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글에서 좋은 기사를 평가하는 독자의 기준에 관한 연구를 소개했다. 분량 제약으로 그 글에 적지 못한 잣대가 또 있다. ‘다양성’ 또는 ‘다성성’이다. 독자는 한 사람만 취재한 기사를 싫어했다. 하나의 출처에 기대어 ‘엄청난 일을 독점 보도한다’는 식의 기사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찬반양론을 소개하는 것도 부족하다고 여겼다. 형식적 균형이나 기계적 중립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투였다. 대신,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기사를 좋아했다. 여러 곳, 여러 문서, 여러 자료를 담은 기사도 좋아했다. 그러니, 지난 글에 이어 독자의 잣대를
“이게 만화인지 내 인생인지” (3화 베스트댓글 중)“보는데 숨 막힌다. 지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보는 게 무섭다.” (19화 베스트댓글 중)웹툰 에는 종종 이런 댓글이 눈에 띈다. 방에서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백순의 일상이 자신과 똑 닮아 도저히 보기 어렵다며, 이제 웹툰에서 하차한다는 독자도 있을 정도다.은 제목 그대로 '백수'인 '백순'의 일상을 그린다. 백순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외출하지 않는다. 옆방의 소음이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벽이 얇은 집에 사는 그는 밤새 게임을
한미와 북한은 서로 상대방을 핵으로 응징하겠다는 발언을 기회만 있으면 반복하며 핵무장, 핵 공격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공조,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밀착이 가속화되면서 전쟁위기 지수가 계속 치솟고 있다. 북한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 하자 한미일이 20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펼쳤다. 한반도는 자칫 우발적 충돌로 큰 재앙적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험악했던 미중관계는 두 나라 국방장관 등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핫라인 등의 구축을 통한
사진 기자들이 취재하기 껄끄러운 대상은 1번 정치인, 2번 연예인, 3번 기업인, 4번 시민 중 누구일까. 불리한 처지에서 언론에 노출되길 꺼려하는 상황이 동일했을 때를 전제로 해서다. 최근 국회의원이 본회의장 등 공개된 자리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휴대폰 창이 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휴대폰 주인인 정치인은 종종 매체에 항의한다. 사생활 침해라고 둘러대지만 메시지 내용을 보면 혈세를 받는 의원이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벌이거나 부적절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의가 거세지만 공적 보도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사진
한국경제신문 특종기사다. 라고 한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하다 보니 파리바게뜨 제빵사 임금이 오르게 되었고 임금이 오르니 점주가 직접 빵을 굽게 되었다고 한다. 점주가 직접 빵을 굽게 된 것이 신규 채용을 1/3로 줄었다는 원인이라는 소식을 전한다.2017년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의 제빵사 고용 형태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다. 당시 제빵기사들은 형식적으로는 도급업체 소속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사실상
우리 관객의 일본 애니메이션 사랑은 나 흥행으로 익히 알려졌지만, 일본 실사영화를 대하는 온도는 정반대로 냉랭할 지경이다. ‘1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는 20년도 더 전에 개봉한 1999년 개봉한 (1995)나 2003년 개봉한 (2002) 정도다. 지난해 가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적인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원작 소설과 10대 팬덤의 힘,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 등이 결합한 예외적인 사례로 평가하는 분위기
지난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검증을 받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게 들통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장 후보로 지명된터라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서 ‘거짓말한 총장 후보자는 사퇴하라’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녹취록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수수 의혹을 받자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청문회 내내 자신은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뉴스타파는 인사청문회 자정 무렵 윤 대통령이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서울 여의도에 처음 가봤다. 생애 첫 서울여행이기도 했다. 초저녁에 한강 공원 잔디에 앉아보고 싶었다. 라면도 한젓가락 후후 불어보고팠다. TV로 배운 낭만이었다. 낯선 길이었지만, 씩씩하게 갔다. 분명 한강이 보이고 잔디밭도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낯선 그곳에는 사람도 라면도 낭만도 없었다. 사람들이 즐겨찾는 ‘그’ 한강공원이 아니었 것. 정처없이 여의도 길바닥을 걸었다. 늦겨울 바람이 차서, 눈에 물이 좀 고였다. 여의도에 관한 기억은 이게 전부다. 짠한 여의도 기행이 문득 다시 떠오른
“언론과 훌륭한 소통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임명된 김수경 통일비서관의 일성이다. 김 대변인은 “국민 여러분께 왜곡 없이 정확하게 국정을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인사 흐름 속에 70년대생 여성 공직자의 출현은 반갑지만 기자와 최일선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임 이도운 대변인은 “제가 대답하지 않은 질문은 있지만 단 한 번도 거짓말하거나 미스 리딩한 적은 없다고 자부한다”고 했지만 훌륭한 소통 파트너가 되는 것에 대해선 한참 못미쳤다.
