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4일간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세계의 비전, 현실의 비전, 크리에이티브 비전’을 주제로 열린 제35회 세계광고대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당초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천3백85명에 이르는 역대 최대 참가인원을 기록했다는 점과 당초 우려와는 달리 적자는 면한 것으로 추산돼 일단 외형적인 면에서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10대 광고대행사 가운데 베이츠의 마이클 벙기 회장, WPP그룹의 마틴 소렐회장, 레오버넷의 빌 린치 회장등 6명이 참석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사와 패널을 확보했다는 것도 대회를 빛나게 했다.

행사장 주변에서 벌어진 부대행사는 참가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광고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내외 매체사들이 참여한 국제미디어전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신문사와 미디어 서비스 코리아, 한국광고데이타 등 미디어 관련기업들이 뉴미디어나 광고에 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전자신문 전시는 일반인들이 아직 낯선데다 접근하기가 어려워 주목을 끌지 못했고, 각사의 경품만이 관심을 끌었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일본의 거대 광고대행사 덴츠의 텔레비전 광고전시와 언론의 주목을 끌었던 광고사진가들의 ‘북한 광고사진’. 덴츠의 전시회는 한국광고의 현실을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을 받았으나 ‘북한 광고사진전’은 북한의 산이나 계곡을 찍은 광고사진이 대부분이어서 기대에 못미쳤다.

진행에 있어서도 일반 자원봉사자와 광고사에서 파견된 자원봉사자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제광고협회(IAA)측의 독단으로 빚어진 진행본부와의 불협화음이나 후원자들의 대회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인해 빚어진 지나친 자사 홍보위주의 진행 등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한국에 찾아올 기회가 매우 드문 저명인사들의 기자회견을 주최측이 마련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회 기간중에 프레스룸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은 WPP의 마틴 소렐회장과 레오버넷의 빌 린치 회장 뿐이었다.

특히 빌 린치회장의 기자회견은 전날 오후 4시에 프레스 룸의 알림판으로만 전달되고, 다음날 오전 8시 30분에 회견이 진행돼 대부분의 매체가 보도를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세계적인 명사들을 안방에 불러놓고도 그냥 보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회가 진행중인 12일 오전 11시에 대회를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해 대회의 성공을 자축한 것도 성급한 행동이라는 평을 들었으며,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오찬은 협찬의 의의를 잃어버린 후원사들의 지나친 겉치레로 참가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유롭게 식사를 하며 한국문화를 볼 수 있는 자리인 오찬이 12일 광고공사 후원을 제외하고는 자사 홍보 위주의 무대로 채워진 것.

특히 11일 밤 워커힐호텔에서 ‘VIP만찬’이 예정돼 있음에도 네오버넷사가 자회사인 주식회사 선연의 김석년회장의 IAA회장 피선 축하연을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가져 VIP를 분산시킨 것은 다국적 광고회사의 오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대체로 무난하게’ 진행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의는 한해 5조원 규모를 넘어서는 광고비로 세계 10위, 아시아 2위의 광고시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광고후진국’이라는 평을 받았던 한국 광고계가 세계 광고계의 흐름 속으로 합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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