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에 예정됐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누리과정 예산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31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조윤선 후보자 청문회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항의로 파행을 겪고 있다.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은 10시에 청문회 장소에 도착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문회 입장을 거부했다.

새누리당이 청문회 입장을 거부한 이유는 지난 29일 누리과정 관련 예산이 포함된 추경안이 교문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단독 표결처리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29일 열린 예산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정부예산안에 대해 누리과정 예산 몫으로 6천억 원을 추가편성해 전체회의로 넘겼고,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반발했다.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불참하자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상황에서 투표를 진행해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31일 열린 청문회에 앞서 단독처리에 대한 유성엽 위원장의 사과 및 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유 위원장은 청문회 시작 시간이 35분 지나자 “안 들어오면 청문회를 개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청문회장에 입장한 염동열 의원(새누리당 교문위 간사)가 “기다려보라”라고 맞섰다.

▲ 조윤선 장관후보자가 청문회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예정시간이 55분 지난 10시55분에야 새누리당 의원들이 청문회장에 들어오면서 회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며 항의를 이어갔다.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추경안은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법에 위반됐다”며 “헌법56조에 보면 (국회가) 정부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안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세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며 “지난 번 의결한 안은 교육부장관, 문체부장관 동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 국회 교문위 유성엽 위원장과 새누리당 염동열 간사, 더민주당 도종환 간사가 회의 속개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 역시 “지금 추경안을 단독 날치기 표결처리 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문화정책을 이끌어갈 수장을 뽑는 일보다 나라 곳간 지키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증액할 때 정부 동의를 얻어서 하기로 되어있다”며 “나라 곳간을 지키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 회의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의사표현의 하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성엽 위원장은 “오늘 회의는 인사청문회 자리기 때문에 할 말이 많지만 오늘 여기서 그 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음 기회에 그 점에 대해 충분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유 위원장은 ‘불참도 의사표현의 하나’라는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더민주 국민의당 합의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고성과 함께 “사퇴하라” “자격이 없다” “왜 그 자리에 앉아있냐”는 항의를 이어갔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우리가 적어도 지켜야될 선은 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회의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 그런 분위기 막아야되는 게 여당의 여할인데 여당이 고함지르고 그런 자세를 보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오늘 인사청문회하자고 모인 거 아니겠나. 인사청문회 진행하고, 의원들 하실 말씀 있으면 내일 충분히 이야기할 기회 있는 거 아니냐며 ”오늘 인사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의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 역시 “그 문제는 내일 인사청문의결서를 채택한 이후에 충분히 시간 갖고 토론하는 게 좋겠다”며 회의 진행을 강행하려 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항의는 이어졌다. 염동열 의원은 “부적격한 위원장과 함께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 위원장의 해명과 답변을 듣고 회의 진행하는 게 원만하다”고 비판했다.

계속되는 항의에 유 위원장은 입장을 밝혔다. 유 위원장은 “헌법57조에서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업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 금액을 증가하거나 세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동의란 국회의 의사결정이 최종적으로 본회의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본회의 단계에서 반드시 정부 동의가 있어야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국회에서는 본회의 예결위 차원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증액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또한 “세부적 절차가 명시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상임위 단계에서 증액동의 절차를 명시하면 입법부 스스로 헌법이 정한 예산심의권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며 “상임위는 국회 처리과정의 일부분이다. 부처가 증액을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상임위 차원에서 증액을 의결한 선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유성엽 위원장에게 강하게 항의하자 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을 향해 발언권을 얻고 발언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청문회를 시작도 하지 못한 조윤선 장관후보자가 오전 회의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유 위원장은 해명 이후 회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 등은 항의를 이어갔고 결국 인사청문회는 시작도 못한 채 정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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