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다양한 경험이 언론사의 재산 아닙니까.”

지난 5월8일부터 6월7일까지 한달간 미국 알래스카 멕킨리봉을 등정한 여성동아 장인석기자(39)의 말이다. 멕킨리봉은 해발 6천1백94m의 북미대륙 최고봉.

장기자가 멕킨리봉 등정을 계획하게 된 것은 작년 5월경부터다. 그는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는 전문 산악인모임 ‘산사람산악회’ 후배들과 “무작정 원정단을 꾸렸다”고 한다. 장기자가 ‘무작정’이란 표현을 쓴 것은 과연 등정에 필요한 한달이란 시간을 회사로부터 허락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장기자는 2년전에도 미국에 있는 해발 1천2백미터의 엘 캐피탄 직벽을 등정하기 위해 한달간 휴가를 낸 적이 있었다. 당시 신동아부 기자였던 그는 앨 캐피탄 등정 덕분에 ‘괘씸죄’에 걸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다.

이런 ‘전력’을 가진 장기자이고 보니 멕킨리 등정을 위해 다시 한달간의 휴가를 신청하는 것은 ‘밥줄을 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장기자는 고심 끝에 멕킨리봉 등정을 동아일보에서 벌이고 있는 ‘그린 스카웃’ 운동과 연결짓기로 하고 ‘환경등반 계획’을 국장에게 보고했다. 다행스럽게도 응답은 OK였다.

장기자를 대장으로 한 ‘그린스카웃 등반대’는 5월8일 서울을 출발, 10일부터 등정을 시작했다. 멕킨리는 히말라야보다 위도가 더 높기 때문에 추위와 바람이 해발 8천미터급 산악보다 더 심했다.

더구나 18일부터는 7명이 웨스트 버트레스와 캐신릿지 두 코스로 나눠 등반을 했기 때문에 대원들의 안전도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선발로 올라갔던 다른 팀들이 등정을 포기하고 내려오는 모습을 볼 때면 맥이 풀리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등반 18일만인 28일 오후 6시45분 드디어 멕킨리봉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다른 코스로 올라오는 대원들의 안전이었다. 그런데 등정 15분만인 7시에 거짓말처럼 다른 코스의 대원들과 ‘조인트’가 이뤄졌다. 7명은 얼싸안고 춤이라도 한번 추고 싶었다.

이제 멕킨리봉을 다녀온지 일주일이 돼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장기자는 눈빛에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바쁜 기자라도 직장과 가정만 쳇바퀴 돌듯 할 순 없습니다. 제가 다녀온 걸 계기로 자기만의 삶과 목표를 갖고 사는 동료, 후배들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