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폭우가 강타하고 지나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느닷없이 개들이 나타났다. 한국육견단체협의회(한단협) 회원들이 국회의 가축분뇨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려고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 앞에 육견을 트럭에 싣고 와서 집회를 벌였다. 

한단협 회원 수백여 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국회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2월23일 국회 환노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연장 대상 가축에서 ‘육견’은 제외됐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육견은 포함돼 있지 않아 허가 대상이 아니다. 


애초 이날 한단협과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은 국회 안에 육견 30여 마리를 풀고 한정애 의원에 대한 화형식, 무허가 축사 개 사육장 단속 유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한 분뇨 투척 등 과격 시위까지도 계획했다.

하지만 이날 육견협회 이사회 차원에서 행사 불참을 선언하고 한단협 집행부도 회원들에게 육견 방사 등 불법 행위는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우려했던 난리는 벌어지지 않았다. 집회 도중 일부 회원이 개를 풀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집회를 통제하던 경찰이 제지하면서 실제 개가 방사되지는 않았다.

육견협회(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상영)는 이날 성명을 내고 “16일 국회와 민주당사 앞에서 진행하는 육견 관련 집회는 협회에서 주관하는 집회가 아니다”며 “협회는 이미 공식 참여하지 않는다고 공지한 바 있고, 우리는 육견인들의 사회적 이미지 개선을 최우선책으로 지향함을 알린다”고 밝혔다.

▲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 앞에서 국회 가축분뇨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고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트럭에 육견을 싣고 왔지만, 경찰의 제지로 방사하지는 않았다. 사진=강성원 기자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 앞에서 국회 가축분뇨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고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트럭에 육견을 싣고 왔지만, 경찰의 제지로 방사하지는 않았다. 사진=강성원 기자
반면 한단협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육견협회 임원들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다수의 회원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한단협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육견협회 회장과 임원, 이사 일부만 (집회 불참을) 결정한 것이지 회원들은 다 와 있다. 협회의 결정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한단협 회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연간 8천억 원 이상의 처리 비용이 드는 음식물 쓰레기도 치워주는데 우리를 범죄시하고 동물보호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는 법률 만들고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회원은 육견을 국회에 풀거나 분뇨를 투척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우리는 모두 벌금 내고 감옥 갈 각오로 오늘 집회에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 점점 더 강하게 대응할 거다. 다음번엔 극약을 들고 가서 죽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결국 육견단체 회원들의 요구사항은 식용 개 사육을 합법화해 축산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한단협 관계자는 “우리가 개를 가져온 목적은 육견과 애완견이 확실히 구분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가져온 것이지 방사하려는 게 아니다”며 “개를 푸는 일은 없을 테니 경찰관들은 농민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고 물러나 달라”고 주문했다.

▲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 앞에서 국회 가축분뇨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고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 앞에서 국회 가축분뇨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고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또 다른 회원은 “청와대에서 키우는 개 ‘문토리’가 식용 개가 될 수 없는데 동물보호단체는 온 국민을 속이고 후원금 장사를 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한정애·표창원·이상돈·이정미 의원 등에게 개를 반납할 거다. 그들도 여의도 개들이니까 동족 아니냐. 우리보고 못 키우게 하니까 직접 키우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부근에서 한단협과 접촉을 차단당한 동물권단체 케어(CARE) 회원들은 한단협에서 가져온 개 인계를 시도하기도 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개 주인이 직접 나에게 잘 키워달라며 준다고 해서 동물보호단체가 동물을 보호해 데려가려는데 경찰이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여러 관련법에 의해 개 식용 산업이 쇠퇴하면서 더는 설 자리가 없어진 사람들이 이 산업이 종식될 위기감에서 마지막 돌발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계속해서 과격한 돌발행동을 하면서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 동물을 구조해서 안전하게 보호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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