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https’ 차단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25만명이 넘자 청와대가 소통 노력이 부족하고 공감을 얻지 못해 송구하다며 방송통신위원장의 답변을 공개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21일 저녁 공개한 국민청원 답변에서 “이번 (https 차단) 조치 이후, 어떤 분들은 분노하고, 어떤 분들은 염려했다. 복잡한 기술 조치이고, 과거 해보지 않았던 방식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이 공감하도록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여러 가지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https 차단 정책’에 반대 청원은 열흘만에 25만5300여명에 달했다. 청와대는 답변 기한인 한달이 되기도 전인 21일 답변을 제공했다(청원 시작일 11일). 그만큼 이슈에 대한 파괴력이 크다고 판단해 빨리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효성 위원장은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 규모가 2015년 기준 무려 47조원이며 도박이 국경 없는 온라인에서 해외 사이트를 통해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을 뿐 아니라 불법촬영물, 이른바 몰카가 피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트린다는 점을 제시했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지난해 4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문을 연 뒤, 지난 연말까지 2379명이 도움을 청했다고도 했다. 이들을 불법 촬영한 영상물은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센터가 삭제나 차단을 지원한 규모가 2만8879건에 달했다. 이 위원장은 불법 촬영물의 온상이 된 웹하드 업체에 수사가 강화되자, 일부 해외사이트에 한국 불법 촬영물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나 불법 도박은 다르며 피해자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불법 촬영물도 다르고, 삭제하고 차단해야 한다, 불법에 관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기술 변화에 따라 ‘https’가 확산되면서 ‘http’ 시절 방식으로는 불법 촬영물이 있는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이 어려워졌고, 국회와 언론을 비롯해 국민들은 최근 몇 년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응할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차단 기술이 도입됐다. 말 그대로 서버 네임이 불법 사이트와 일치하면 기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1일 https 차단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25만명을 넘자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1일 https 차단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25만명을 넘자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이번 차단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결과 이번에 불법 도박사이트 776곳과 불법 촬영물이 있는 음란사이트 96곳에 차단 결정을 내렸다며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고 차단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와 검열 우려도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헌법의 기본권은 절대적”이라며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정부는 이런 헌법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준수하고 이를 훼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 통신 내역을 들여다볼 수 없고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원의 영장이 없는 감청은 불법행위이고 정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조치가 검열의 시초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두고 이 위원장은 “검열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혹시나 가능성에 대한 우려조차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 책임을 통감한다. 투명한 정부, 신뢰받는 정부가 되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 하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조치 이후, 논란이 컸던 것을 두고 “국민 공감을 먼저 구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할텐데, 부족했다. 기술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책이 어떻게 이뤄지고 실제 국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알려드리지 못했다. 송구할 따름”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심각한 폐해를 낳거나 피해자의 삶을 파괴하는 등 불법성이 명백한 콘텐츠는 국내외 어디서든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국민 모두 불법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공감할 내용에 대해, 꼭 필요한 조치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는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인 동시에 누군가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사안에는 규제도 필요하다. 불법 사이트 차단과 피해자 보호라는 공익과 이에 대한 수단으로서 인터넷 규제 수준의 적정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회기술이 있더라도 피해자를 방치할 수 없다. 더 나은 방법에 의견을 주시면 경청하고 논의하겠다. 정부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합니다 코너.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 청와대 국민청원에 답합니다 코너.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