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도덕성, 선정주의의 배격, 언론사주들의 확고한 언론관, 다른 신문과의 차별성,
품격있는 국제기사, 정확한 보도….

고급지의 특성은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고급지로 꼽히는 신문들의 경우 이러한 원칙에
철저하다. 서강대 유재천교수는 세계의 신문(언론연구원 간)에서 개방된 사회에선
엘리트신문이 나올수 있지만 폐쇄된 사회에선 고급지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여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급지는 단순히 경영진들이나 기자들의 의욕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정치적 상황, 소유형태, 역사적 전통 등 다양한 조건을 갖추어야만 가능하다.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선정주의의 배격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진지함이 지면에서 넘쳐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급지 르 몽드는 사진과 그림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젊은
독자층을 겨냥해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는 추세지만 신문이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을 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스위스에서 발행되며 가장 학구적인 신문중의 하나로 꼽히는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은 본문 활자 크기와 제목이 거의 엇비슷하다.

이들 신문과 함께 아카데믹하기로 유명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냉혹하리만큼 진지하고 지적이다.

세계적인 권위지들은 국제보도에 강하다. 뉴욕타임스는 80명의 해외특파원을 두고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29개국에 49명의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다. 유럽에서 영향력이 큰 신문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의 코리에레 데라 세라는 최고 수준의 문필가와 기자로 구성된 약 25명의
순회특파원이 세계 곳곳을 순회하며 취재 활동을 벌인다.

또 하나는 정확하다는 점이다. 가디언과 함께 영국의 3대지 중의 하나인 더 타임스는
기록의 신문으로 불린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다해도 확인되지 않는 기사는 절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의 언론풍토 역시 정확성에 철저하다. 정확성을 속보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양심적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1차 대전 중 국가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전쟁
반대론을 펼쳤고 56년 영국의 스웨즈운하침공때에는 사설 등을 통해 영국정부를 신랄히
비판했다.

개발도상국에서 발행되고 있지만 세계의 고급지를 열거할때 빠지지 않는 인도의
더 스테이츠맨은 75년부터 77년까지 간디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언론탄압 정책을
취했을 당시 과감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격렬히 저항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고급지들이 추구하는 미덕 가운데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이들 신문들이
공통적으로 발행부수가 자국내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문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1백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뉴욕타임스나 더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아사히 신문, 알
아람(이집트), 디 에이지(오스트레일리아) 등은 해당 국가의 대중지들에 비해 턱 없이 작은
발행부수지만 그 영향력은 비교할 수가 없다. 결단력과 용기, 통찰력을 갖춘 경영진과
편집진이 많았던 것도 이들 신문들의 빼 놓을 수 없는 특징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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