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예정됐던 서울신문 최종 사장 후보 선임이 무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 주주인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기획재정부, 포스코, KBS 등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는 이날 오후 5차 회의를 갖고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사추위는 지난 2일 사장 후보에 대한 서류 심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고광헌(전 한겨레 사장), 김재성(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안용수(전 서울신문 부사장) 후보를 후보자 3인으로 선발했다. 그러나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지부장 장형우·서울신문지부)는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 낙하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신문지부는 고 후보에 대해 “YTN 사장에 지원했다 낙방한 뒤 이렇다 할 정책과 비전도 없는 허접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기획재정부, 포스코, KBS 등 다른 사추위원들은 입을 모아 고 후보를 추천했다고 한다. 이는 ‘윗선의 입김’ 때문”이라며 낙하산 인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후보자. 사진=미디어오늘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후보자. 사진=미디어오늘
서울신문지부는 김재성 후보에 대해서도 “서울신문을 퇴직한 뒤 정권의 끈을 붙잡고자 선거캠프에 몸을 담았다가 국무총리실, 공기업 등에 자리를 꿰찼고 선거판까지 기웃거리던 인물”이라고 평했다. 안용성 후보에 대해서는 “서울신문 부사장 시절 경영 여건 개선보다는 출신지를 중심으로 사내 자기 파벌을 만들고 편집국 인사에 개입하려 하는 등 전형적 구악의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지만 문재인 대선캠프 특보단 출신 인사의 등에 타고 서류를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신문지부는 “문재인 정부는 언론사 사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으나 노조 취재 결과 ㄱ청와대 행정관이 마치 정부 뜻인 것처럼 사장 선임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청와대 내부는 서울신문지부가 ‘낙하산 인사’라고 공격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ㄱ행정관도 낙하산 인사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조합장 박록삼)도 13일 성명을 통해 최종 후보자 선정이 무산된 데 대해 “힘의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한 청와대의 무리한 낙하산 인사 고집으로 인해 빚어진 파행”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청와대는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 사흘 전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졸속으로 내세웠다”며 “YTN 사장 후보에 응모했다 떨어진 사람”이라고 특정했다.

실제 사장 후보자 3인 가운데 고 후보는 지난해 YTN 사장에 출마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사주조합에 따르면, 고 후보는 지난 6일 열린 경영 비전 공개 청취회에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모 마감 며칠 남겨 놓고 (서울신문 사장직을) 제안 받았다. 급하게 경영계획서를 만들었다”고 발언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어 “경영계획서 등을 급조하는 과정에서 다른 후보의 경영 계획서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등 부정한 행위까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그마저도 서울신문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신문 대부분 구성원들의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우리사주조합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신문의 독립성 보장을 약속했다며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및 내부 구성원들은 청와대가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가치에 따라 서울신문 독립과 자율성 강화의 길에 함께 나서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고 후보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서울신문 같은 언론에서 중책을 맡는 것과 관련해 나 역시도 관계 기관으로부터 담보받고 싶었던 게 사실”이라며 ‘청와대 인사 접촉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고 후보는 “현실적으로 개혁을 위해선 대주주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내 입장에선 (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담보 내지는 혁신을 위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를 (공개청취회에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 후보는 자신이 접촉한 청와대 인사를 특정하진 않았다. 다만 그는 “나는 서울신문 사장 공모에 나선 이들 가운데 가장 개혁적”이라며 “새로운 민주화 시대에는 정부 지분을 갖고 있는 언론일지라도 저널리즘 가치를 제고해 시대에 맞는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 후보는 “30년이 넘는 언론계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신문 역할 재정립과 국민 신뢰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다짐 만큼은 분명히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사추위가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사주조합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낙하산 인사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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