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매체 제재 엄격” “벌점기준 강화” “심사규정 강화”

언론사의 포털 입점 생사여탈권을 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규정을 개정한 소식을 다룬 언론보도다. 이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어뷰징이나 돈 받고 기사를 쓰는 언론에 대한 제대로 된 퇴출심사가 이뤄질 것처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을 살펴보면 ‘맹점’이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규정 개정 결과를 공개하며 “벌점 관련 조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평가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진입과 퇴출 심사를 공정하게 실시하겠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외부 기구로 언론사가 소속된 단체들이 대거 포함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기존에는 퇴출 심사가 ‘상시적 벌점제도’와 ‘주기적 재평가’ 두가지 트랙으로 운영됐다. 언론사가 1개월 이내에 10점 또는 12개월 이내 30점의 벌점을 받으면 경고처분을 받는다. 경고처분을 받은 매체가 벌점 10점을 추가로 받으면 24시간 노출중단, 다시 10점 이상 벌점을 받으면 48시간 노출중단, 또 다시 10점 이상 벌점을 받으면 계약해지가 이뤄지는 방식이었다. 또한 누적벌점 6점 이상인 매체는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재평가 대상이 되고, 재평가 결과 기준 점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퇴출됐다.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이날 평가위가 발표한 개정안은 두가지 트랙을 통합했고 벌점에 따른 제재 기준이 엄격해졌다는 게 골자다. 1년 내 벌점이 2점 이상이면 경고, 4점 이상이면 24시간 노출 중단이 이뤄지고 6점 이상이면 재평가를 받게 한다. 9점을 넘게 되면 포털 서비스 48시간 노출 중단조치가 이뤄지고 10점 이상이면 또 다시 재평가를 받게 된다. 10점을 넘을 때부터는 2점을 넘길 때마다 재평가 대상이 된다.

벌점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점에서 평가 방식이 이전보다 진일보한 건 맞다. 그러나 △콘텐츠제휴(CP)사의 경우 재평가 탈락시 즉시퇴출 제도가 사라졌고 △특정 위반행위가 전혀 감시받지 못하고 있고 △ 재평가 심사항목의 실효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첫째,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벌점제도 개선과는 상반되게 재평가 이후 조치는 오히려 완화됐다. 평가위는 “재평가 점수에 따라 ‘제휴 영역’별 최소 점수에 맞춰 ‘제휴 영역’이 변경된다”고 밝혔다. 제휴영역은 네이버 기준 전재료를 받는 콘텐츠 제휴, 검색에만 노출되는 검색제휴, PC 뉴스스탠드에만 나오는 스탠드제휴 등 3가지로 나뉜다. 이들 제휴는 개별 제휴심사에서 각각 80점, 70점, 60점 이상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다.

즉, 기존 재평가 때는 콘텐츠 제휴 매체가 80점을 충족하지 못하면 몇점이든 상관없이 퇴출했다. 실제 코리아타임스, 뉴스토마토가 80점에서 미달되자 즉시 퇴출됐다. 반면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평가 결과 70점을 받게 되면 검색제휴로 강등, 60점을 받게 되면 뉴스스탠드 제휴로 강등돼 제휴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완화된 기준 적용은 업계 소속 위원들의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계열사인 코리아타임스의 포털 퇴출 이후 업계 출신 평가위원들을 중심으로 재평가 심사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점수미달시 즉시퇴출을 골자로 하는 재평가 제도가 도입될 때 조중동 등 종합일간지가 소속된 한국신문협회는 ‘신문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복수의 평가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평가위에서 ‘재평가 결과 미달시 몇점을 받든 한단계만 강등하는 방안’이 개선안으로 거론됐다. 해당 안은 ‘무조건 퇴출’을 규정한 기존 안과 함께 논의된 끝에 ‘기준점수에 미달하면 미달된 점수에 맞춘 제휴등급으로 강등하는 방안’이 절충안 성격으로 의결된 것이다.

둘째, 일부 위반행위를 해도 벌점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벌점기준을 깐깐하게 바꾸는 건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평가위는 벌점을 받는 위반행위의 기준으로 중복·반복 기사 전송, 기사로 위장한 광고 전송, 포털전송기사를 매개로 하는 부당한 이익 추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사로 위장한 광고 전송’은 제대로 제재하지 않고 있다. 종합일간지, 경제신문 등 지면을 발행하는 신문들은 ‘애드버토리얼’이라는 이름으로 지면에는 ‘광고’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지만 포털에는 ‘기사’로 쏟아내고 있다. 이는 모두 제재 대상이고 평가위에 접수된 것만 수백건에 달하지만 평가위는 전면 금지나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포털과 언론간 계약관계로 당사자들이 판단할 것’이라는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애드버토리얼’이라고 명시하지 않더라도 돈을 받고 기사를 쓴 경우는 많다. 미디어오늘은 최근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아주경제 등이 정부부처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쓰면서도 ‘돈을 받았다’는 점을 지면에 명시하지 않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 역시 제재 대상이다.

▲ 2015년 9월 열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기자회견. 사진=이치열 기자.
▲ 2015년 9월 열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기자회견. 사진=이치열 기자.

이처럼 ‘기사로 위장한 광고’는 지면과 대조하거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보도된 내용만 적용해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 위반행위 1건당 벌점 1점으로 적지 않은 매체가 퇴출 대상이 돼야 한다.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대가로 광고주 등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포털전송기사를 매개로 하는 부당한 이익 추구’는 벌점이 5점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과 별개로 제재 조항은 사문화된지 오래다.

셋째, 벌점제도와 재평가 제도를 통합한 것은 상대적으로 대형매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존 제도는 벌점이 지나치게 많이 쌓이면 재평가 없이 퇴출될 수 있다. 반면 새 제도는 벌점이 적게 쌓이더라도 반드시 재평가를 거쳐 퇴출된다. 새 제도가 언론에 위협적인 것 같지만 재평가 심사에서 기준점수를 넘길 수 있는 매체들에게는 벌점 구간 곳곳마다 재평가가 들어간 것이 오히려 ‘안전장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재평가 자체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평가는 입점심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지며 콘텐츠 제휴 매체의 경우 80점을 달성해야 한다. 평가항목은 30%의 정량평가와 70%의 정성평가로 나뉘는데 정량평가는 발행기간, 기사 생산량, 자체기사양, 기술적 안정성을 평가하는 등 입점된 매체는 사실상 기본점수라고 할 수 있다.

정성평가 역시 체계가 잘 갖춰진 대형언론이라면 적지 않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5점 배점인 ‘실천의지’는 “신문윤리강령과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등 언론윤리 준수를 서약하거나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이를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자체기사 생산(10점)’이나 ‘광고윤리(5점)’ ‘수용자 요소(10점)’ 등 다른항목들도 기본적인 요소에 가까우며 각각 10점씩 배정된 ‘가치성 및 중요성’ ‘정확성 및 균형성’도 형식적인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포털에 입점된 언론사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제도를 만들고 심의를 하는 게 정당한가. 그리고 조중동을 비롯한 대형언론을 쫓아낼 수 있나. 2기 포털 평가위는 이번 규정 개정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1기 때보다 제재 논의에 진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두번의 위원회가 들어설 동안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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