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다시 시작된 장맛비는 서울 마포대교 남단 여의나루 한강공원에 가랑비를 흩뿌린다.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과 기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임영기 케어 사무국장은 하얀 털로 뒤덮인 북극곰 전신 탈을 뒤집어 쓴 채, 흙탕물 섞인 강물로 뛰어들어 허우적댔다.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는 왜 한강에 뛰어들어야만 했을까?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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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에버랜드의 비좁은  사육장과 열악한 환경 속에 살던 북극곰 '통키'가 정신질환인 '정형행동'을 보인 것이 알려지면서 큰 공분을 샀다. 당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에버랜드는 북극곰 방사장 내 에어컨 설치, 외부 그늘막 확보, 수질 개선을 위한 풀장 펌프 설치,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확대 등 전반적인 사육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조사결과 통키의 사육환경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7월 11일 케어 조사팀은 통키 사육장 안내판이 철거된 채 사방이 두꺼운 가림막으로 가려져 일체 관람이 중단된 것을 확인하고, 30도가 넘는 한낮의 폭염속에서 물 한 방울 없는 우리에 홀로 방치되어 있는 영상을 확보했다고 폭로했다. 영상 속 통키는 폭염에 지친 듯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작은 대야 속 고인 물에 코를 박고 더위를 식히거나 발을 담그려고 애쓰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여름엔 통키가 시원한 내실에만 있어 관람이 불가능하다고 전시 중단 이유를 설명했지만 케어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통키는 내실에 들어가려 하지 않고 물 한 방울 없는 바깥에서 물을 찾아 서성이기만 했다고 밝혔다. 케어가 내실 환경을 확인시켜 줄 것을 요구하자 에버랜드는 거부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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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먹이와 서식지 모두 바다에 의존해 생활하는 종이므로 인공시설에서 사육하기 부적절한 대표적인 야생동물이다. 영하 40도까지 적응할 수 있는 북극곰이 영상 30도가 넘는 높은 온도와 습도를 견디기란 형벌에 가까운 고통이라는 것이 케어측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 등 해외 유명 동물원들은 북극곰 전시를 중단한 지 오래다. 2006년엔 싱가폴 동물원도 전시 중인 북극곰 '이누카'의 노사 이후에는 더 이상 북극곰을 전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수의사 사만다 린들리는 "동물원의 수조가 아무리 커도 북극곰에게 매우 열악한 시설일 뿐 열대성 기후 속에서 북극곰의 동물복지는 재앙"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 북극곰의 복지 개선 기준은 캐나다 미네토바주의 북극곰 보호규정을 따르도록 권유한다. 이 규정에 의하면 북극곰 사육자의 총 면적은 최소 마리당 500 제곱미터, 이중 북극곰사의 125제곱미터는 반드시 흙, 지푸라기, 나무껍질 등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 낮 동안 북극곰이 생활할 수 있는 플랫폼과 콘크리트가 아닌 폭신한 바닥을 제공하고, 실내온도와 풀장의 온도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동물권단체 케어 유민희 정책팀장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물조차 제공하지 않은 에버랜드측의 처사는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동물학대"라고 비난하며 통키의 사육환경을 즉시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내에는 에버랜드의 '통키'와 대전 오월드의 '남극이' 두 마리의 북극곰이 사육되고 있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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