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논단’이 지난 8일 주최한 ‘대통령 후보 사상검증 토론회’를 방송 3사가 생중계한 데 대해 언론계 안팎의 비난 성명이 쏟아지는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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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련은 11일 성명에서 “한마디로 이번 토론회는 토론을 빙자한 극우 파시스트 세력의 야당 및 민주화 세력에 대한 테러였고 국민들에 대한 협박이었다”며 방송사의 공개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KBS노조(위원장 오수성)는 9일 “비상식적인 일개 극우집단의 매카시즘적 사상몰이에 아까운 방송전파를 낭비하도록 압력을 가한 자는 누구인가”라고 물으며 “홍두표 사장을 비롯한 보도본부장 및 간부들은 스스로 용퇴하라”고 요구했다.

MBC노조(위원장 이완기)는 11일 “도대체 이런 저질의 함량미달 토론회가 어떤 기준 아래 생방송으로 중계될 수 있었는가”라며 “국민 앞에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장 김태진)도 8일 “야당 후보의 사상 경력을 시비삼아 결과적으로 여당 후보의 인기를 올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금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위원회 노조(위원장 양한열)는 9일 “방송위원회는 금번 방송에 대한 철저한 경위 조사와 내용분석을 통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강력한 책임추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민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정의구현사제단 등의 단체들은 9일 KBS, MBC, SBS 방송 3사에 공개사과와 정정보도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한편, 한국논단 토론회가 ‘시민·사회단체를 친북세력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 14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편, 한국논단 토론회 생중계는 노조 및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장 및 보도 고위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KBS의 경우 2일 한국논단의 방송협조 요청을 받은 뒤 6일 홍두표 사장과 김병호 보도본부장이 생중계할 것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 내용을 전달받은 KBS 보도제작국 뉴스PD들은 “한국논단은 보수반공주의 기사만 싣는 극우단체로 토론회의 목적과 저의가 불분명하다”며 재고를 요청했으나 묵살되자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했다.

KBS 노조도 사측에 생중계 중지를 요구했으나 그대로 강행됐다.
KBS측은 “불참키로 했던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7일 참여의사를 밝혀 토론회 생중계를 결정한 것일 뿐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KBS는 11일 저녁 9시 뉴스에서 “한국논단측의 토론 진행이 공정성과 형평성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시청자 여러분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KBS는 이같은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앞으로는 주최측의 공정성과 신뢰성 등을 사전에 철저히 검토해 방송하도록 하겠다”며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MBC는 “6일까지 생중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으나 7일 김대중 총재가 참여 의사를 밝혀 뉴스성이 있다고 의견이 모아져 중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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