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의 과거청산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KBS가 5공 당시 전두환 전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해 ‘영상조작’ 실무기구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방송프로듀서 연합회(회장 이규환)가 지난해 말 폭로한 KBS의 내부 업무처리 문서인 ‘대통령 각하 내외분 텔레비전 영상보도에 관한 합평회 결과보고(제1차)’에 따르면 당시 KBS는 사내 영상 보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씨 미화 방안에 대한 자세한 검토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합평회(합동평가회의)는 전씨 취임 초기인 82년 10월 30일 열린 것으로 돼 있으며 참석자는 당시 보도본부장을 비롯, 방송심의위원, 조명담당 기술위원, 분장반장, 카메라 취재부장및 외부인사인 영화감독 등 모두 15명이다.

이 합평회 결과보고서는 ‘KBS의 대통령 각하 동정보도 지침’으로 △국민속의 대통령으로서의 인상부각 △국가원수로서의 국민적 존경인상 부각 △근엄하고 지적인 면과 자상하고 부드럽고 신비스러운 면을 조화있게 부각 △영부인이 동석했을 경우 가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할 것 △결과적으로 통치이념의 침투와 국민의 적극적인 동조확대 등 5개항을 제시했다.

합평회 참석자들은 또 전씨 동정보도 영상의 분위기, 의상, 조명과 촬영, 분장 등과 관련 “각하의 얼굴만 클로즈업하는 것은 국가원수의 신비감이 감소되는 점이 있으니 가급적 피했으면 좋겠다” “각하의 약간 붉게 보이는 안면부분과 머리부분을 가벼운 분장으로 처리하면 좋겠다”는 것 등 25개항에 걸친 구체적인 ‘미화지침’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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