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광고주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17일 구속되자 18일자 신문들은 일제히 이를 걱정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삼성그룹의 위기감 전달

일단 삼성 측의 심정을 전달하는 기사가 있다. 국민일보는 “삼성 올스톱 상태…‘경영 시스템 붕괴 위기감’”이란 기사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며 “1938년 창사 이래 총수가 구속된 건 처음”이라고 설명한 뒤 “오너 없이 회사가 운영된 적이 없어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 18일자 서울신문 기사
▲ 18일자 서울신문 기사

이어 “외부에서는 삼성이 비상경영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내부 분위기는 이보다 심각하다”며 “비상경영을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삼성이 올 스톱 상태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얼마나 1인 독재체제로 운영됐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신문 역시 ‘위기의 삼성’이란 시리즈 기사를 내놓았다. 이재용 없는 삼성이 위기라는 내용으로 기사 내부에는 삼성의 연매출(300조원), 자산총액(350조원), 임직원 (50만명, 전세계) 등의 수치들을 나열해 삼성이 거대 기업이며 그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또한 “할 말 잃은 삼성 ‘재판서 진실 밝혀지도록 최선’”이란 기사에서 “삼성으로서는 반 삼성 정서도 풀어야 할 숙제”라며 “삼성이 억울해하는 것도 이 지점, 결국 구속이 됐는데도 여론은 삼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수십년간 정격유착을 해왔지만 이제야 법적인 잣대를 동일하게 들이대고 있는 상황을 ‘풀어야 할 숙제’, ‘반삼성 정서’라고 비난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삼성 걱정

신문들은 삼성이 어떤 범죄를 통해 국민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보다는 삼성 주변에서도 걱정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정말 삼성과 한국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진다면 그 책임은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진에게 있음에도 다수 보도는 그 책임을 특검 측에 묻는 꼴이다.

국민일보는 “경총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경제 큰 부담’”이란 기사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이날 총수 구속으로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무책임하게 구속될만한 일을 한 것에 대해 강조하진 않았다.

동아일보는 해외언론 보도에서도 ‘경제 위기’ 부분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2면에서 “해외언론 ‘한국 최대 기업, 글로벌 이미지 타격 불가피”라고 기사 제목을 뽑고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충격은 삼성 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으로 퍼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다른 기업도 수사예고…재계 초긴장”이란 기사에서 “SK, 롯데, CJ, 한화 등 수사 대상 대기업들은 모두 삼성과 마찬가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는데 그에 대한 대가로 청와대에 사업 관련 청탁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28일 만료인 수사기한을 연장할지가 주목된다.

서울신문은 “특검이 아무리 ‘삼성 특검’이 아니라 해도 2008년 당시와 다를 바 없다”며 “특검이 삼성을 몰아세울수록 여론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한 재계 인사의 말을 전했다. 여전히 삼성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발언이다.

‘일반 수용자와 같은 처우’도 뉴스거리?

언론보도 표현을 통해 이 부회장이 얼마나 특권을 받아왔는지 유추할 수 있다. 국민일보는 “1.9평 독방서 잠못 이룬 이재용”이란 기사에서 “일반 수용자와 같은 처우”라고 부제를 뽑았다. 신문에서까지 공공연하게 이재용이 일반인과 구분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최순실씨,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이 구속됐을 때와 사뭇 다르다.

▲ 18일자 서울신문 기사
▲ 18일자 서울신문 기사

국민일보는 “한 끼 식사에 배정된 예산은 1400여원”이라며 “식사 후 식판과 수저는 이 부회장이 방 안에서 직접 설거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1차 구속영장 심사 때 15시간 감방살이를 체험한 뒤 주변사람들에게 ‘살면서 가장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계속 이 부회장 측의 심정을 전달했다.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도 역시 “6.56㎡ 독방생활”, “가족-지인 접견 하루 1회 30분 제한”, “TV도 교화 프로그램 단일채널”, “대화 녹취돼 경영논의 쉽지 않아” 등의 내용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이 힘든 생활을 할 거란 사실을 전했다. 

이재용 아직 무죄

구속영장 발부는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을 경우 하는 조치로 유무죄 여부와는 무관하다. 이번 구속은 ‘안종범 수첩’이라는 뇌물죄의 새로운 증거가 나와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제가 망할 것 같은 반응을 보였던 신문 중 일부는 한편 사설을 통해 구속이 곧 유죄는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재용 구속, 뇌물 줬는지 피해자인지 법정서 가려야”에서 “그러나 삼성은 여전히 대통령과 최순실씨 강요 때문에 재단에 돈을 내고 승마 지원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며 “이제 시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필요해서 기업들을 부른 것이지 기업들이 청탁을 위해 박 대통령을 만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법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전 세계에서 매출 400조원을 올리는 대한민국 1위 기업 총수가 구속된 것은 분명 심각한 일”이라며 “재벌 총수라고 해서 없는 죄를 뒤집어쓰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한 뒤 “법원이 냉정하게 판단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 18일자 중앙일보 사설
▲ 18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역시 사설 “‘영장기각=무죄’ 아니듯 ‘구속=유죄’ 아니다”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총수가 없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며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 당시 삼성전자가 손실을 감수하고 전량 회수와 단종을 결정했던 것도 그룹 총수의 결단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 짚어봐야 할 건 이재용 체제 3년이다. 한국일보는 “메르스 파동·합병 홍역·갤노트7 단종…시련의 3년”이란 기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며 그룹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고, 이듬해 5월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 회장이 맡았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새롭게 선임되며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 한 사실을 언급한 뒤 “하지만 지난 3년은 시련의 연속”이라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한달만인 2015년 6월 메르스 확산 진원지로 삼성서울병원이 지목된 데 책임지고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고, 곧이어 추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며, 지난해엔 갤럭시노트7 단정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초래했다. 이어 ‘삼성 총수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까지 졌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에 “이 부회장이 일련의 사태로 미래전략실 중심의 과거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이를 교훈 삼아 그룹 경영을 각 사 경영진에게 믿고 맡기는 식의 시스템 변화를 꾀한다면 장기적으로 삼성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18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재용 구속…박근혜 탄핵 인용 ‘탄력’”
국민일보 “특검, ‘마지막 타깃’ 박근혜 정조준”
동아일보 “암살단 뒤에 평양출신 리영”
서울신문 “이재용 구속, 가까워진 ‘대통령 뇌물죄’”
세계일보 “이재용 넘은 특검…박대통령 대면조사 압박”
조선일보 “이건희도 이재용도 없는 삼성”
중앙일보 “‘마지막 퍼즐’ 대통령 대면조사가 고비”
한겨레 “이재용의 ‘운명’”
한국일보 “‘문빠’ 힘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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