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글모음집 월간 ‘작은책’이 5월호로 창간 2주년을 맞았다. “딴 사람 기 죽이지 않는 글이 작은책이 가장 반기는 글입니다.” 창간 이래 ‘작은책’(발행인 강순옥)이 고수하고 있는 편집의 원칙이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현란한 글들에 기가 눌려 자신들의 얘기를 글로 토해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기 죽은’ 노동자들에게 글쓰기의 용기를 북돋는 것이 ‘작은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작은책’은 노동자들이 직접 쓴 삶의 체험들로 채워진다. 노동자의 진짜 속마음을 알려면 ‘작은책’을 보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노동계에서도 이 조그마한 잡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 박인상 한국노총 위원장이 창간 2돌 축하글을 보내온 데서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일하는 사람의 대동세상을 꿈꾸는 ‘작은책’의 살림규모는 책 이름만큼 작기만 하다. 단 4사람이 편집에서 독자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꾸려간다.

‘작은책’의 식구들은 결코 작지 않은 희망에 차 있다. 정기독자가 창립초기 3백여명에서 2년만에 5천명선에 도달했으며 이같은 확장에 힘입어 지난 2월에는 도서출판 보리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살림을 꾸리기 시작했다.

또한 올해부터 전태일문학상을 전태일문학상 운영위원회와 공동으로 주관하기로 했다. 돈이 되지 않으면 뜻과 내용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외면받는 출판계의 현실에서도 ‘작은책’만은 기꺼이 ‘돈 안되는’ 사업을 떠맡은 것이다. 제7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집은 ‘작은책’에서 출간된다는 얘기.

‘작은책’은 ‘노보만들기’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87년 대투쟁 이후 폭발적으로 나왔던 노보가 요즘 들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작은책’이 채울 수 없는 수많은 노동자의 진실들이 노동현장의 ‘작은책’인 노보를 통해 빛을 발하길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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