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활동 전력으로 논란을 부른 이아무개 KBS 기자가 지역 순환 근무를 앞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BS 지역 총국 소속 기자들이 이 기자를 거부하는 성명을 냈다.

KBS 전국 기자 29명(40·41기)은 14일 성명을 통해 “KBS전국 지역국 취재·촬영기자 40·41기는 ‘일베 기자’를 기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일베 기자’의 KBS 지역국 순환 근무가 거론되는 것조차 거부한다. 사측은 해당 기자의 순환 근무 발령 절차를 당장 중지하라. 더 이상 KBS 지역국과 KBS에 수신료를 내는 지역민을 욕보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5년 KBS에 합격해 논란을 부른 이 기자는 입사 이후 일베 유저 전력이 알려졌다. 논란에 휩싸인 그는 2016년 3월 보도국 발령(비취재부서)을 받은 뒤 작년 2월 취재 부서인 사회2부로 배치됐다. 

▲ 작년 4월5일자 KBS 뉴스7 보도. 일베 유저 논란을 부른 이아무개 KBS 기자가 리포트를 하고 있다. 사진=KBS화면 캡처
▲ 작년 4월5일자 KBS 뉴스7 보도. 일베 유저 논란을 부른 이아무개 KBS 기자가 리포트를 하고 있다. 사진=KBS화면 캡처
KBS 신입 사원들은 1년 동안 지역 순환 근무를 해야 한다. 이 기자 동기인 42기 입사자들 대다수는 이미 지난 2016년 지역 순환 근무를 마쳤다. 당시 이 기자는 비제작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최근에야 지역 순환 근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 기자가 일베 게시판 등에 남겼던 글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2014년 일베 게시판에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직장 여자 상사 또는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 등의 여성 혐오성 글을 올린 적이 있고,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음란 아니냐”, “밖에서 몸 까고 다니는 X이면 모텔 가서 함 하자 하면 X XX 같은데”라며 반사회적 주장을 쏟아낸 바 있다.

KBS 전국 기자들은 이번 성명에서 “인력난에 허덕이는 KBS 지역국에는 순환 근무가 절실하다”면서도 “그러나 지역에 필요한 인력은 ‘진짜’ 공영방송인, 제대로 된 KBS 인재이지 껍데기만 KBS인 직원은 필요 없다.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질과 자격이 없는 인력을 순환 근무로 지역에 내려보내는 것은 KBS 지역국에 대한 모욕이다. 소중한 수신료를 내는 전국 각 지역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KBS전국 지역국 취재·촬영기자 40·41기 성명 전문이다.

▲ 2015년 3월30일 KBS직능단체들이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일베 수습 임용 반대' 집회를 연 모습. ⓒ정철운 기자
▲ 2015년 3월30일 KBS직능단체들이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일베 수습 임용 반대' 집회를 연 모습. ⓒ정철운 기자
‘일베 기자’의 지역국 순환근무를 거부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 폭동이라 부르면 왜 유독 광주사람들이 화를 낸다는 거임? 이권 짤릴까바?”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공연음란 아니냐.”

“밖에서 몸 까고 다니는 X이면 모텔 가서 함 하자하면 X XX 같은데.”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

지난 2014년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게시된 한 작성자의 글들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혐오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베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솟는 이 글들은 이미 많은 KBS인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지난 2015년, 입사하자마자 일베 활동 전력이 드러나 KBS를 발칵 뒤집었던 일명 ‘일베 기자’가 입사 1년여 전 썼던 글들이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난 지금, KBS인들의 갖은 우려와 반대 속에도 그는 수습을 마치고 취재 기자로 임용됐고, 취재 부서로 발령 받아 카메라 앞에 섰고, 이제는 지역 순환 근무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려온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혐오하고 극단적인 글을 써 온 ‘일베 기자’가 과연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질과 자격이 있는지 우려를 조금도 불식시키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취재 부서 발령에 이어 전국 지역 순환마저 거론되다니, 가히 KBS가 일베로 뒤덮이는 형국이다.

KBS 지역국 취재·촬영기자 40·41기는 일베기자의 지역국 순환 발령을 거부한다. KBS 기자를 꿈꾸던 시절, 우리가 공부하고 고민했던 공영방송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 실현에 불리한 계층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의 공적 책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영방송 KBS가 당연히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다. 이것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일베 기자’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극단적인 시각을 드러낸 그를 어느 시청자가 공영방송 기자로서 공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신뢰할 수 있는가? 시청자가 신뢰할 수 없는 기자를 대체 누가 공영방송 기자로서 자격을 부여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민의 목소리를 충실히 들어야 할 KBS  지역 근무 기자에게는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야 한다. KBS지역국에 ‘일베 기자’의 순환 근무가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껍데기만 KBS직원은 필요 없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KBS 지역국에는 순환근무가 절실하다. 그러나 지역에 필요한 인력은 ‘진짜’ 공영방송인, 제대로 된 KBS 인재이지 껍데기만 KBS직원은 필요 없다.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질과 자격이 없는 인력을 순환근무로 지역에 내려 보내는 것은 KBS 지역국에 대한 모욕이다. 소중한 수신료를 내는 전국 각 지역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KBS전국 지역국 취재·촬영기자 40·41기는 ‘일베 기자’를 기자로 인정할 수 없다. ‘일베 기자’의 KBS 지역국 순환 근무가 거론되는 것조차 거부한다. 사측은 해당 기자의 순환 근무 발령 절차를 당장 중지하라. 더 이상 KBS 지역국과 KBS에 수신료를 내는 지역민을 욕보이지 말라.

KBS 지역권 40기 기자 일동
대전총국 이연경 조정아/ 청주총국 이규명/ 전주총국 조선우/ 광주총국 이성현/ 순천국 양창희/ 제주총국 김가람/ 창원총국 차주하/ 부산총국 이준석/ 울산국 이한범 주아랑/ 대구총국 류재현 전민재 정혜미/춘천총국 임서영/ 강릉국 김보람 조연주 최진호

KBS 지역권 41기 기자 일동

대전총국 성용희/ 청주총국 진희정/ 전주총국 박웅 진유민/ 제주총국 강나래/ 창원총국 김준원/ 울산국 김홍희/ 대구총국 신주현 오아영/ 춘천총국 하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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