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아들을 죽게 했다.

LG유플러스 고객상담센터(LB휴넷)에서 일하다 지난 2014년 10월 세상을 떠난 이문수씨의 일기를 보면 업무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 회사를 그만둔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까”, “내일 출근이 두렵다. 어떤 비난이 기다릴까”(2014년 4월27일) “치욕적인 하루다”, “남들 시선이 두렵다”, “죽을 수 있을 때 차라리 죽었으면”(2014년 4월23일)

이씨는 고객민원센터 팀장으로 일했다. 같은해 4월23일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을 약 6시간 응대했다. 고객은 전화기를 스피커폰으로 돌려 자신의 일을 봐가며 이씨를 괴롭혔다. 다음날인 24일 고객은 이씨에게 “내 앞에서 무릎 꿇어라”와 같은 폭언을 일삼았고, 퇴사 얘기까지 나왔다. 같은달 30일 이씨는 퇴사했다가 9월23일 재입사했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10월20일 이씨가 숨졌다. 동료는 그가 숨진 이유를 “민원인이 이씨의 해고를 요구하자 회사가 이씨를 보호하지 않고 반 강제로 퇴직 시켰다”며 “고객이 거주하는 대구에 방문해 사과 하라는 등 악성민원의 요구는 받아주고, 열심히 일한 이씨를 보호하지 않고 내보냈는데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 이씨가 죽은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 LB휴넷과 LG유플러스
▲ LB휴넷과 LG유플러스

지난해 12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씨의 아버지 이종민씨가 청구한 유족급여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했다. 이유는 동료의 증언취지와 같았다.

위원회는 “일반 민원실에서 해결하지 못한 민원을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부서(SAVE부서)에서 업무강도가 높았고 불만 고객과 장시간(6시간) 통화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것”이라며 “회사는 이씨보다 민원해결을 우선했고 재입사 후 업무환경이 달라지지 않아 심리적 좌절감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사망 직전 비합리적 상황이 이씨의 정상적 인식능력 등을 현저히 저하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해 이씨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게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아버지 이종민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들은(LB휴넷, LG유플러스) 우리 아들 죽여놓고 사과 한마디가 없다. 괘씸하다”며 “산재 신청한 거 괘씸죄 때문에도 사과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씨가 산재 신청에 나선 건 아들이 일했던 SAVE팀에서 지난 2017년 1월 실습생 홍수연씨 사망 사건을 보고나서다.

아버지 이씨는 “야간근로 시키고 수당 안 준 것 등으로 노동부에 고발했는데 이것도 구가네 식구들(구본완 LB휴넷 대표이사 등)이 괘씸하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사측을 불기소처분했다.

▲ 이문수씨의 아버지 이종민씨는 아들이 떠난 뒤 전북 익산 집을 남겨둔 채 충남으로 이사했다. 아버지가 아직 치우지 못한 아들의 방에서 아들 사진을 만지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이문수씨의 아버지 이종민씨는 아들이 떠난 뒤 전북 익산 집을 남겨둔 채 충남으로 이사했다. 아버지가 아직 치우지 못한 아들의 방에서 아들 사진을 만지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번 산재 인정은 회사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그 원인이 업무의 성격, 사측의 관리감독 책임과 연관이 있다는 걸 정부가 인정해 의미가 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이번 산재 승인은 ‘사람이 먼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라며 “칸막이와 헤드폰, 조롱과 욕설, 실적에 갇혀 사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상식 수준으로 올리고, 감정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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