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가 몰래 세금으로 지면을 구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정부광고법이 최근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전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해당 법안은 원안이 일부 수정돼 가결됐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지만 여야 합의로 통과된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2014년과 2015년 고용노동부가 홍보대행사를 끼고 세금으로 신문지면 등을 구입한 사건이 알려지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예컨대 2015년 3월10일자 매일경제의 ‘노동시장 개혁’ 관련 기사 3건은 고용노동부가 홍보대행사 인포마스터를 통해 5500만원을 지불했다. 지면에는 고용노동부 돈을 받고 썼다는 내용이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면구입을 통해 반노동적 프레임을 확대재생산하고 정부정책과 관련한 일방 홍보를 유도했다.

▲ 2015년 3월10일자 매일경제 기사. 고용노동부가 턴키홍보방식으로 매일경제에 돈을 주고 구입한 기사다.
▲ 2015년 3월10일자 매일경제 기사. 고용노동부가 턴키홍보방식으로 매일경제에 돈을 주고 구입한 기사다.
최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5년~2016년 고용노동부가 박근혜정부 노동정책을 지지하는 기획기사를 위해 확인된 금액만 4억2800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고용노동부가 언론사에 협찬한 금액은 61억87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고용노동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15년 채널A는 농촌진흥청의 R&D 우수성 및 성과확산을 위한 기획보도 대가로 1500만원을 받았다. 계약서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은 기사 횟수와 보도 주제까지 결정할 수 있었다. 세계일보는 2015년 10월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인터뷰를 실었는데, 방사청은 이 홍보성 기사에 3300만원을 지불했다. 정부부처 및 정부유관기관들은 노골적으로 언론사에 기사를 청탁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홍보대행사를 통한 턴키계약으로 홍보실적을 올렸다.

이 같은 권언유착은 여론조작에 버금가는 중대 사건이지만 해당 신문사와 고용노동부는 처벌받지 않았다.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의 권력유착관계를 지양하자는 취지의 김영란법도 지면·리포트 매매행위를 근절할 수는 없다. 이에 2016년 7월 처벌 조항을 만든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안’(정부광고법)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등장했다. 법안의 핵심은 “정부광고 형태 이외에 언론사의 지면이나 방송시간을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일체의 홍보행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10조다.

▲ 박근혜정부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광고.
▲ 박근혜정부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광고.
여야 합의로 수정된 법안에 따르면 △언론재단과 같은 정부광고 대행기관에 광고의뢰를 하지 않고 언론사와 직거래 하는 경우 △홍보대행사를 통한 턴키홍보 같은 방식으로 정부정책 홍보성 기사를 노출시켜 실질적으로 지면을 구매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여야 합의과정에서 10조 조항은 “해당 홍보매체에 협찬 받은 사실을 고지 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언론사는 정부부처 돈을 받고 기사를 쓸 경우 반드시 돈을 받았다고 밝혀야 한다.

또한 이번 법안에는 “정부광고 수수료 수입은 신문·인터넷신문·인터넷뉴스서비스·뉴스통신 및 잡지의 진흥을 위한 지원과 방송·광고 진흥을 위한 지원 등에 사용한다”는 대목도 포함됐다. 이에 신문협회나 방송협회 등이 반색하는 분위기다. 2015년 기준 정부집행 광고비는 5779억2200만원이었으며 이 중 8.6%인 499억8400만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수수료로 지급됐다.

(2018년 5월30일 기사수정)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