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법 개정 자문안을 보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개헌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면서 국회가 합의한 개헌안을 내놓지 않으면 대통령 발의권을 사용해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에 대통령 개헌 발의권이 있다며 자문특위를 구성하고 개헌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자문특위는 지난 2월 13일 발족해 홈페이지 국민의견 수렴, 유관기관 토론회, 전국 권역별 시민 숙의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개헌안을 마련하고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했다.

자문특위는 △국민주권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강화 △견제와 균형 △민생개헌 등 5대 원칙을 정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해 최종 개헌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마련된 대통령 개헌안은 외형적으로도 크게 바뀌었다. 한문으로 돼 있는 조문을 모두 한글화했고, 일본식 표기 어법을 우리 문법에 맞게 변경했다.

개헌안 중 논란이 된 정부 형태는 4년 연임제로 최종 채택했고, 결선투표제, 의원 소환제 등을 도입하고 국가원수 표기 삭제 등이 이뤄졌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오른쪽)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특위 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오른쪽)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특위 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문특위는 개헌안의 5대 원칙 방향과 관련해 국민주권 부분은 “국민의 진정한 의사가 대의기구 구성에 올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대의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했고,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 근거를 마련해 관료적 법관에 의한 독점적 재판권을 견제하고 사법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기본권 부분에선 안전권과 정보인권 등을 신설해 제안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안전권을 강화하자는 의견을 적극 수렴한 결과다.

또한 “사회통합과 정의 실현을 위해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존하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적극적 차별해소 정책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헌법기관 구성에 관해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법률안과 예산안 심사권을 실질화했고, 대통령의 헌법기관 구성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법원장에 집중된 사법부 인사권도 축소‧조정하기로 했다.

대통령은 이날 자문특위 개헌안을 보고 받으면서 실제 발의를 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대통령은 21일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6월 지방선거 및 동시 개헌안 국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서 60일이라는 심의 기간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 오는 21일 발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시점에 이날 보고된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까지 대통령발 개헌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발의를 하게 되면 국회 3분의 2 찬성표를 받아야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회 통과가 어렵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개헌 발의권을 사용해 국회에서 부결이 되더라도 6월 지방선거 및 국민투표 동시 실시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을 보여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문위 보고를 받고 “개헌은 헌법 파괴와 국정농단에 맞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외쳤던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며 “그러한 까닭에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을 하자는 것이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 모든 후보들이 함께했던 대국민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년이 넘도록 개헌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척이 없다. 더 나아가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개헌 준비마저도 비난하고 있다. 이것은 책임 있는 정치적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는 대통령 약속이자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이며 국민 세금을 아끼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대 국회에서 개헌의 기회와 동력을 다시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저는 대통령으로써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해 나가겠다. 대통령의 개헌안을 조기에 확정하여 국회와 협의하고, 국회의 개헌발의를 촉구할 것”이라며 “이 마지막 계기마저 놓친다면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헌법이 부여한 개헌발의 건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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