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오해와 달리, 소재 측면에서 정론과 타블로이드의 차이는 없다고 지난 글에 적었다. 타블로이드도 정치인을 다루고, 정론도 셀럽을 다룰 수 있다. 다만, 타블로이드는 마구잡이로 보도하고, 정론은 검증하여 보도한다. 차이는 취재 대상이 아니라 취재 방법에 있다. 방법이 다르지 않은 한국의 전통 언론과 타블로이드의 경계는 얇디얇다. 남현희에서 이선균으로, 다시 이강인으로 옮겨갈 뿐이다.방법을 갈고 닦아야 타블로이드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퍼질러 앉아 있으면, 옐로우 저널리스트로 살 것이다. 그리 살기 싫은 기자에게
사과가 없다. 대응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2022년 ‘바이든-날리면’ 사건과 2024년 ‘명품백-파우치’ 사건은 닮았다.대통령 발언을 “바이든은”으로 처음 보도한 MBC는 2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에서 법정 제재를 받았다. 음성 감정 결과는 ‘감정 불가’였지만 1심 법원은 정정보도 판결을 냈고, 방심위는 확정판결 전엔 심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심의를 강행했다. 100여개가 넘는 언론사가 “바이든은”으로 보도하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바이든은”으로 들었다고 해도 모두 다 MBC의 편향된 첫 보도 때문이라는
보도전문채널 대주주가 공기업인 소유구조가 최선일 순 없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계속된 이 소유구조 속에서 YTN이 언론 신뢰도 1위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적 소유구조는 구성원들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게 만든다. 나아가 언론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공정방송’을 구조적으로 지탱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방송통신위원회가, 그것도 5명이 아닌 대통령 추천 단 2명이 쫓기듯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라는 정부 방침은 “언론장악 하청업자 선정”(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으로 끝났다
‘건국전쟁’의 흥행은 그야말로 이변이다. 일반적인 홍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력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통상 극장 개봉작은 별도의 영화전문 홍보사를 고용한다. 이 홍보사가 각종 이야깃거리를 보기좋게 정리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기사 노출을 유도한다. ‘건국전쟁’은 이런 역할을 전담하는 별도의 홍보사 없이 김덕영 감독이 SNS로 직접 영화를 알렸고, 그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면서 스크린 수를 늘린 경우다. 한동훈 장관 등 유력 정치인이 관람하면서 기세에 화력이 붙었다. 영화계를 넘어 언론과 정계까지 작품을
올해 5명이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죽었다.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1월12일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가스 폭발 사고 나 20대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1월18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60대 하청노동자가 3m 높이 계단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했다. 1월24일엔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30대 하청노동자가 물속에서 선체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다. 2월5일 통영 HSG성동조선에서는 50t 크레인에 깔린 40대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달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공장에서는 60대 하청노
설 명절을 맞아 영화 를 봤다. 모처럼 가족 모두 행복한 기분에 푹 젖어 들게 한 작품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영화평을 찾아보니 우리처럼 영화를 보고 잔뜩 기운을 얻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 듯했다. 특히 이런 코멘트들이 눈에 띄었다. “보고 나오면 행복한 영화”라고.이런 평을 듣는 작품들은 종종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도 비슷했다. 그러나 행복하고 순수한 라고 해서 영화 속에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건 아니다. 윌리 웡카를 위협하는 초콜릿 연합은 실제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기업
기성 언론사 기자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와 단비뉴스에서 취재를 배웠고, 시민단체에서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비영리 매체 ‘뉴스어디'를 창간해 기자가 됐다. 한국 대다수 기자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자가 됐다 보니 염탐하듯, 공부하듯 기성 매체를 기웃거린다. 출입처가 있는 기자의 취재는 무엇이 다른지, 새벽에 경찰서나 파출소를 돈 뒤 보고하는 훈련은 사건을 파악하는 눈을 키워주는지, 얼굴도 본 적 없는 다른 회사 기자를 선⋅후배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어본 적 있다.최근에도 궁금한 게 생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되겠다는 걸 느낌다. 우리 원수님께서는 정말 그렇지 않은데 우리 사람들이 머리 나쁜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됐는가…” 목숨 걸고 탈북한 노 씨 할머니가 죽을 고비를 십 수 번도 더 넘기며 백두산 중국 경계에서 빠져나와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카메라 앞에서 울먹이며 전하는 말이다. 그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베트남 어디에서든 콸콸 흘러나오는 조촐한 물줄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수도시설이 없어 사위가 길어다 주는 물에 의존하며 생활했던 북한에서의 삶이 얼마나 낙후된 것
지난달 22일 밤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밤사이 점포 227개가 탔다고 한다. 보도사진 속 피해 상인들의 표정에는 허망함이 묻어났다. 2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서의 한 상인의 토로는 더욱 직접적이었다. “두 눈으로 볼 수가 없어요. 이렇게 처참하게 우리의 삶의 터전이 망가지다니….”이 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갔다. 윤석열 대통령도 뒤이어 도착했다. 서울 쪽 언론은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 집중했다. 한-윤 갈등이라는 서사가 극으로 치닫던 중이었다. 서천시장에서의 만남은
모처럼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여당도 야당도 인구부를 신설하자는 총선 공약을 동시에 발표했다. 문제는 여야가 싸운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여야가 합의했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데 있다. 저출산 관련된 기사는 거의 매일 언론에 나온다. 그러나 홍수가 나면 가장 부족한 것은 깨끗한 물이라고 한다. 저출산 관련 기사가 넘칠수록 오히려 저출산 관련 오해가 더 쌓인다. 저출산 관련된 대표적 신화와 진실을 따져보자.첫째, 우리나라는 저출산 관련 예산을 많이 쓴다? 언론에서 저출산 예산을 꾸미는 수식어는 ‘천문학’이다. 천문학적 예
