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서 지상파 라디오가 친정부적이라는 보도를 이틀 연속 내보낸 가운데, 해당 보도의 핵심 근거인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였다.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2003년 10월 설립된 비영리 공익 연구재단으로 미디어와 관련된 연구, 저술, 포럼과 세미나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보도 근거가 된 연구(‘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를 진행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에서 발주를 받은 것이 맞다”며 “그러나 어떤 연구보다 엄정하게 이뤄졌고 독립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1면 기사 “지상파 라디오들 文 정부에 주파수”와 12일 1면 기사 “박주민 8회, 이정미 6회, 우상호 4회…여권 인사들이 장악한 라디오 마이크”에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친정부 편향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11일 1면.
▲ 조선일보 11일 1면.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출퇴근 시간 시민들이 접하는 라디오 시사 프로진행자들의 편향성이 특히 심각했다”며 김어준, 김용민, 최욱 등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얻은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들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서울대 보고서를 인용하며 “라디오 시사프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였고 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 옹호’ 혹은 ‘정부 대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썼다.

▲ 조선일보 11일 5면.
▲ 조선일보 11일 5면.
이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지상파 편향성이 증가했다는 결론을 도출한 연구 방법론 등을 두고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편향성을 지수로 정확히 측정하기가 힘들다는 지적과 함께 분석 방송사가 지상파로 한정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편향성 척도는 어떤 방법을 갖고 하더라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공정성이나 객관성 척도에 대한 계량 방법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강사는 “특히 공정성 조사 대상을 선정하면서 관계사인 TV조선을 포함해 종합편성채널이 빠진 점도 문제”라며 “언론사 산하 연구소에서 공정성이든 담론 분석이든 저널리즘을 평가한다는 것은 자사 보도 퀄리티를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고, 또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 자사 보도를 제외하고 진행한 분석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12일 오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홈페이지에 이번 연구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됐다는 등의 내용을 공지했다. 이 공지는 12일 미디어오늘 취재 이후 게시된 것으로 기존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알 수 없었던 정보다. 

보고서 발주처를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윤 교수는 앞서 통화에서 “기자들이 보고서 자체에 대해, 내용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문제를 호도하니 대답하기가 싫은 것”이라며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 때문”라고 해명했다.

윤 교수는 공지를 통해 “이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며 “연구 기간은 2018년 9월18일~12월18일이었으나 실제 연구는 1월 말까지 수행됐다. 총 연구비는 3000만원, 연구 인력은 총 8인”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 연구는 두 달여간의 코딩 과정, 수차례의 데이터 검증과 분석 작업, 토론을 거쳐 완성됐다. 1월28일에는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생들과 교수 앞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그에 대해 토론하는 포럼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보고서 연구 방법론, 연구 절차 및 결과는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일체 사항에 대한 토론은 환영한다”면서도 “연구 내용은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얼마의 연구비를 누구로부터 받았는가라는 비본질적 측면에 주목해 연구 의의를 훼손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본 연구진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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