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일보 ‘공정성 잃은 지상파’ 연속 기사에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하는 진행자로 꼽힌 방송인 최욱씨가 조선일보 보도에 유감의 뜻을 풍자적으로 밝혔다.

최씨는 지난 12일 방송된 예능 팟캐스트 ‘매불쇼’에서 자신을 “조선일보에 저격당한 부상병 최욱”이라고 소개하며 “요새 굉장히 현안이 많은데 조선일보가 그날 가장 큰 뉴스를 픽(선정)하는데 두 번째로 내 기사를 선정했더라.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교활하고 비열한 사진이 올라가 있다. 너무한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지상파 라디오들 文정부에 주파수”라는 제목의 1면 기사와 함께 5면 두 번째 기사 제목을 “최욱, 전화연결 초등생에 ‘이명박·박근혜 중 누가 더 나빠?’”로 달고 김어준·김용민·주진우 등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얻고 지상파 진행자로 진출한 이들을 정면 겨냥하며 최씨도 거론했다. 이 기사에는 최씨가 소시지를 먹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방송인 최욱씨가 지난해 8월6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를 진행하는 모습.
방송인 최욱씨가 지난해 8월6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를 진행하는 모습.
조선일보는 “‘나는 꼼수다’ 출신 김어준·김용민·주진우를 비롯해 라디오와 TV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는 최욱 등 팟캐스트 출신들이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들은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팟캐스트에 익숙해 지상파에서도 욕설과 음담패설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예로 든 욕설과 음담패설은 김어준씨가 지난해 11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사건에 의견을 피력하며 장애인 비하 의미가 담긴 ‘X신’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제재를 받은 것뿐이다.

KBS1 라디오에서 ‘김용민 라이브’를 진행하는 김용민씨가 했다는 욕설은 지상파 라디오 방송이 아닌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 말이었고, MBC 라디오 ‘에헤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최욱씨는 방송 중 초등학생 애청자와 대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중 누가 더 나쁘냐”고 물었다는 부분이다.

최씨는 지난해 2월부터 MBC 시사예능 ‘에헤라디오’ 프로그램을 개그우먼 안영미씨와 진행하고 있고, 현재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에도 출연하고 있다.

최씨는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내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으로 나와 있다. 내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조선일보에 보여주고 싶다”며 “난 매일 눈칫밥 먹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고 억울해했다.

▲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5면.
▲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지난해 6월22일 MBC 라디오 ‘에헤라디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의 MB 그리고 문재인 성대모사] 편은 애청자인 초등학생이 전화 연결에서 문재인·이명박 전·현직 대통령을 성대모사하며 폭소를 자아내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의 정치시사 풍자 코너인 ‘인공지능’ 콩트를 재밌게 듣고 있다는 학생에게 최씨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고 학생은 “네”라고 답한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최씨의 물음에 이 학생은 “그냥 나쁜 사람”이라고 답해 진행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최씨가 “누가 그래요? 나쁜 사람이라고” 하자 학생은 “그냥 뉴스에서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럼 진짜 어려운 질문 들어간다. 난 모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랑 이명박 전 대통령 중에 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요”라고 말했다.

이런 방송 내용은 시사콩트 프로그램에서 어색할 게 없는 장면이며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저녁 시간 라디오 방송을 애청하는 초등학생을 궁금히 여겨 전직 대통령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었을 뿐이다. 예능인들이 출연하는 방송에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코미디지만, 진행자들은 조선일보가 문제 삼는 발언을 한 사실도 없다.

더구나 MBC ‘에헤라디오’는 조선일보가 지상파 방송이 편향적이라고 인용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책임연구원 윤석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보고서의 분석 대상 프로그램도 아니다.

최씨는 “내가 일전에 언급한 TV조선 대표(방정오) 딸(운전기사에 막말)이 좀 컸던 것 같다”며 “내가 KBS 프로그램 ‘저널리즘J’에서 조선일보 출신 강효상 의원을 약간 지적한 부분과 방송에서 인사말로 ‘조선일보에 미운털’ 이런 식으로 소개한 게 좀 크지 않았나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단독] 조선일보 사장 손녀, 운전기사 ‘폭언’ 녹취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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