현 선생은 동학농민혁명의 중심 인물로, 당시 동학농민군의 최고사령탑이었던 전봉준 장군의 비서(비밀 문서의 작성과 연락업무를 전담하던 직책)로 활약했다.

정부국장은 지난 95년 12월 조부의 일대기를 담은 ‘정백현 서울일기’란 책을 출간할 정도로 자신이 동학농민군의 후손이라는 데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정부국장 처럼 동학농민군들의 후손이라고 떳떳이 내세우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은 실정이다.
지난 94년 결성된 동학농민혁명유족회가 역사문제연구소와 함께 후손 찾기 사업에 나서 2백여명의 동학농민군 후손을 찾아냈으나 그들 대부분이 자신의 ‘뿌리’를 숨기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혁명이 실패한 이후 보복 등이 두려워 개명하거나 자신의 행적을 쉬쉬하며 숨기고 살아온 선조들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동학농민군의 활동이 지금까지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국장은 안타까워했다. 동학농민군의 명예 회복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 근대사의 대표적인 민주주의와 민족자주를 위한 ‘밑으로부터’의 변혁운동이었던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학문적 재평가가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에겐 ‘민란’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현행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도 순국선열의 범위를 1895년 을미의병 이후부터 적용해 동학농민군에 대한 예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국장은 “동학농민군들 대부분이 일본군에게 패한 이후에도 항일의병으로 또 다시 독립운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독립유공자 예우 규정을 앞세워 서훈하지 않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서훈추진위는 현행법상 동학농민군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반드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자 모두를 찾아내고 이들을 한꺼번에 서훈한다는 게 불가능한 만큼 우선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장군 등 동학농민혁명을 상징하고 활동 사실을 확증할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해 서훈함으로써 하루라도 빨리 동학농민군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서훈추진위는 지난달말께 각당 대선후보들에게 동학군의 서훈 추서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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