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대선 여론조사보도가 금지된후, 외신을 인용한 여론조사 루머가 대선판에 난무하고 있다. 11월말을 전후로 각 정당에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 CNN 등 유력 외신들과 일본 노무라 증권 등의 한국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무차별적으로 퍼졌다. 이 조사들에 따르면 그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상승곡선을 그으면서 2위 자리를 차지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박빙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

미 CNN방송을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도 일부 지방 지구당에 팩스로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이니치 신문의 경우 이같은 여론조사를 하거나 보도한적이 없을 뿐 아니라 CNN도 여론조사를 부정했다. 특히 미 CNN의 경우 한나라당이 국민신당 당원인 박모씨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허위 여론조사 결과를 유포했다며 검찰 수사 의뢰 방침을 밝히는 등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외신의 여론조사 보도는 선거법상 엄격히 금지돼 있다. 중앙선관위측은 “내외신은 물론 인터넷 등 어떤 형태로든 국내 대선과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를 공표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아직까지는 위법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2년 당시 일부 외신의 여론조사 보도가 파장을 던지기도 했다. 당시 월 스트리트 저널이 한국 갤럽 조사를 인용해 결과를 보도하자 국내 언론이 월 스트리트 보도를 재인용했다가 선관위측의 공개 경고를 받았던 것.

그러나 이같은 선관위의 태도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신의 경우 국내 선거법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선관위측의 유권해석이지만 선거법을 위반한다해도 구속력을 발휘할수 있느냐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92년때도 국내 언론이 월 스트리트 저널 보도를 재인용해 문제가 됐던 것이지 월스트리트 저널 자체에 대해선 제재 조치를 내리지 못했다.

인터넷 등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여론조사 공표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국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해 국내에서 이를 알게될 경우 선거법 위반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 대표는 “국내언론에 여론조사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마음만 먹는다면 현행 법망을 피해 얼마든지 결과를 공개할수 있을 것이다”며 현행 선거법상 ‘허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