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홍준호 편집국장, 이동한 사회부장, 이종원 편집부국장, 강효상 편집국장.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주최하는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에 포함됐던 이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2009년 3월 자필 문건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인배우 고(故) 장자연씨 사건 관련 조선일보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경찰과 검찰의 ‘방 사장 사건’ 수사 당시 편집국을 이끌었던 홍준호 국장은 이후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현재 조선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때 방 사장 연루 의혹 제기자, 언론에 대한 소송을 이끌었던 장본인이 강효상 경영기획실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홈페이지.
▲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홈페이지.
사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조선일보의 MBC ‘PD수첩’과 미디어오늘 상대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사건 수사 초기부터 조선일보 쪽에서 자신과 접촉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청장은 “부산고 후배인 이종원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과 여러 번 전화를 주고받았고, 정말 꼭 지켜야 할 기밀을 제외하고는 내가 아는 한에서 단계적으로 알려줬다”며 “이후 3~4월경 이동한 사회부장을 집무실에서 최소 한 번 이상 만났고, 이 부장이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거냐’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KBS 보도에 따르면 강희락 전 경찰청장도 사건 수사 당시 이동한 사회부장이 직접 찾아와 “피의자인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선일보 측은 강희락 전 청장을 찾아간 것은 맞다면서도 “‘경찰이 방 사장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고 있으니, 명예회복을 위해 빨리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 조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장자연 문건에 언급된 ‘조선일보 방 사장’ 수사와 관련해 조선일보 간부들이 방상훈 사장을 비호하려고 경찰 간부들을 만나던 시점에, 공교롭게도 수사를 담당하던 경기경찰청 형사과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이 청룡봉사상을 받았다. 경기청 광수대 소속 동료 경찰관이 2009년 4월23일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조선일보 기자 2명이 배석한 채 방 사장을 35분간 조사한 지 한 달만이었다.

지난 2017년 6월22일 열린 제51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장에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가운데)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오른쪽)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사진=경찰청 홍보영상 갈무리
지난 2017년 6월22일 열린 제51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장에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가운데)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오른쪽)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사진=경찰청 홍보영상 갈무리
지난해 7월 민갑룡 경찰청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관련 의혹이 제기됐지만 해당 경찰관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나는 그때 광수대에 근무했을 뿐 장자연 수사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CBS 노컷뉴스는 “지난 2009년 조선일보로부터 청룡봉사상을 받아 1계급 특진한 경찰관이 장자연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인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수사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가 “장자연 수사에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문서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경찰과 검찰 등 여러 경로로 해당 문서의 존재를 확인한 결과, 청룡봉사상을 받은 경찰은 실제 방 사장 사건 수사를 전담했던 건 아니지만 수사 기록에는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피의자나 참고인을 신문하지는 않았더라도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수사 과정에 관여한 점이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청룡봉사상은 수상자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1000만원의 상금도 포상한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700만원, 경찰청이 300만원을 부담해 왔다. 특정 언론사와 경찰의 유착 논란이 불거진 뒤 청와대 게시판에 청룡봉사상 특진제 폐지 청원 글이 올라오고 여당 등 정치권도 폐습 청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청은 올해도 제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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