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 유튜브채널 ‘알릴레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경상남도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10주기 특별판을 제작해 지난 10일 내보냈다. 강원국 작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했다. 자연스럽게 ‘봉하 사저’에 대한 10여년 전 ‘아방궁’ 프레임이 언급됐다.

이날 유시민 이사장은 “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다른 말들은 용서가 된다. 정치세력 간 경쟁하면서 공격한 거니까. 그런데 아방궁이란 표현은 지금도 용서가 안 된다”며 불편한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유 이사장은 당시 아방궁 프레임을 확산시켰던 한나라당 인사들을 겨냥해 “그 사람들이 여기 (봉하) 묘역에 참배까지 하러 오면서 사과 한 마디 하는 사람이 없다. 퇴임한 사람 가지고 아방궁이라고 표현하면서 온 보수 언론에 도배하고…”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당시 보수 언론도 사과 한 마디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일 알릴레오 특별판에 출연한 모습.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일 알릴레오 특별판에 출연한 모습.
‘노무현 아방궁’ 프레임의 시작, 주간조선

주간조선은 2007년 9월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 6배로 커졌다”란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노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부부가 사저 옆 6개 필지를, 부산상고 동문 강아무개씨가 노 대통령 생가 터 3개 필지를 각각 구입했으며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측근인 정아무개씨가 사저 뒤쪽 산자락 2개 필지를 샀고 대통령 경호실이 3개 필지를 사들여 사저를 둘러싼 인근 14개 필지가 노 대통령 측근의 땅이 됐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주간조선 기사에 반박했다. 7000평 가까이 되는 사저 뒤편 임야 주인 정아무개씨는 대통령과 안면도 없는 사람으로, 귀향 발표 전에 투자 차원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생가터는 대통령의 고교 동창 강아무개씨가 생가 복원을 염두에 두고 구입했고, 대통령 경호실 소유 토지는 경호대기동 신축을 위해 법에 따라 구입했고, 소유자들이 각기 다른 동기와 목적에 따라 취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간조선 보도를 시작으로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 부지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대라며 노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2007년 9월10일자 “노무현 타운”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작년에 대통령이 노사모 회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우리가) 청와대에서 삼겹살을 못 먹게 되면 고향에 넓은 마당을 만들어 놓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편협한 활동으로 국민의 혐오감을 산 노사모가 앞으로 1만평짜리 노무현 타운에서 보란 듯이 파티를 열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언론도 잇따라 전임 대통령과 사저 규모를 비교한 기사를 실어 호화 사저를 부각시켰다. 중앙일보는 2007년 11월10일자 “봉하마을에 ‘노무현 정원’ 만드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봉하마을 주변 삼림을 건강한 숲(웰빙 숲) 가꾸기 사업 대상으로 정한 것을 비판하며 마치 웰빙 숲 조성이 대통령 개인을 위한 특혜성 사업인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봉화산 웰빙 숲 사업은 노 대통령이 귀향 결정을 내리기도 전, 당시 한나라당 출신 김해시장이 2005년부터 추진한 사업이었다.

또한 당시 사저 규모가 아닌 사저 땅값을 확인해보면 노 대통령 사저 규모의 1/5에 불과하다며 ‘비교대상’이 되었던 전두환씨 사저 터의 개별공시지가는 15억원으로 노 대통령 사저 터 구입가격 1억9000만원의 7배가 넘었다. 면적만으로 호화 사저라 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우 낮았던 상황에서 여당 인사들까지 대통령과 ‘거리두기’ 하던 상황 탓에 ‘호화 사저’ 프레임은 활개를 쳤다.

경쟁적으로 ‘노무현 아방궁’ 예산 올린 조선·동아일보

일명 ‘노무현 타운’은 봉하마을과 직접 관련 없는 김해시의 각종 사업으로까지 번졌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수십억 원이라던 봉하마을 관련 예산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나중에는 495억원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과정은 이러했다.

2007년 김해시는 봉화산 일원 관광자원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 복원을 포함해 봉하마을 일대 10개 사업에 시도 예산 75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사업을 처음으로 제안한 건 한나라당 소속 김해시의원이었다. 관광 사업으로 돈을 벌 것 같아 제안한 사업예산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동아일보 등은 봉하마을 단장에 모두 75억원이 투입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선·중앙·문화일보는 봉하마을 단장에 165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봉화산 웰빙숲 조성사업 예산 30억원과 봉하마을로부터 1km 이상 떨어진 화포천 생태환경 복원 사업비 60억원을 포함 시킨 결과였다.

이후 동아일보는 김해시 진영시민문화센터 건립 예산 255억원을 포함 시켜 봉하마을 관련 예산이 모두 42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닷새 뒤 조선일보는 “봉하마을 일대에 세금 460억 쏟아 붇는다”란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실으며 ‘액수 경쟁’을 이어갔다. 이 기사에는 김해시 진영공설운동장 개보수 예산 40억원까지 봉하마을 관련 예산으로 새롭게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2008년 2월4일자 동아일보는 이 예산을 495억원까지 불린다. 법에 근거해 짓고 있는 대통령 경호·경비 시설 예산 35억원까지 포함 시킨 결과였다.

‘김해시에서 하는 모든 개발 사업은 노무현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로 보도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윤창중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2008년 1월31일자 “노무현 캐슬”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노무현의 눈과 발이 닿을 활동 공간이거나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 한번 쓸 거라면 모조리 찾아내 혈세를 발라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1월30일 동아일보는 “감사원이 봉하마을에 대한 수백억 원 예산 투입에 대해 감사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오보였다.

“노무현 아방궁” 보도, 사과한 언론 없어

2008년 2월 KBS ‘미디어포커스’는 전임 대통령들의 사저를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검증한 결과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16억원,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15억원,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는 8억3000만원, 김영삼 전 대통령 사저가 6억6000만원이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는 6억50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타운’ 논란은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 10월 ‘노무현 아방궁’ 논란으로 확산됐다. 한나라당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쌀 직불금 부당수령 의혹이 불거지자 ‘봉화’ 대 ‘봉하’로 맞불을 놓겠다면서 ‘노무현 아방궁’ 프레임을 만들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008년 10월14일 국정감사에서 “웰빙숲 조성은 쌀 직불금 파동에 버금가는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며 “노무현 대통령처럼 아방궁 지어놓고 사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그야말로 ‘노방궁(노무현 아방궁)’을 만들었다. 서민 생활은 점점 피폐해지는데 그의 주변은 왜 풍요해졌는지 (국감 과정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은 “기자들은 제발 한 번이라도 직접 봉하마을을 찾아와서 보고 진짜 아방궁인지 아닌지 확인해봤으면 좋겠다”며 호소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봉화산 숲 가꾸기 예산, 화포천 생태하천 복원예산 이런 것을 다 합쳐서 때려 맞춰서 얼마짜리 아방궁이라고 덤터기를 씌웠다”며 “정말 야비한 짓이었다. 지금도 용서가 안 된다. 지금 원내대표하고 있는 분(나경원 의원)도 그런 소리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만간 ‘홍카콜라’와 공동방송할 때 홍준표 전 대표에게 (그때 왜 그랬는지) 물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는 2016년 5월1일 일반인에게 첫 공개됐다. 사저는 대지면적 4264㎡, 건물면적 601㎡규모(사저동 370㎡, 경호동 231㎡)였다. 사저동은 112평으로 사랑채·안채·서재 및 회의실 등으로 내부 공간이 분리됐다. 연합뉴스는 5월1일 “노무현재단이 1일 일반에 개방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는 아방궁과 거리가 먼 소박한 형태라는 소감이 대다수”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보도를 사과한 언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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