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 민영통신사 직원들이 단체 카카오톡방(카톡방)에서 내부 임직원 얼굴을 합성시킨 음란물을 단체 공유한 사실이 확인됐다.

복수의 언론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민영통신사 A매체 직원 20여 명이 속해 있는 카톡방에서 ‘타이타닉’, ‘브로크백마운틴’, ‘사랑과 영혼’ 등의 영화에 일부 임직원 얼굴이 합성돼있는 사진 대여섯개가 공유됐다.

배경이 된 영화 장면 대부분은 남녀 혹은 남남 연인이 몸을 밀착해 포옹을 하고 있거나 침대 위에서 몸을 맞대고 있는 장면이었다.

▲ 합성사진에 이용된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왼쪽)과 '사랑과영혼' 장면. 당사자 동의없이 합성 사진이 제작됐다.
▲ 합성사진에 이용된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왼쪽)과 '사랑과영혼' 장면. 당사자 동의없이 합성 사진이 제작됐다.

합성사진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됐다. 합성사진의 절반은 카톡방에 없는 한 남성 임원과 카톡방에 속한 여성 PD의 얼굴이 영화 장면에 합성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카톡방에 없는 한 여성 기자와 카톡방에 속한 한 남성 기자 얼굴이 합성된 사진이었다.

남성 임원이 합성된 한 사진의 경우 배우들이 나체로 실제 성행위를 하고 있는 영화장면이 배경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남자 기자의 경우엔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이 합성사진에 쓰였다.

합성사진을 제작한 사람은 방송팀 소속 두 명 이상의 PD들로 알려졌다. 한 여성 PD도 사진제작자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톡방엔 기자, PD, 아나운서 등 사내 언론인들이 대부분 소속돼 있었다. 피해자 측인 기자·PD의 직속 상사들도 대부분 카톡방에 속해 있었다.

사진이 공유될 당시 제작자를 포함한 일부 직원들은 ‘ㅋㅋㅋㅋ’, ‘역대급’ 등의 단어를 써가며 상황을 즐겼다. 반면 카톡방에 속한 또 다른 직원들은 사진 게재 후 상사를 찾아가 불쾌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을 제작·유포해도 가해자가 성폭력특별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는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현행 성폭력특별법이 요구하는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관련 영상 캡쳐
▲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관련 영상 캡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랑(활동명) 대표는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성폭력특별법 제13조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사진을 받은 사람이 불쾌해야 한다. 그들끼리 장난친 상황엔 적용이 어렵다”면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를 규정한 제14조는 가해자가 촬영을 했거나 촬영물을 유포했을 때 적용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적용가능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상 사이버명예훼손죄 및 음란물유포죄 등으로 좁혀진다. 보다 처벌가능성이 높은 쪽은 사이버명예훼손죄다. 서랑 대표는 “보통 성기, 음모 등이 나와야 음란물로 확실히 인정되고, 수위가 높은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 같은 경우도 경우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며 “혀를 내미는 정도는 경찰서에서조차 음란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음란물 합성사진’ 범죄는 지난 1월 한양대 남학생의 ‘지인 음란물 제작사건’이 공개되며 한 차례 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논란은 한양대 재학생 A씨의 분실 폰을 습득한 사람이 우연히 휴대전화에서 음란물 합성사진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합성사진에는 피해자 개인정보와 ‘걸레변기창년’, ‘성노리개’ 등의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습득자를 통해 피해사실을 안 피해자는 ‘한양대 남학생의 지인사진을 이용한 음란물 제작사건 피해자 모임’을 만들면서 사건을 공론화시켰다. 피해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수만 최소 16명이다.

회사 측 입장을 받기 위해 12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사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