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가 군포시청출입기자들에게 상시적으로 촌지를 지급해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홍보비 내역서가 공개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언론이 공생을 위해 어떻게 결탁해왔는가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는 언론 홍보를 통해 주민의 환심을 사려하고, 지방언론은 시에서 주는 촌지·행정홍보광고·주민계도용신문 등 콩고물에 마음이 기울어 있다는 것.

그러나 지방언론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한 지방자치의 안착은 요원한 일이다. 이번 군포시 촌지사건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언론간의 비자치적 행각을 되짚어본다.

11월2일/ 중앙일보/ 군포소각장 건설계획 확정/ 20만원… 11월17일/ 경인일보/ 투명한 행정 주민화합 토대/ 10만원… 11월25일/ 조선일보/ 군포소각장 후보지 4곳 선정/ 20만원… 96년2월7일/ 경인매일/조원극 민선시장과의 인터뷰/ 40만원…96년3월22일/ KBS/ 수도권 매립지 쓰레기 반입 허용/ 30만원….

이번 군포시 촌지 사건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자들에 대한 촌지 지급이 지방자치단체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95년 11월부터 96년 10월까지 매월 10만원에서 40만원씩 지급된 촌지 총액은 1천2백여만원.

횟수로는 1백여 차례에 이른다. 주로 군포시청을 출입하는 지방언론사 기자들을 중심으로 많게는 한 기자에게 10여차례에 걸쳐 지급됐으며, 일부 중앙언론사 기자들에게는 한두차례 지급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같은 촌지가 보도와 관련한 사례비로 지급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군포시는 이에대해 시정홍보에 따른 반대급부로 지급된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현금지출이 가능한 보상금란의 부비과목으로 보도사례비가 예산에 잡혀있으며, 이를 근거로 시정홍보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선별, 품의를 받아 사례비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군포시의 홍보비 지급내역에 포함된 기사들은 시정을 홍보하는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당시 군포시의 경우 소각장 문제가 주요 관심사였던 만큼 촌지가 지급된 기사의 상당수가 소각장과 관련한 군포시의 발표기사였다. 그러나 당시 군포시가 산본 소각장 부지선정 문제로 지역주민들의 커다란 반발을 샀던 점을 감안할 때 기자들의 촌지 수수는 보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번에 공개된 군포시의 홍보비 지급내역에 적시된 대로 실제 기자들에게 보도사례비 명목의 촌지가 지급됐느냐는 것이다.

홍보비 지급내역과 함께 첨부된 지출결의서에 따르면 공보담당관이 전달자 자격으로 홍보비 지급 명목의 돈을 일정기간마다 영수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95년 군포시 문화공보실장을 맡았던 백인현 경기도청 세정과 평가심사계장이나 96년부터 군포시 문화홍보담당관을 맡고 있는 이상희담당관은 보통 기자들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상희 문화홍보담당관은 지방지 기자들의 경우 신문사에서 봉급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주는 사람도 시정홍보를 위해 당연히 주는 것으로 알고, 받는 사람도 당연히 받는 것으로 아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군포시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촌지수수 사실을 부인하는데 대해서도 현금으로 줬으니 물증이 없다. 실제 지급이 안된 것을 그렇게 작성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홍보비 지급내역에 자신이 쓴 기사가 오른 중앙일간지 기자는 같이 식사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봉투를 받은 적은 없다며 군포시측에서 식사비용으로 쓴 것을 보도사례비로 기록한 것 같다며 촌지를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지방자치단체의 보도사례비 지급이 비단 군포시에서만 이뤄졌을까. 이에 대해서 군포시 공보실 박영진공보계장은 보도사례비는 어느 시에서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비단 군포시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항변이다.

그러나 박계장은 이같은 보도사례비 지급이 97년 들어서 없어졌다고 밝혔다. 시정홍보비 등 광고비가 96년까지는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보상금란에 포함돼 있었지만, 97년부터는 일반수용비로 묶여 임의적인 지출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군포경실련은 군포시가 기자들에게 매월 촌지를 지급한 사실과 함께 군포시청 출입기자 4명의 해외여행비 1천만원을 시예산으로 지출한 사실도 폭로했다.

지난 95년 11월 25일부터 12월29일까지 있었던 제41회 군포시의회회의록에 따르면 군포시는 새한일보, 중부일보, 인천일보, 기호일보 기자 4명에 대해 시정발전 유공시민 포상여행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여행경비 1천만원을 지급했다.

주민계도용 신문구입비로 군포시가 96년 한해동안 4천7백만원을 지출한 것도 군포경실련으로부터 낭비성 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군포경실련은 당시 주민계도용 신문 구입비가 총무위에서 삭감됐으나 예결위에서 삭감전 예산이 그대로 통과된 것은 기자들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군포시는 96년에 서울신문 1백부를 비롯해 경인일보 2백48부, 경기일보 1백58부, 인천일보 91부 등 총 7백76부를 주민계도용 신문으로 구독, 4천7백만원의 예산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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