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광고인들은 재벌계열사들의 광고물량을 대부분 계열 광고대행사에 주던 관행이 점차 깨지고 이른바 ‘경쟁 프리젠테이션(설명회)’을 통한 공개 입찰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를 95년 광고계의 가장 큰 뉴스로 꼽았다.

한국광고연구원이 광고주협회, PR협회 등 광고 유관단체들의 의견을 종합, 발표한 ‘95년 광고계 10대 뉴스’엔 이밖에도 △광고회사 사업다각화 붐(2위) △난항겪는 CATV 업계(3위) △선진방송 5개년 계획안 발표(4위) 등이 포함됐다.

재벌그룹 계열 광고회사들이 다른 계열회사의 광고를 수주, 제작하는 것은 광고계의 오랜 관행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94년 11월 삼성전자가 연간 광고물량 80억원에 이르는 냉장고의 광고대행을 계열사 제일기획을 비롯해 대홍기획, 오리콤, 웰콤 등 4개 광고사를 상대로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하면서 이 관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 광고물량 수주는 삼성그룹의 계열사 제일기획이 아닌 웰콤에 낙점됐다.

95년에도 7월 LG화학이 계열사인 LG애드를 배제한 채 역시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실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또 두산그룹 계열사 동양맥주의 넥스도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에서 현대 계열의 금강기획으로 넘어갔다. 광고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회사들이 종합커뮤니케이션 그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상도 광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2위). 광고회사들이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분야는 영화·TV프로그램 제작이나 외국영화 수입과 배급, 비디오 판매 등 영상산업 분야다.

제일기획이 94년 영화 ‘노스트라다무스’를 수입, 영화사업 진출의 물꼬를 텄으며 95년엔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해태 그룹의 코래드도 영상제작 자회사인 한국비전을 통해 20억원을 투입, 영화 ‘헤어드레서’를 제작했다. 영화제작 이외에도 제일기획이 , 금강기획이 <현대방송> 등 CATV 프로그램 공급에도 나서고 있다.

95년 3월 출범한 CATV가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목도 3위에 올라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저조한 가입자 현황, 프로그램의 질 문제, 광고수주 부실 등으로 CATV는 ‘뉴미디어시대의 꽃’이라는 찬사에 전혀 걸맞지 않는 천덕꾸러기로 변해버렸다.

95년 7월14일 공보처가 발표한 ‘선진방송 5개년 계획안’은 광고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내용들이 담겨있다.
광고계에서 그동안 요구해 온 △낮방송 허용에 따른 절대광고의 증가 △중간광고의 허용 △ 방송광고공사의 구조개편 △방송광고 사전심의 자율화 등 현안들이 일부 수렴되기도 했다. 광고계에선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올해의 광고계뉴스 4위로 꼽았다.

또 광고회사들이 멀티미디어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5위에 올랐다. 인터네트 등을 통한 광고회사의 영향력 확대와 사업 모색 등을 위해 금강기획, LG애드 등이 멀티미디어 전담팀을 꾸리기도 했다.

중소기업법 시행령을 개정, 그동안 서비스업에 속해 있던 광고회사를 ‘공업’업종으로 전환시킨 뉴스와 MBC가 방송광고공사에 광고영업권 환수를 요구한 일이 각각 6, 7위를 기록했다.

8위에는 광고시장 개방 국면에서 국내 광고업계 보호정책이 큰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이, 9위엔 방송광고 사전심의 문제를 두고 방송위원회와 광고주협회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마지막으로 10위엔 직수입광고의 규제가 풀린 사건이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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