신문사에 입사한 1997년 겨울, 많은 일이 일어났다. 가수 이현우가 ‘헤어진 다음날’을 발표했다. 가는 곳마다 그 노래만 흘러나왔다. 누구나 비발디 사계의 겨울을 흥얼거렸다. 첫 출근 3주 뒤에 구제금융(IMF)이 시작됐다. 나라가 망했다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노숙자’라는 단어도 처음 등장했다. 서울역 지하도에 종이를 깔고 자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선배의 지시를 받아, 2박3일을 그들과 함께 보냈다.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사줬더니, 노숙자는 국수 대신 소주만 마셨다. 얼마 뒤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선배의
국회 공식 예산안 심사는 거대한 쇼에 불과하다. 진짜 심의는 무대 뒤에서 진행한다. 국회는 예결위 소위라는 공식 무대에서 예결위 예산안 심의를 한다면, 무대 뒤에서 진행되는 비공식 협상 테이블은 ‘소소위’라고 한다. 국회는 지난 11월 24일 공식 예결위 소위를 종료하고 비공식 소소위 협상을 시작했다. 대부분 언론도 이 소식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소소위’를 마지막 결판이라고 표현하면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회 의결을 밀어붙이면서 보류사업과 증액심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고 표현했다.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권력을 감시하는
12·12 사태.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79년, 40대 후반의 군인 전두환이 쿠데타로 국가 실권을 장악한 날이다. 무려 18년을 장기 집권한 절대권력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당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권력의 빈자리를 꿰찬 것이다. 명목상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이 경계한 건 힘 없는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의 야욕을 꿰뚫고 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그에게 임명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이었다.개봉 첫 주에 189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겨울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은
1997년 12월 KBS는 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전남 신안군에서 경찰관 비호 아래 밀렵행위가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해당 지역 파출소에 근무 중인 순경이 밀렵꾼으로부터 돈을 받는 장면이 나왔다. 보도 이후 순경은 직위해제조치됐다. 논란은 순경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불거졌다. 자신에게 돈봉투를 건넨 사람은 KBS카메라 기자와 수렵보호단체회원이었으며 돈을 돌려줬는데도 KBS는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정취재로 인해 자신은 피해자라는 주장이었다. 순경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KBS기자는 순경의 주장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뉴스제휴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면 언론계는 들썩였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입점하는 최고등급인 뉴스콘텐츠부터 뉴스스탠드, 뉴스검색 제휴까지 매체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400개가 넘는 매체가 심사를 신청했다. 심사를 통과한 뉴스콘텐츠 매체는 1개, 뉴스스탠드 매체는 8개였다. 마지막 등급인 뉴스검색 제휴 심사를 통과한 매체도 8.4%에 불과했다. 제평위는 ‘심사’와 ‘퇴출’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통해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딜레마가 존재했다. 포털에 입점하기 위해선
지난 14일 경남도민일보 표세호 기자가 토론해볼만한 주제라며 내부소통망에 ‘경남도민일보는 포털에 기사를 전송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상상만해도 아찔한 질문이다. 그런데 불과 얼마 뒤 진짜 ‘탈포털’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봐야 할 일이 일어났다. 포털 다음이 22일부터 뉴스 검색이 되는 기본 설정을 기존 전체 언론사에서 '콘텐츠 제휴 언론사'(CP사)로 변경한 것.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뉴스 유통 업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는 탈포털이 당면 과제로 다가왔다.포털에 기사를 전송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국 언
KBS가 인사와 보도 논란으로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박민 신임 KBS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주요 간부를 교체하고, 주요 보도·시사·교양·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출연진에게 갑작스러운 하차를 통보했습니다. KBS 내부에서 무도한 언론탄압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KBS의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논란을 언론이 어떻게 보았는지 살펴봤습니다. 박민 사장 보직·프로그램 인사 단행편향성 논란에 편향 인사로 돌려막기박민 사장은 구성원 동의가 필요한 주요 국장직을 제외한 KBS 본부장, 국·실장, 부장, 팀장급 170여 명에
‘그날’이 다시 돌아왔다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일어난 참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여전히 차고 넘친다. KBS 다큐 인사이트 은 생존자 인터뷰와 희생자의 기록으로 그날의 기억을 전했고, YTN 탐사보고서 기록 은 그날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에 이토록 간절해야 할 이유를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에서 제작한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는 유가족의 고민과 활동에 집중하면서 시민들이 연대하고
지난 13일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하고 난 뒤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폭력적이었다. 진행자 교체를 놓고 여권에서조차 시청자와 마지막 인사는 해줬어야 했다는 쓴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박민 사장도 자신의 최종 임무가 ‘KBS죽이기’에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방송계 내부 인사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셨다. 카르텔을 깨고 제대로 개혁하려면 외부의 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 발언도 앞으로 박민 KBS 사장 체제가 어디로 향할지를
지난주 화요일, 박민 KBS 새 사장이 머리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과거 KBS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생태탕 보도’ 등 4가지가 대표적인 불공정 방송이었다는 것이다. 나와 후임 김의철 사장 시기에 나간 보도였다. 그런데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 왜 사과를 하지? 당시 그는 문화일보 직원이었는데, 주제넘은 일 아닌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당일 밤 에서 그대로 받아서 보도했다. 당시 담당 기자나 데스크에게 어떠한 반론 기회도 주지 않고 앵커가 일방적으로 사과방송을 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물론 새 사장이 취임한
윤석열과 이재명. 22년 대선에서 각각 1639만, 1615만 표를 얻었다. 새삼 적시하는 까닭은 0.7% 차이가 빚은 결과를 직시할 필요가 있어서다. 칼럼에 써왔듯이 민주, 민생, 남북관계의 삼중 위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신방복합체와 아류들의 선동적 보도로 심각성이 폭넓게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국힘과 민주, 보수와 진보를 싸잡아 비난하는 먹물이 부쩍 늘어나 더 그렇다. 역사에 가정이 꼭 쓰잘머리 없지는 않다. 현실을 꿰뚫게도 한다. 대선 갈림길에서 윤석열 표가 조금만 이재명에게 갔다면 한국정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어금버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