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이 대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터무니없게 조작해 학생들의 폭력 시위를 비난하는 도구로 삼아 사설 집필자의 최소한의 양식조차도 의문시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자 ‘폭력시위는 시위가 아니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서강대 학보인 서강학보와 홍익대 학보인 홍대신문에 각각 보도된 대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학생운동의 폭력성에 대한 대학생들의 비판 여론을 단적인 예로 들면서 폭력시위의 근절을 촉구했다.

서울신문 역시 뒤늦게 12일자 사설 ‘뭐하자는 폭력시위인가’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역시 동일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문제는 조선일보와 서울신문 사설에서 적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 조선의 사설 내용을 보면 “5월 13일자 홍대신문에 보도된 조사에서는 학생운동의 폭력성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80.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비율인 80%의 응답자가 과격한 ‘혁명주의’ 보다는 사회개혁이나 민주화를 위해 학생운동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인 점도 눈길을 끈다”고 되어 있다. 서울신문 사설도 “홍익대 학생들의 80.3%가 폭력시위를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썼다.

그러나 홍대의 설문 결과는 물론 홍대신문의 보도내용 어디에도 이같은 수치는 나와있지 않다. 홍대에서 실시한 설문문항중 이와 관련된 문항은 (1)현 학생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2) 현시기 학생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3) 학생운동이 필요치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은 세 문항.

(1)번 문항에 대해서는 ①상층에서 일방하달 47.3% ②방법이나 용어가 과격해 거부감이 든다 ③개혁도 하지 못한채 방법만 과격이 각각 16.5% ④지도부와 학우가 하나되어 사회비판, 개혁 10.5%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번 문항에 대해서는 ①필요하다 80% ②아니다 20%로, 그리고 (2)번 설문에 대해 ‘아니다’라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3)번 문항에 대해 ①과격한 방법으로 사회개혁은 옳지 못하다

66.7% ②학생의 본분은 공부하는 것 20.6% ③기타 3.9% 등의 순으로 드러났다.

그 어떤 설문 문항에서도 홍익대학생들의 80%가 폭력시위를 비판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없다. 이같은 사설내용과 가장 근접해있는 (3)번 문항 ①과격한 방법은 옳지못하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13.3%에 불과한 실정. (1)번 문항 ② ③ 응답율과 (2)번 문항의 ② 응답율, 그리고 (3)번 문항의 ① 응답율을 마구잡이로 모두 합쳐야 80%가 겨우 넘는 수치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 사설내용이 수치 조작이라는 것은 조선일보의 같은 날자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이날자 조선일보 사회면에 3단기사로 보도된 ‘대학생들 폭력시위불만’ 기사는 동일한 홍익대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학생운동이 “‘방법만 과격하다’ ‘방법이나 용어가 과격해 거부감이 든다’는 답도 각각 16%나 됐다”고 보도했다.

결국 두 사설이 대학생들의 과격시위를 비판하면서 학생들 역시 이를 비판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설문조사 내용을 날조한 셈이다.

사설 집필자의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이 동일한 실수를 똑같이 저질렀다는 점이 의혹으로 남는다. 잘못된 보도자료(?)가 두 신문사에 똑같이 전달되지 않는 한 그럴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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