대법원이 지난해 10월12일 노조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된 안광한 전 MBC 사장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원심을 확정했다. 노조 탄압 혐의로 김재철 전 사장 또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형을 받으면서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공정방송을 탄압했던 MBC 전직 사장 3명이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공정방송’이라는 근로조건을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안광한‧김장겸 두 전직 사장은 2014년 이후 신사업개발센터, 뉴미디어포멧개발센터
고발장을 받아 수사하는 검사가 누군가에게 고발을 사주했다면, 고발 사건의 수사 과정이 공정할 수 있을까. 2020년 총선 직전,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부서의 현직 검사가 검사 출신 야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고발장을 건넸다. 당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들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가 피고발인으로 등장했는데,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공수처가 이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판단해 손준성 검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이유는 현직 검사가 정치적
몇 년 전, 여성 만화연구자들과 함께 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이라는 제목은 ‘그 비평가가 로맨스 판타지에 고료를 탕진한 사연’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는 뜻이기는 했으나, 작품에 고료를 탕진하다 못해 늘 적자를 보는 건 만화평론가들의 현실이었다. 직무 특성상 한 달에 만화로 소비하는 금액만 수십만 원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웹툰‧웹소설은 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에서 볼 수도 없는 데다 전면 유료인 작품도 많아 매번 이용권을 충전해서 열람해야 한다. 이런 말을 꺼내는 건 도서정가제
미디어 감시 매체 뉴스어디는 뉴스타파에서 취재를 배우며 첫발을 내디뎠다. 여러 수업을 들었고, 대부분 유익했지만, 공감이 안 되는 강의 하나가 있었다. 여러 언론사의 데이터 기자들이 모여 경험담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데이터 분석이나 시각화에 문외한 기자와 소통하며 겪은 어려움, 그들로부터 받은 당황스러운 요청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보통의 기자는 데이터 전문 기자가 모든 유형의 자료를 뚝딱 분석해 내는 줄 알고 무리한 요청을 하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필자도 데이터 분석을 잘 모르는 쪽이라 공감하기엔 지식이 부족했다. 더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야권 심의위원들을 연달아 해촉하더니 결국 대통령의 발언을 ‘바이든’으로 보도한 MBC 등 방송사들이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외교부-MBC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정치적 행위’이자 윤 대통령 심기 경호를 위한 ‘묻지 마 의결’로, 방심위 역사에서 두고두고 기억될 최악의 법정제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지난 12일 외교부 손을 들어준 1심 재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뜬금
“영부인의 디올백이 국가 리더십을 흔들다.”(First lady’s Dior bag shakes country’s leadership.) 25일자 영국 BBC 기사 제목이다. BBC뿐만 아니다. “2200달러 디올 핸드백이 한국 여당을 뒤흔들다.”(A 200 Dior Handbag Shakes South Korea’s Ruling Party.) 23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제목이다. 급기야 지난 27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 여사 의혹을 전하며 “윤 대통령이 집권 2년도 되기 전에 통찰력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김건희 여사
최근 전북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봤다. 기자가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전북일보와 넷플릭스 중 한 달 무료 구독 혜택을 준다면 무엇을 선택할 건가요?” 영상에서 상당수가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지역신문도 넷플릭스도 ‘구독’ 형식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니까 일대일 비교를 할 수 있겠다 싶다. 지역신문이 글로벌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와 ‘맞짱’ 떠야 하는 운명인가. 지역신문은 존재 이유가 있다. 단지 그것이 너무 희미해졌을 뿐. 전북일보의 다소 자조적인 질문에는 지역신문의 가치가 가려진 현실이 반영돼
1주에 3달러, 우리 돈 약 4000원. 가격만 보고 소위 ‘개잡주’ 취급했던 주식이 하루 만에 100배, 1년 사이 1600배까지 폭등하는 유례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2021년 미국, 게임CD 판매업장을 운영하던 게임스탑(Gamestop)이라는 회사의 주가가 말도 못 하게 뛰어오른 거다. 더 놀라운 사실, 이 폭등을 주도한 건 기관도 세력도 아닌 바로 개미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모든 걸 ‘다운로드’하는 시대가 도래하자 게임도 더는 CD를 사지 않고 내려받게 될 거라고 짐작하던 어느 시점. 한 헤지펀드의 창립자 ‘게이브 플롯
22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높은 상속세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가 왜곡”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상속세가 왜 기업지배구조를 왜곡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최상목 부총리도 상속세율을 낮추자는 취지로 발언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를 보니 “최상목…상속세 개편 신중”이라고 한다. 조선일보를 보면 최상목 부총리가 상속세를 낮추자는 윤석열 대통령 말을 긍정한 줄 알았는데 중앙일보를 보니 윤석열 대통령 말을 부정한 것 같다. 누구 말이 맞을까? 최 부총리가 지난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말한 전문
10년 전,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사전에 질문 내용을 취합해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질문할 기자와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질문 중엔 ‘퇴근 후 뭐 하시나’도 있었다. 준비된 ‘각본’에 따른 약속 대련에 기자들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조율된 소통’에 저항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그때는 기자회견이라도 있었다. 10년 뒤, 지금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자체가 없다. 작년에도 없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껏 유일한 기자회견은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