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심의 민원을 과도하게 제기하고 있다. 일부 민원은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마저 방송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낼 정도다. 정당 민원도 시청자 민원으로 분류하고 민원인을 공개하지 않는 현행 심의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자유한국당 가짜뉴스 신고센터 민원 현황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올해 4월 이후에만 방송심의 민원을 200여건 제기했고 방통심의위는 아직 절반도 심의하지 못했다. 

결과는 어떨까. 여야 뿐 아니라 언론학계, 방송사단체, 시민단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변호사단체 등 다양한 단체 추천위원으로 구성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 내역을 살펴보면 ‘문제 없음’ 결과가 나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달 심의한 한국당 민원은 ‘문제 없음’ 6건, ‘권고’ 3건, ‘의견 불성립’ 1건으로 중징계인 법정제재는 1건도 없었다. 선거 관련 내용은 임시 기구인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심의를 전담한다.

▲ 자유한국당이 심의 민원을 제기한 방송. 한국당은 김문수 후보가 기호 2번인데 세번째로 소개했다며 SBS 8뉴스에 심의 민원을 넣었다. SBS 블랙하우스는 한국당 소속 의원을 조롱하고 희화화한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다.
▲ 자유한국당이 심의 민원을 제기한 방송. 한국당은 김문수 후보가 기호 2번인데 세번째로 소개했다며 SBS 8뉴스에 심의 민원을 넣었다. SBS 블랙하우스는 한국당 소속 의원을 조롱하고 희화화한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들은 한국당이 민원을 넣은 방송에 적극 문제제기했다. 지난 7일 방통심의위 전광삼 상임위원은 자유한국당 의원을 희화화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전 위원은 SBS CP에게 “자유한국당 싫어하나? 정치적으로 보면 야당이 약자인데 약자만 사정없이 짓밟는 거다. 이게 SBS가 말하는 방송 정상화인가”라고 말하는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1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드루킹 논란을 언급하며 “자유한국당이 부풀리고 있다” “지방선거용” “불쏘시개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 내용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한국당 추천 선거방송심의위 김민준 위원은 “진행자가 한쪽으로 편향됐다. 적절한 조치는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4월6일자 ‘뉴스공장’을 심의한 5월11일 회의 때 “진행자가 더 큰 문제”라며 법정제재인 ‘주의’ 의견을 냈다. 이때 ‘주의’ 의견을 낸 위원은 김 위원을 포함해 2명 뿐이다.

다수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은 일부 한국당 민원을 살펴보며 ‘왜 심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의자료에는 ‘민원’이라고만 돼 있고 방통심의위는 민원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위원들도 ‘정당이 제기한 민원’인지 모른채 심의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당 추천위원조차 다수가 ‘문제 없음’ 의견을 모으면 ‘문제 없음’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국당이 제기한 민원이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11일 선거방송심의위는 4월21일 방영된 SBS 8뉴스가 △김문수 후보가 기호 2번임에도 세 번째로 소개했고 △박원순·안철수 후보보다 출연시간이 적고 △“김 전 지사는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은근히 깎아내렸습니다”라는 표현이 부정적이고 감정적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결과는 ‘문제 없음’이었다.

한국당은 4월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을 ‘계륵’에 빗댄 내용에 “편향적 발언을 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특정 정치인과 정당을 폄하했다”며 민원을 넣었다. 이번에도 결과는 ‘문제없음’이었다. 5월11일 회의에서 한상혁 위원(케이블TV방송협회 추천)은 “이 정도 표현은 그동안 제재한 전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수가 문제없음 의견을 낸 다음 자유한국당 추천 김민준 위원 역시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한국당은 “‘최근 한국당에 좋지 않은 여론조사들이 많이 발표됐다” “홍 대표는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는 4월13일 JTBC 뉴스아침&의 보도가 ‘편향적’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5월18일 선거방송심의위에서 한상혁 위원은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무엇이 문제라고...”라고 말했고 정미정 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추천)은 “어떤 정당에 대해 편향적이라는 것이죠?”라고 물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김민준 위원은 다수의 의견을 들은 다음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 2016년 국정감사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실 보도자료.
▲ 2016년 국정감사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실 보도자료.

물론 정당도 심의 민원을 제기할 권한이 있다. 지난 정부 때 종편의 편향방송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집중 모니터링으로 민원을 제기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과거 자유한국당이 민원을 넣는 단체 소속 인사가 심의하는 건 ‘셀프 민원’이라고 문제를 제기해온 점이 비춰보면 이중적이다. 2016년 국정감사 때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총선보도감시연대 소속 단체 인사가 심의위원이 되자 셀프 심의라고 비판했다.

공적 기구인 정당의 민원을 일반 시청자 민원처럼 다루는 현행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선거방송심의위 회의록을 보면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해당 민원을 언급하며 ‘시청자 민원’이라고 말하고 언론 취재에도 민원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 인터넷보도를 심의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보도 당사자인 정당이 제기한 민원은 ‘이의신청’에 의한 민원이라고 공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언론 보도에 과도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보에 불리한 팩트체크 기사가 많이 나오자 한국당은 언론사 팩트체크 기사를 모아 서비스하는 서울대 팩트체크 센터를 고발했으나 검찰은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당시 한국당은 한국당과 홍준표 후보를 비판하는 기사 다수를 언론중재 신청했으나 대부분 기각됐다. 지난해 8월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공인의 공적 사안에 대한 보도를 비공개로 진행되는 중재와 소송으로 압박하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