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의 세월호 희화화 장면 사용 경위를 조사한 MBC 조사위원회가 이번 영상 사용에 고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MBC는 향후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 영상을 예능 프로그램 등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MBC 조사위윈회는 16일 오후 서울 상암 MB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조능희 조사위원장(MBC 기획편성본부장)과 오세범 조사위원(민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위 위원)을 포함해 조사위원 6명이 모두 참석했다.

지난 5일 방송된 전참시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MBC 뉴스 화면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을 합성한 화면이 전파를 탔다. 전참시 출연자인 희극인 이영자씨가 어묵을 먹은 뒤 매니저에게 단골 식당 요리사를 소개해달라고 말한 내용에 이어진 장면이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이진 아나운서), ‘반가운 소식입니다’(박경추 아나운서), ‘현장 분위기 알아보겠습니다’(최대현 아나운서) 라는 멘트의 뉴스 영상 3컷이 이어졌는데, 가운데를 제외한 두 컷이 세월호 속보 장면이었다. ‘어묵’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이용자 등이 참사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조능희 위원장은 이날 “조사 발표 전에 이번 사태로 큰 상처를 받은 세월호 가족 여러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는 말로 간담회를 열었다.

▲ MBC는 16일 서울 상암 MB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세월호 뉴스가 웃음 요소로 사용된 경위를 밝혔다. 사진=MBC
▲ MBC는 16일 서울 상암 MB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세월호 뉴스가 웃음 요소로 사용된 경위를 밝혔다. 사진=MBC

오동운 위원(홍보심의국 TV심의부장)은 “조사 결과 해당 방송 부분 편집을 담당한 조연출로부터 모든 일이 비롯됐다”며 구체적 경위를 밝혔다.

방송을 나흘 앞둔 지난 1일 조연출은 프로그램 단체 카톡방을 통해 ‘앵커 멘트로 속보입니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런 멘트의 바스트 영상을 부탁한다’고 공지했고, FD 한 명이 다음날 조건에 맞는 영상 클립 10건을 조연출에게 전달했다.

조연출은 그 가운데 세월호 뉴스 장면 2컷을 포함한 3컷을 골라 CG담당자에게 뉴스 배경과 필요 없는 자막을 ‘흐림 처리’해달라고 의뢰했다. 뉴스 멘트 자체에 세월호 언급이 없었기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연출은 조사위에 세월호 뉴스 두 컷 중 한 컷은 세월호 뉴스라는 것을 인지했지만 한 컷은 몰랐다고 답했다. 이진 MBC 아나운서가 진행한 뉴스는 편집에 사용한 ‘속보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는 동안에는 세월호 속보 자막이 나오지 않아 몰랐다는 것이다.

반면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배경으로 한 최대현 아나운서 진행 장면은 편집 과정에서 참사 뉴스임을 알았다고 조연출은 밝혔다.

다만 조사위는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려는 고의성을 갖고 세월호 화면과 어묵 자막을 사용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세범 위원은 “조연출은 세월호 장면이 문제가 되면 시사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며 “처음부터 세월호 장면을 찾아달라고 했다면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영상을 다른 사람이 찾아줬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동운 위원 역시 “조연출이 흐림 처리를 개인이 편집실에서 직접 진행하지 않고 회사의 공식 스태프인 미술부를 통해 진행했다는 점도 감안했다”며 “고의로 사실을 은폐하고 방송에 이르게 하려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자료가 노출되는 형태로 지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MBC는 16일 서울 상암 MB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세월호 뉴스가 웃음 요소로 사용된 경위를 밝혔다. 사진=MBC
▲ MBC는 16일 서울 상암 MB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세월호 뉴스가 웃음 요소로 사용된 경위를 밝혔다. 사진=MBC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조연출이 과연 ‘어묵’에 담긴 비하 의미를 몰랐겠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고의성 여부를 묻는 질문과 답이 수차례 오가는 동안 한 기자는 “어묵이라는 표현의 문제를 정말 몰랐다면 과연 MBC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오동운 위원은 “수사가 아닌 이상 조연출이 ‘일베’가 아니라는 확증을 제시할 수는 없다”며 “평판 조사와 열람 가능한 SNS 활동 내역 등을 토대로 1차적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오 위원은 전참시 단체 카톡방에 참여한 제작진 14명 중 6명의 휴대전화 카톡 대화 내용을 분석했고 해당 조연출의 SNS 계정을 조사한 결과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연출이 일베라는 확증을 찾진 못했다는 것이다. 

오세범 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큰 충격이 된 세월호 사건에 대해 사회적 공감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같이 일했던 상급자들로부터 평소 조연출이 어떻게 활동했고 성향이 어땠는지 물어본 결과, 성실하게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조연출을 비롯해 전참시 책임자인 강성아 PD, 최윤정 CP, 권석 예능본부장 등 4명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조능희 위원장은 “사건의 본질은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를 사용한 것”이라며 “해당 조연출은 방송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실무 책임자들도 시사 과정에서 자료 사용의 적정성을 판단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실무자들에 대한 윤리 교육 등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영상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 강화가 핵심이다. 사회적 참사나 대형 사건·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사용할 때 사전 결재 절차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 관리 감독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뉴스의 경우 원본 맥락에 따른 사용 적절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책임자 의무’를 강화하며 제작 가이드라인 등 관련 규정을 보완할 방침이다. 조사위는 구성원들에 대한 방송 윤리 의식 교육 또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작진 일베설 등 고의성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 그러나 고의성이 없었다고 책임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4·16가족협의회는 “희생자들은 또다시 모욕 당했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며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해온 노력들이 충분했는지 그것이 진심어린 것이었는지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같은 노력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참시 방영 여부 및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전진수 예능본부 부국장은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모든 것이 중단됐다. 출연자들도 공식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과 발표 후 각 출연자들과 논의해 향후 방송 일정 등 구체적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