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회장이 다수 직책을 내려놓으며 지난 11일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고 했지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SBS 노동조합이 윤 회장이 ‘인제 스피디움’ 등 태영건설을 사업을 돕기 위해 SBS를 사유화했다고 폭로하며 법적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윤 회장이 세운 회사로 SBS의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13일 윤 회장은 2015년 6월 ‘자동차 3000만대 시대를 맞아 모터스포츠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었고, 이에 따라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한 교양프로그램 ‘모닝와이드’, 예능 ‘런닝맨’, 모터스포츠를 소재로 한 ‘더 레이서’, ‘더 랠리스트’ 등 2015년 하반기에만 20여 차례 프로그램이 제작됐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태영건설은 지난 2014년 모터스포츠 시설인 인제 스피디움 경영권 인수 이후 재무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당해년도 334억의 영업손실과 789억의 순손실을 기록한다”며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SBS의 전파와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했다”고 비판했다.

▲ 지난 2015년 5월2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윤세영 SBS 회장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5년 5월2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윤세영 SBS 회장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BS본부에 따르면 ‘더 레이서’는 직전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의 2배가 넘는 제작비를 쏟아 부었지만 시청자들이 외면해 7회 방송으로 종영됐다. 주말 황금시간대였지만 평균 시청률 2.7%, 광고판매율 13%에 그쳐 SBS 경영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이런 프로그램 제작 관련 총괄책임자인 박정훈 당시 제작본부장은 현재 SBS 대표이사다.

SBS본부는 “같은해 SBS는 강원도와 세계자동차경주대회(WRC) 유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며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책무와 무관하게 대주주 태영이 인수한 골치덩어리 인제 스피디움 띄우기를 위해 SBS가 들러리를 넘어 바람잡이 노릇을 자처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태영건설이 SBS미디어홀딩스를 통해 인제 스피디움 경영난 해소를 위해 억대가 넘는 숙박권을 SBS 등 전체 계열사에 강매했다는 폭로도 있었다. SBS본부에 따르면 당시 이웅모 SBS 사장(현 미디어홀딩스 사장)은 노사협의회 공식 대화 석상에서 “계열사와 연관된 곳이 어렵고 하니, 주변에 있는 계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각 사 사정에 맞게 사주게 됐다”며 불법·부당지원 사실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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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언론노조 SBS본부

대주주의 지시를 받은 전직 SBS 사장과 간부들이 인제 스피디움 관련 정부 예산 편성 등을 위해 정관계를 대상으로 조직적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내용도 있다. SBS본부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2006년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세권 D3 블록을 매입해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분양이 성사되지 못했고 지난 2014년 순손실을 기록해 자금난이 가중되자 태영건설은 광명 역세권 개발 사업에 중점을 뒀다.

윤석민 부회장 지시로 SBS 임원들은 광명시의 관심분야인 광명동굴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SBS본부는 “태영 분양사업의 인허가권자인 광명시의 숙원 사업을 SBS가 대신 해결해 주는 방식의 우회 로비”라고 표현했다. SBS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노동조합이 이를 문제 삼자 양기대 광명시장과 언론사 선후배 사이였던 전 SBS 보도본부장 최영범은 (윤석민) 부회장 지시였다고 털어놨다.

광명 역세권 분양 사업을 성공해 대주주는 이득을 봤다. 2014년 344억원 영업손실을 봤고 2015년 25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던 태영건설은 2016년 581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SBS본부는 전했다.

▲ 언론노조 SBS본부는 윤세영-윤석민 부자, 박정훈 SBS 대표이사 등 관련자 10여명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 언론노조 SBS본부는 윤세영-윤석민 부자, 박정훈 SBS 대표이사 등 관련자 10여명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SBS본부는 “윤 회장과 SBS 경영진은 그 동안 수도 없는 불·탈법 경영 행위를 마구 저질러 왔음을 조합은 ‘방송사유화 실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상세하게 파악한 상태”라며 “지금까지 파악한 사항에 대한 법리검토를 마무리했다”고 했다. SBS본부는 윤세영-윤석민 부자, 박정훈 SBS 대표이사 등 관련자 10여명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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